비탈진음지를 읽는 내내 아버지가 생각났답니다. 가족을 위해 매일 힘겹게 나가시던 아버지!
이른 아침 나가셔서 저녁 늦게야 파김치로 돌아오시던 아버지와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냄새나는 아버지의 낡은 구두가 생각났답니다.
우리 내 아버지의 모습은 그러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는 기꺼이 제 몫의 밥을 내 놓고, 제 새끼 입에 들어가는 밥알을 보고
행복하게 옅은 미소를 지으셨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몹시도 그리워 지는 날이었습니다.

조정래님의 소설 속에는 우리 내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답니다.
지금은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우리 내의 고단했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답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이 소설이 쓰여졌던 시대에 가본적이 없기에...
그때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겨웠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땐 어디서나 흔하게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소설 속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의 가난했던 삶의 모습이 많이 바뀌어 있지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없어지진 않았답니다.
조정래 작가분이 이 책이 필요없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는 말처럼 정말 그 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저희 부모님만 해도 고향에 대한 향수가 많습니다.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느낌이 덜 하죠. 저만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다르시더라고요. 그런 고향을 등지고 타지로 떠날 수 밖에 없덨던 삶.
타향살이에 대한 설움이 몰려오고, 지금은 그래도 덜해도 예전엔 서울은 정말
코베가는 세상이라고 해서 몹시 각박하고 힘겨운 타향이었습니다.
그 타향살이에서 주인공이 겪었던 힘겨움을 오롯이 알 수는 없었으나,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답니다.
그 시대에 살아 보지 않았던 저로써는 책을 통해서 그 시대로 잠시나마
떠나 그 시대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단했던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자식이었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제 살을 떼서라도 지켜주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은 존재.
제 몫의 밥을 허허 웃으며 자식들에게 건네주고 거짓말로 배가 부르다고 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생선 대가리와 꼬리를 좋아하신다며 두둑한 몸통은 아이들 몫으로 건네는 아버지.
우리내 아버지의 모습은 그러했음을... 느껴봅니다.
지금은 그 때와 조금은 달라 졌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 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답니다. 자식을 위해서 새우를 까주고,
자신도 새우를 좋아하지만 자식을 위해서 기꺼이 양보하는 우리 신랑의 모습에서요.

황토에 이어 비탈진 음지를 읽으면서 시대의 아픔을 저도 느껴봅니다.
그 시대에 살지 않아서 오롯이는 모르겠지만 그 시대의 고단함이 사무치게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우리내 역사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남겨주신 조정래 작가분이 있어
지금 시대의 사람들도 그 시대의 아픔을 같이 나눌 수 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주인공 복천영감을 통해서 우리 내 아버지의 힘겨운 등을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며 나도 모르게 불끈 주먹을 쥐고 얄미운 사람들의 아픈 말에 같이 아파하고
복천 영감의 고단한 삶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엄마 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 까요?
너무도 가난해서 하루 벌어 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삶.
각박한 타향살이에 대한 설움~
돈 없는 서러움, 돈이 없어서 아내를 허망하게 떠나 보내야 했던 고단한 삶...
그런 힘겨웠던 복천 영감의 삶이 비탈진 음지 전반에 녹여져 있답니다.
처절하기까지 한 복천영감의 삶이 자꾸만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려 했답니다.
책 속에서 보았던 여러 상황들이 저라면 정말이지 안 좋은 생각도 할 수 있었을 법하지만
그래도 자식들을 위해서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며 가족끼리는 똘똘 뭉쳐내는
진한 가족애도 옅볼 수 있었답니다.
풍족하기만 한 지금 시대의 삶에선 어쩜 조금 뒤떨어져 보이고 공감이 덜될 수 있는 책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내 아픔이 녹아있는 과거 역사를 되짚어 보고 고난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복천영감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