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실 무서운 영화는 잘 못 본답니다. 그렇지만 추리소설은 무척 좋아해요. ^^ 모험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제가 전생에 무슨 탐정이라도 했던 건지... 암튼 전 추리물을 무척 사랑합니다. 그렇다보니 그쪽 장르의 책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이번에도 뭘 볼까 하다가 강렬한 표지에 이끌려 <삼악도>를 보게 되었답니다. 미리보기로 앞만 살짝 보았는데 읽기 시작하니 이런... 미리보기 쪽수가 끝났는데 그 뒤가 궁금해서 도무지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구매했고 하루만에 독파했답니다. 물론 제가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하루 만에 다 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예요. 할 일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런데 <삼악도>는 흡입력이 참 좋았어요. 그날 외출해서 하루 종일 나가 있다 보니 책 볼 시간이 더 많기도 했고요. 차를 타면서 보기 시작한 게 집에 올 즈음에는 이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답니다. 김종일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전작 <손톱>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소설 <삼악도>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고요. <삼악도>를 읽으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책 속의 등장인물을 미워해 보았습니다. 굉장히 드문 일인데... 참 이리도 등장인물이 미워 보기는 또 처음이었어요. 박광도라는 그 감독... 아, 정말 밉더군요.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밉고 얄밉게 하는지 참... 옆에 있음 한대 퍽~하고 때려주고 싶을 만큼 말이죠. 주희란 인물도 정말 얄미워요.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공손하게 하는 말 속에 뼈가 있고 그 말이 유독 얄미운 사람... 하지만 살다 보면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에 반해 작가 오현정은 또 왜 그리 가엽던지요. 작가들이 그리 힘들게 산다는 걸 또 한번 실감했습니다. 가끔 기사에서 접하게 되는 예술인들의 죽음... 그를 둘러싼 빈곤... 정말 안타깝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들이 그렇게 힘들게 사는 줄 몰랐거든요. 이상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현실이 뒷받침되면 참으로 좋겠는데... 그렇게 안 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삼악도>의 오현정 역시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는 작가랍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아주 버거운 처지에 그녀에게 다가온 달콤한 유혹... 아마 저라도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었을 듯해요.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힘들 때 누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덥썩 붙들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그 일이 오현정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되지요. 김종일 작가의 장편소설은 다 보았답니다. 가끔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도 단편이 올라오더라고요. 궁금하신 분은 한번 찾아서 보세요. 단편도 꽤 재미있답니다. 책을 처음 펼쳐 들어서 보게 된 글이랍니다. 워낙 세상에 별의 별 일이 많은지라 '혹시 이거 실화 아냐?'라고 생각했더니만... 허구라고 하네요. 하긴 워낙 뉴스만 봐도 비슷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요즘이니까요. 저는 소설보다 현실이 더 무서워요.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로요. 뉴스 속에서 나오는 일들이 아이고야~ 공포영화보다 공포소설보다 더 무섭다니까요. 얼마 전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테러도 그렇고... 심심치 않게 터지는 살인사건들도 그렇고요. 더러 소설이나 영화 보고 모방범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렇게 말하자면, 뉴스 보고도 모방 범죄를 저지르겠죠. 전 사실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더 무서워요. 개그맨 유재석이 방송에 나와서 그러잖아요.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그 말처럼 영화랑 소설은 영화와 소설일뿐 오해하는 이가 없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런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 오해까지는 아니어도 '이건 좀 심한데...' 싶기도 합니다만... ^^; 역시 전작 <손톱>에서도 느꼈지만 김종일 작가의 소설은 흡입력이 참 좋아요. 필력이 상당하죠. 그리고 작가가 여성 심리를 어쩜 이리 잘 아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이 사람 여자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랍니다. 근데 저만 그런게 아닌가봐요. 이 작가의 소설을 보고 올라온 서평을 보니 그런 생각하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 부디 세상에 더는 슬픈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눈물을 흘리는 일도, 약자가 설움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그리고 약자가 강자에게 희생되는 일도 없기를... 아주 간절히... <삼악도>는 주변에 그런 일로 괴로워 하는 이에게 살포시 쥐어 주고 싶은 소설입니다. 소설로 대리만족을 느끼기는 또 간만이었거든요. 요즘 양장본 안에 살펴 보는 취미가 생겼는데... 이 책을 열어보니 속지의 모습이 이렇네요. ^^ 이 두손의 의미는 뭘까요?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삼악도>는 한번 잡으면 중간에 놓을 수가 없는 소설이랍니다. 감독이 이번에는 또 어떻게 오현정을 괴롭힐지, 그 얄미운 주희는 또 뭐라고 그를 거들지 등등... 삼악도라는 섬을 둘러싼 알쏭달쏭한 미스터리는 또 어찌 풀릴지... 상당히 무서운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 실은 저도 공포영화를 잘 못보는 편인데요. 그래도 참고 읽을 만은 해요. 너무 무서우면 슬쩍 지나가셔도 내용 이해에는 지장이 없더라고요. 그러나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건 아니랍니다. 솔직히 저는 사실 <삼악도>가 그리 무섭진 않았습니다. 근데 사람에 따라 그건 다를 수도 있을 듯 싶어요. 여름이잖아요. 이 무더위에 어릴 적 라디오에서 듣던 무서운 이야기를 생각하며 읽어도 그만이랍니다. ^^ 결말이 상당히 아리송한 편입니다. 그게 과연 오현정에게 잘 된 일인지지, 잘못 된 일인지... 아~ 어떻게 이야기해도 스포일러일 것 같아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나쁜 결과는 아닐 수도 있을 듯해요. ^^ 입이 근질거리지만 말씀드리면 재미가 반감될 듯하네요. 김종일 작가, 소설을 낼 때마다 조금씩 이야기가 더 재미 있어지고 필력도 점점 좋아지는 게 보여요. 흡입력은 데뷔작부터 <손톱>, 이번 <삼악도>까지 공통적으로 좋고요. 그의 다음 책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