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제 강점기를 겪어 보지도, 또 6.25와 같은 전쟁을 겪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상황들이 오롯이 와 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영화를 통해서, 다큐를 통해서 그 시대의 일들을 보게되면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게 되고,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다들 그러시겠죠? 그래서 아직도 일본과의 운동 경기에선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목청것 외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도 일본이 우리 나라에 저지른 만행들은 씻기지 않을 겁니다. 아니 씻겨질 만한 일도 아니죠. 오히려 지금도 독도를 향한 그들의 욕심에 혀를 내두르게 되고 그 뻔뻔함에 화가 날 정도니까요. 조정래님의 황토는 37년만에 다시금 새단장하여 재판이 되었답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시대의 생활상이나 문체들이 좀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례라는 한 여인이 살아야했던 그 기구한 인생은 아직도 제 가슴을 울리고 있답니다. 37년만에 새옷을 갈아 입어서 그런지 더욱 세련되고 멋진 책으로 재탄생이 되었네요. 이분을 모르시는 분은 아마도 없으실 거에요. 워낙 유명하신 분이시니까요. 처음엔 이분이 새책을 내셨나? 했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그게 아니고 새로 다듬어서 나온 책이더라고요. 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일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아실거에요. 앞으로 이분의 책을 더 오래 보고 싶습니다. 장편 소설이라고 하기엔 사실 책이 좀 얇은 편이랍니다. 중편정도랄까요? 작가분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러나 이 책을 장편이로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 시대의 배경과 웅장함이 아마도 장편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읽고 나시면 장편의 그 느낌을 오롯이 전해져 온답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정말 위대하시죠? 저 시대의 어머니들은 더욱 그러했습니다. 자식이라면 제 살을 떼어서라도 주셨을 그런 분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점례라는 분 역시 그런 모진 세월을 살아 오셨답니다. 지금은 얼굴이 예쁘면 팔자가 피는 세상인데... 그 시대에 얼굴이 이쁜 것은 제 팔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험한 세월을 살게 만들 수도 있었으니까요. 이 분 역시 그러했답니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아마도 후대들도 우리 이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함이 아닐런지요. 네, 잊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자꾸만 후대에 알려서 그 후대가 후대에게 전해져 가야 한답니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역사 일 수도 있지만 그 역사는 우리의 슬픈 역사니까요. 다시는 그 시대의 슬픔을 물려 받지 않으려고 강해져야 하니까요. 이분 책을 그리 많이 읽어 본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읽기엔 왠지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답니다. 시대의 아픔이 젊은 제겐 그러했으니까요. 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서서 이 분의 책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하며 슬펐답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 가는 걸까요? 작가분의 글이랍니다. 그 시대에 왜 중편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고 작가분의 솔직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며 이 책 한권을 다 읽었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두손에 땀이 베고 두 손을 꽉 쥐게 되었답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말이죠...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엔... 왠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습니다. 눈물이 흐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더라고요. 아마도 그 시대에 아픔을 겪고 살았던 점례라는 주인공 때문이었을 겁니다. 팔자... 전 사실 이 팔자라는 말을 믿지 않는답니다. 그건 본인이 개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온 점례라는 분은 자신의 삶을 본인이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을 빌미로 일본인에게 짖밟히고 상처입고... 또 그런 자신의 삶은 누군가에게 밝힐 수도 없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 아님에도 친한 친구에게서 상처되는 험담을 듣게 되고 해방이 된 후에도 그녀의 삶은 사람들에게 멸시의 대상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잠시 그녀에게 좋은 시절이 찾아 왔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거죠. 물론 일본인에게 짖밟혔던 그 세월은 숨기고... 하지만 그 삶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제 영원해도 되었을 것을... 전쟁이 찾아온 겁니다.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 역시 피하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또 파란 눈의 외국인에게 농락당했답니다. 그녀의 삶은 왜 이다지도 힘겹고 슬플까요... 그녀는 살려고 이를 악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 몰랐습니다. 세상의 냉혹함을 말이죠. 파란눈의 외국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전에 그녀에겐 또 다른 시련이 다가왔답니다. 그러게 세번의 버림을 받게 된 가녀린 여인~~~ 그리고 그녀의 힘들었던 삶을 지고 살아가는 작은 아들~~~ 파란 눈의 혼혈인... 누구도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사정 따위 봐주지 않습니다. 그녀를 조롱하고 비웃고 상처를 냅니다. 그녀는 세명의 자식 때문에 하루 하루를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여인의 삶을 보면서 저는 눈가가 촉촉해 짐을 느꼈답니다. 그 시대엔 이런 여인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들 중에는 세상의 눈 때문에 자신의 삶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끊었던 분도 많았다고 하네요. 왜 그럴까요? 그녀가 세상에 피해를 준것도 없는데... 왜 사람들은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 걸까요? 요즘엔 인터넷 상에서는 자기 일이 아님에도 남에게 너무도 쉽게 몹쓸말을 하고 던져냅니다. 그 사람의 가슴에 멍이 든다는 사실을 잊고 말이죠. 이제 댓글 한줄 달때 마음 깊이 올려도 되는 것인지 상대방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지 생각하고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