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내로라 / 2021년 5월
평점 :
꿈의 아이 / 루시 모드 몽고메리
(파도를 타고 온 아이)

# 영미소설
# 꿈의아이
≪빨간 머리 앤≫을 읽은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빨간 머리 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앤”은 우리 가까이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동안 저자의 다른 책은 별로 접해보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이 책≪꿈의 아이≫가 많이 궁금해서 단숨에 읽었다.
손으로 한 뼘도 채 안 되는 얇은 책이라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작가가 누군지 모른 채 읽어도 내용만 보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앤”과 많이 닮아 있었다. 무척이나 감성적이라 시를 읽는 느낌으로 읽고,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잠시 취한 기분으로 한참을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내용은 간단히 요약된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다가 세 번째로 찾아온 어느 봄날에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 동안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과는 다른 차원의 탄생이라는 격렬하고 황홀한 기쁨이 새로운 현실이 된다.
하지만 황홀한 기쁨도 잠시, 20개월 만에 아이가 떠나고 아내는 아이의 환상을 쫓아 밤마다 바닷가를 헤매고,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따라 갔는데, 따라잡을 수가 없는 거 있죠. 최선을 다했는데, 그렇게 서둘렀는데, 아주 약간만 더 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말 그랬는데. 놓치고 말았어요. 그래서 돌아왔어요. 그렇지만 나, 최선을 다했어요. 정말로요. 그리고…아, 너무 힘이 드네요.”(꿈의 아이-33쪽)
그 때의 공포는 어찌나 깊고 짙었는지. 그토록 아름다운 봄날에! 경이와 신비가 완연한 봄이었다. 푸른 녹지에 은빛 빗방울이 살포시 내려앉았고, 어린 잎사귀가 놀랍도록 섬세하게 돋아나고 있었다.(꿈의 아이-43쪽)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을 쫓아가는데 어느 날, 어찌된 일인지 이들 부부에게 실제로 “꿈의 아이”가 나타난다. 이들의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신이 보내 준 걸까?
남편을 만나 살면서 만남과 삶은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아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몇 달을 만나던 몇 년을 만나던, 함께 한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것과는 참 많이도 달랐다. 당연히 결혼 생활에 대해 고민과 갈등이 시작되었는데, 사랑스런 큰아이가 내 품에 온 그 순간, 거짓말처럼 갈등이 싹 사라져 버렸다. 이해할 수 없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래서였을까? 소설인 줄 알면서도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실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함께 느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씌어 있어 누구라도 비슷한 감정을 받게 될 것 같다.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가 슬프게 끝날까봐 안타까웠는데, 다행이랄까? ….
책을 덮으면서, 외로운 시절을 살아온 저자가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옴을 느꼈다. 아픔과 고독을 겪으면서도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킨 위대함에 감동 받으면서….
또한, 영문으로도 실려 있어서 동시에 읽어보면 더 깊이 있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 도서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