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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달까지 가자/장류진
(월급만으로는 부족해! 우리에겐 일확천금이 필요하다!)

‘마론제과’ 근무 연수 3년 11개월 정다해. 팀장과 외근 나왔다가 엉망이 되어 돌아가면서, 회사에 가면 좋은 점을 애써 떠 올려 보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억지로 생각해 낸 게 고작 옆 파이팀 팀장이 해외 출장을 다녀와서 나눠 준 바나나빵 정도…? 이런 다해와 같은 부류인 강은상과 김지송은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1.2룸에 살게 되자, 침대에 누워서는 현관과 부엌이 보이지 않게 되자, 이제는 먹고 난 음식 냄새도 침대 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또 창문 두 개가 마주보고 있어서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달까지 가자-248쪽)
그래도 이들이 다니는 회사가 꽤 괜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재에 밝은 은상이 가장 먼저 ‘이더리움’에 투자를 하며 돈을 벌게 되고, 거기에 소박한 꿈을 꾸며 다해까지 합세한다.
너 안 그래 보여. 그런 느낌, 그러니까 박탈감 같은 게 든다는 건……관심이 있다는 거야. 너도 우리처럼 돈 벌고 싶은 거야. 부정하지 마.(달까지 가자-119쪽)
은상을 비난하던 지송까지 우여곡절 끝에 가상화폐에 뛰어들게 되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상승곡선을 타던 그래프가, 지송이 개입하게 되면서 ‘떡상’이 ‘떡락’으로 바뀌어 그녀들을 파도에 휩쓸리게 한다.
지인의 소개로 꼭 한번 부동산에 투자한 적이 있다. 공동투자이고 소액이라 큰돈을 번 건 아니지만, 내가 투자한 돈의 배가 되어 돌아왔다. 타인에게는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내게는 꼭 그렇지만도 않아서 기뻤던 만큼 허무하기도 했다. 그동안 말만 들었지 실지로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이 책≪달까지 가자≫를 읽는 동안, 그 과정에서 겪었던 초조했던 심정과 부합되어 책장을 펼쳐서 닫을 때까지 마음을 졸였다. 주인공들이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패하지 않기를 응원하고 또 응원하면서…….
여름철 냉동실이 너무 좁습니다.
얼음 틀 1인 1개 부탁 드려요. 30구 이상짜리는 쓰지 마세요. 제발!(달까지 가자-338쪽)
팔을 뻗어 커튼을 확 열어 젖혔다. 거대한 검정색 기계의 표면에 내 실루엣이 희미하게 비쳤다. 뭐야, 이거? 설마? 손잡이로 보이는 부분을 잡아 위로 들어 올리자 얼굴에 냉기가 훅 끼쳐왔다.
세상에. 단단한 큐브 얼음이 한 가득이었다. 나는 얼마간 아연한 심정이 되어 그 많고 많은 얼음 더미를 내려다봤다. 제빙기는 말 그대로 거대했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얼음이 들어 있는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달까지 가자-343쪽)
대부분의 직장에서 겪는 일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다지 상식적이지 않다. 연배는 달라도 이렇듯 주인공과 같은 부류(?)에 속해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어쩌면 가상이 순식간에 현실로 바뀌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소박한 꿈들을 꾸며 살아가는데, 그 소박한 일상의 바람이 누군가에게는 때로 욕심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 영혼까지 끌어들여 투자를 하는 청년들을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에 투자할 때 주로 ‘발목’에서 사서 ‘어깨’에서 매도하라고 한다. 그런데 내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을 잘 모르겠다. 이 책≪달까지 가자≫의 주인공들은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에 전 재산을 걸었다. ‘흙수저’인 세 주인공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성공해서 회사를 탈출하게 되려는지……?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