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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개정 증보판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8월
평점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고수리 에세이
(어둠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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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스텝으로 참여한 청소년들의 수업에서 ‘자신의 봄날’을 다섯 문장으로 써 보고, 다섯 문장 중에서 두 개 정도를 고르거나, 다섯 문장을 짧게 정리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학생은 아니지만 한 번 작성보라고 해서 적으려고 하니, 아이들은 거침없이 적어나가는 것을 쉽게 적을 수가 없었다.
‘나의 봄날’…? 내게도 봄날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느꼈던 행복 등, 어쩌면 지금이 봄날일까? 싶기도 하고….
이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의 저자는, 어둠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그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잘도 찾아 나간다.
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고, 또 누구에게나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선한 순간들이 있다. 외딴 방에서, 가난한 골목에서, 어느 새벽 눈이 내리는 거리 한가운데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이름 모를 당신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 주고 싶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12쪽)
우리들 대부분,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시간을 아예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있듯이, 때론 힘들고 외로워서 세상이 온통 먹구름이다가도 반짝 드는 햇살에 잠시 기운을 얻어서 살아가기도 한다.
유난히 춥게 살아온 나 같은 사람조차도, 아이들을 보면서 지난 아팠던 일들을 잠시 잊기도 하고, 때로는 평온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여유롭게 즐기기도 한다.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 소박하게 살아가는 일상, 웃는 목소리에 느껴지는 진심, 따뜻한 말 한마디에 벅찬 행복, 먹먹한 눈물에 담긴 희망,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볼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진솔한 삶이 펼쳐진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22쪽)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음을 울리는 1분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35쪽)
어둠 속에 보이지는 않아도 누군가에게만 반짝이는 별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별이었다. 누구나, 누군가의 별이었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65쪽)
평범하다는 게 가장 어려운 거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리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해도 그렇게 살 수 없는 무수한 사람들…. 무언가에 쫓기듯 남들과 비교하고, 때로는 억울해하며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들이 불행한 까닭은,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목표를 두고서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해서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별일수도 있음을 저자는 살그머니 깨우쳐 주며 작은 위로를 건넨다.
산타클로스는 남들보다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불우한 집에는 일찍이 발길을 끊었다. 그 집 애들은 울고불고 떼쟁이도 아니고, 착하고 예쁘기만 하더라만. 그래도 산타클로스는 더 잘 살고 행복한 집들만 찾아가 따뜻한 방안에 오래오래 머무르는 것이었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104쪽)
어느 날, 우연히 엄마의 결혼사진을 발견했다. 클래식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엄마는 한 떨기 꽃처럼 붉고 예뻤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137쪽)
혼자 울던 어린애는 언제까지고 혼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가을과 사랑하는 사람과 위로의 풍경이 이렇게나 가까이에 펼쳐질 줄을 몰랐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146쪽)
잊고 싶은 아버지의 기억처럼, 지우고픈 애송이 시절처럼, 숨기고 싶은 흉터처럼, 절대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보는 쓸쓸한 나의 동네. 내게는 그런 동네가 있었다고. 멀고 아름다운 별처럼 반짝이고 싶었던,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내게는 그런 동네가 있었다고.(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232쪽)
이별 후에도 나는 그의 생각만 했다. 그가 부디 잘 지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슬프면 그도 똑같이 울고, 내가 아프면 그도 똑같이 열이 나고, 내가 추우면 그도 똑같이 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238쪽)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진짜 사람들은 이렇게나 무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책상 앞에선 상상해낼 수 없는, 책상 밖의 풍경은 그랬다.(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248쪽)
부정하고 싶은 아버지로 인해 어려운 가정 속에서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을 가슴으로 삼키며, 동생에게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었으나 그 조차도 거부당하고, 첫사랑과는 이유도 모른 체 등을 돌려야 했던 지난한 세월 속에서도, 반짝이는 자신만의 별을 간직하며 살아온 진솔한 이야기들은 잔잔한 울림으로 우리 손을 감싸 안아준다.
‘브런치북’에서 금상을 수상하고‘출간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수오서재에서 ’개정 증보판‘으로 새롭게 태어난 저자의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잔잔한 울림을 주면서 읽는 내내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힘이 깃들어 있다. 아마도 저자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삶 속에 깃들인 설움과 함께,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은 아닐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전화를 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작고 소박한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이, 우리를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가 소박한 일상 속에서 파랑새를 찾아가는 여행에 동참하여, 우리도 함께 위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살며시 여기에 동참해 ‘자신만의 봄날’을 찾아보기를 권해본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