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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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정약용-오세진 편역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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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말하는'법과 정의', 그리고 조선 시대의 '법과 정의'

정의란 무엇이고, 법은 누구의 편인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산은, 정조 임금의 지지를 받으며 세상을 바꾸고자 애썼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천주교 탄압으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그가 유배 생활 중에도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여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한 것 또한 너무도 유명하다.

 

그 때 저술한 조선의 정치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을 제안하는 경세유표, 지방 관리들의 폭정과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지침을 담고 있는 목민심서, 형법, 법 행정, 살인사건 판례와 그에 대한 비평을 실은 흠흠신서, 이 책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흠흠신서(欽欽新書)”에서 가져왔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면 안 된다-불효한 아내를 죽인 남편, 신혼부부였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중에 남편은, 아내가 손재주도 부족한데다가 부모한테 못되게 군다고 불만이 많았고, 아내는 오히려 남편이 일방적으로 복종을 요구한다며 불평을 일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삼끈을 제대로 삶지 못하자 남편이 벼락같이 화를 내며 끓는 잿물을 아내의 머리에 덮어씌우고 무지막지하게 때려 사망하게 한 후에 자살로 위장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정조 임금은, “설사 남편이 아내를 죽였을지라도 그 죄에 대해 정상을 참작하여 사형을 면해 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여기에 다산 또한 영조 임금께서는 불효한 며느리 때문에 남편을 벌한다면 어찌 올바른 왕정이겠느냐고 하셨습니다.”라며 정조와 의견이 일치된다.

 

오늘날에 비추어 볼 때에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결국 남편은 장형 100대를 맞는 벌로 그친다. 효가 중요시 되는 시대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유교 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말해 주는 참으로 씁쓸한 사례였다.

 

임금께서 의심스러운 점이 많기에 그 죄를 가볍게 처리한다.’고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임금께서 백성을 살리려는 넓은 인품으로 범인에 대한 판결에 차별적인 적용을 하시는 것은 좋지만, 법집행의 정당성이나 일관적 측면에서 본다면 절대 온당치 않은 일입니다.(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167)

 

 

반면,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법 집행의 일관성이 중요합니다에서는, 묏자리를 두고 분쟁이 벌어져 살인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여러 사람이 연루되어 있어 처벌을 받을 주범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정조가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사건으로 규정하여 가볍게 처리한다. 이에 다산은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판결에 차별 적용을 하는 것은 좋지만, 법집행의 일관성을 들어 반박한다.

 

유교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조선시대가 배경인 만큼, 간통한 아내를 현장에서 죽여도 사형을 면하고, 불효한 아내에게 남편이, 노비에게 주인이 함부로 해도 그저 과실이 될 뿐, 오늘날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있지만, 대체로 정조는 군주로서 죄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려고 애쓰는 반면, 다산은 명철한 판단력으로 공정을 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법이란 억울한 백성을 살리는 것이다-음주 살인 사건의 결말에서 다산은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로 돌아가 보면, 자기가 원해서 술을 마신 것이므로 어찌 고의적인 범행이 아니겠습니까?’하고 일침을 가하며 술에 취해 벌인 난동에 대해 용서해야 할 사항을 주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용서해 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다산은 술에 취한 사람은 자신이 술에 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 스스로 절제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과음을 하여 분별력을 잃은 것이므로 고의성이 다분한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술에 취한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분별력을 상실한 것이기에 미친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것과는 다르다.(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207)

 

군주로서 백성 모두 용서해 주고 싶은 정조나, 때로는 냉철하게 대처해야 후대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다산이나, 그들을 아끼는 마음은 한결 같으나 백성들 사이에서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한 다산이 조금 더 명쾌함을 알 수 있다.

 

 

지금 저 사내는 죽을지 살지 기로에 서 있다. 너희들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억울하게 죽게 만들면 절대 안 되니 오로지 사실을 말해야 한다.”(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156)

 

 

정조의 죽음으로 비록 물거품이 되었지만, 조선의 미래를 위한 정치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청렴하고 정의로운 공직사회를 만들고자 애쓴, 다산의 1/10이라도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흠흠신서(欽欽新書): 3010책으로 구성된, 형사사건을 처리할 때의 원리와 실제 사건 사례, 그리고 다산의 비평이 실려 있다고 함.(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본 도서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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