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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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치킨 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곳곳에 치킨집이 널린지는 꽤 되었다. 후라이드, 양념을 기본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마늘, 파닭, 간장, 매운맛 등등, 여러 바리에이션이 개발됐다.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고 다 좋아하지만 예전부터 특별히 먹고 싶었던 닭요리가 있었다. 미국에서 생닭으로 한 요리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모르지만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 것밖에 아는 게 없었다. 그냥 생닭을 구운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냥 굽고 튀기는 것 말고 특별한 맛을 내는 요리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와 비슷한 걸 유명 소설을 패러디한 치킨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냉장고 한 귀퉁이에 랩에 싸인채 있던 생닭, 치킨 양. 매력적인 '칼잡이' 씨가 냉장고를 연 순간 바닥에 떨어져 그와 첫 대면을 한다. 치킨 양은 칼잡이 씨의 매력에 빠져들고, 한 번도 고급스러운 요리가 되보지 못한 치킨 양을 위해 칼잡이 씨는 그녀를 고급스럽게 요리하기로 하는데...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는 소설 형식이지만 분명히 요리책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표현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무슨 닭 요리 하나를 하는데, 정말 쓸때없이 자극적이라서 실소가 나올 정도다. 게다가 자극적이라고 해서 선정성 있는 것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요리가 밑 바탕이라 그런 건 전혀 없고 읽다가 배가 고파질 뿐이다. 선정적이면서 정말 맛있는 묘사라 하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요리재료 생닭인 치킨양과 요리사 칼잡이 씨의 묘한 관계를 그려가는 과정이 참 맛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자극적이며 웃기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무슨 요리사가 상체를 들어낸채로 요리를 하지 않나, 생닭 주제에 손길을 느끼며 맛있게 요리되기를 바라지 않나. 거기에 요리를 해준다, 안 해준다 하며 밀당까지! 난생 처음으로 주방이 이렇게 야한 곳인지 생각도 못했다.

 요리사와 생닭의 말도 안돼는 자극적인 로맨스이긴 하지만, 튀긴 치킨이나 백숙밖에 몰랐던 닭요리의 세계가 다양하다는 걸 보여준다. 각 파트마다 요리법과 관련 있는 내용이라서 한 번 심심할때 거기나와 있는 요리법으로 닭요리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재료가 비싼 건 무리겠고, 각종 향신료가 입에 맞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고.

 다양한 닭요리 만드는 법을 접하고 싶거나, 요리사와 생닭이 주방에서 벌이는 일의 끝을 알고 싶다면 문제 없겠지만 비슷비슷한 표현이나 분위기에 취약한 경우라면 중반 쯤 가서 약간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패러디한 거라 그런지 반복되는 문구나 표현이 너무나 많다. 그나마 계속되는 요리 과정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패러디 대상이 된 소설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책이 나와서 읽어봤지, 그냥 요리책이었으면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요리할 때 참고할 책을 평소에는 읽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도 있었고.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닭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이렇게 많은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그렇다고 레시피만 나열되어 있는 요리책으로 내자니,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을 테고. 이런 생각 끝에 나온 것이 패러디 소설 겸 요리책으로 나온 이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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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 아무도 믿지 마라 Part A 엑스파일
애런 로젠버그 외 지음, 안현주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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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멀더와 스컬리가 주연이고 더빙 성우의 목소리도 익숙하게 알지만, 엑스파일이 나오던 시기가 어린 시절이라 엑스파일에 대해 자세한건 모른다. 그저 외계인이 나온다던가, 미스터리.. 그 정도 밖에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시즌의 드라마와 소설이 같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보면 엑스파일은 음모론을 주제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도 묘미지만, 멀더와 스컬리의 성향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한 몫하는 것처럼 보였다. 온갖 음모론을 들먹이는데 대부분 사건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거라 관심이 가는 멀더. 그걸 지극히 현실적인 근거로 반박하며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스컬리. 들어본 적도 없는 음모론을 줄줄 외는 멀더도 대단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해보이는 상황을 진짜 그럴사 하게 반박하는 스컬리도 대단했다. 또, 그걸 더빙 성우 목소리를 생각하며 읽으면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긴장증_팀 레본


 1994년 10월 12일. 데이나 스컬리는 새벽에 폭스 멀더의 연락을 받는다. 메사추세츠 주의 라이넛 사운드에서 발생한 아동 실종 사건에 관한 것이다. 실종된 아이들은 숲에서 발견 됐으나 긴장증상태였다는 게 관건이었다. 멀더와 스컬리는 실종 아동의 집을 방문해 아이를 살펴보다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발견하는데...

 음모론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들었는데, 유독 이 작품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추리에서 단편적인 흔적은 찾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증거 같은 중요한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숨기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사건수사 느낌이긴 했지만, 뭔가 단단히 막혀 있는 듯한 분위기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핵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도 미스터리 결말도 미스터리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방식으로 보면 전개과정에서 초반만 존재하고, 각종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결말이 있는 후반만 사라진 것이다.

 

리틀 힐의 짐승_피터 클라인스


 1995년 4월 14일. 미주리 주의 리틀 힐로 향하는 멀더와 스컬리. 리틀 힐은 한때 UFO가 자주 목격되던 곳이었는데, 냉동고에 얼린 외계인을 전시하는 농가가 두 곳 있던 것이다. 스컬리는 평범한 동물을 박제한 것이나, 플라스틱 모형이라며 멀더를 타이르지만, 그날 밤 처음 방문한 농가에서 외계인 탈주 사건이 벌어지는데...

 대부분의 작품에서 외계인이 마을을 습격하는 내용이면 공포스럽고 잔인하기까지 하는데, <리틀 힐의 짐승>에서 나오는 외계생명체는 그런 무서운 느낌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보통은 잘 생각하지 않은 법한 방식으로 외계인에 대해 접근한 것부터가 신선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가 일상에서 많이 있을 수 있는 경우이긴 하다. 보통 벌레를 무서워하면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저 벌레도 내가 무섭고 징그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까?

 낯선 것에 대한 방어 심리가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무작정 위협적인 것이라 여기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멀더가 단순히 외계인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것 같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_애런 로젠버그


 1994년 12월 12일. FBI 회계 감사에서 스키너 부국장은 엑스파일 종료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부국장은 필요의의가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히자 구체적인 근거를 내일까지 서면 서류로 제출하라고 한다. 엑스파일이 하는 일을 증명하기가 까다로워서 스키너 부국장이 고심하던 중, 감사원인 멀로이가 메릴렌드의 자택 앞에서 괴한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다른 사건들과 달리 스키너 부국장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는 고압적이고 직원을 갈구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나온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각종 업무 스트레스에 아내에게 잡혀사는 모습이 보여서 높은 직급의 고충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다소 현실성 있을 법한 미스터리 사건 속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어 보였다. 모든 걸 통계수치로 계산하고 그걸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통계라는 건 지금의 결과를 나타낸 것뿐이고 발전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빨리나오는 결과가 있으면 더디게 나오는 결과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다려주지 않고 실적이 좋지 않다 치부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인력, 그리고 노력을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땅거미_폴 크릴레이


 2015년 12월 21일 뉴햄프셔 주 캐슬 블러프. 킴 던컨은 동생과 동생 친구가 유명 소설 <땅거미>에 나오는 벰파이어를 직접 찾겠다고 숲으로 가는 걸 따라나섰다가 빛이 나는 형체를 목격하게 된다. 멀더는 벌써부터 이 사건을 접하고 소설작가가 연관되어 있다 짐작하고 스컬리와 캐슬 블러프로 향하는데...

 연대나 작중에서 멀더와 스컬리의 대화만으로 봐도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계속 나오고 있는 벰파이어 연애물을 소재로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벰파이어 연애물을 우려먹는 현실을, 실제 모티브이자 오컬트 속의 잔혹한 벰파이어를 이용해 비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벰파이어물의 초기작인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도 연애적인 요소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드라큘라>에서는 연애가 진실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마찬가지인 점과 스컬리가 멀더에게 이런 걸 왜 보냐면서 까는 걸 보면 거의 확정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시점이 가장 최근이라 그런지 각종 풍자나 비판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던가,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하는 것 등, 문화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점은 현대의 문화가 지나치게 과소비 형태라는 지적으로 보였다. 문화의 과소비가 무슨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도 보면 곳곳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후속이나 외전, 스핀오브, 거기에 리부트라는 명목으로 다시 만드는 경우와 만화화, 드리마화, 소설화도 많다. 문제는 제대로 된 퀄리티나 색다른 구성을 보여준다면 모를까, 기존에 있던 걸 우려먹으며 신작이라 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거기에 퀄리티를 신경쓰지 않고 구성을 바꾼답시고 작품 성격을 파괴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런 걸 가지고 과소비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해야 할까.


외계인에 대한 사랑_스테판 페트루챠


 1997년 10월 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비숍빌에 도마뱀 인간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떠난 멀더가 실종된다. 멀더를 찾기 위해 비숍빌로 떠난 스컬리는 마을에서 촬영된 각종 영상과 사진을 분석하면서, 멀더가 늪지 같은 곳에 굴러떨어지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멀더가 묵었던 방에서 단서를 찾던 스컬리에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접근해 멀더가 위험하다고 알리는데...

 멀더가 실종상태로 나와서 대체로 스컬리 위주로 진행되는 파트다. 그렇다보니, 스컬리 다운 현실적인 감각으로 진행됨과 더불어, 멀더의 음모론적인 감각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컬리도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중 주연이 스컬리, 거기에 서술자도 스컬리다 보니 멀더와 같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내적인 면이 많이 나타나 보였다. 특히 멀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평소 멀더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점을 언급하는 부분이 많아서 멀더와 스컬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앞서 외계인을 다룬 <리틀힐의 짐승>과 또 다른 관점으로 외계인을 나타내서 외계인에 대한 회의론과 스컬리가 음모론을 부정하는 근거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상상력 결핍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획일화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또한 멀더의 음모론적인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생기고 때로는 지나친지 알 것 같았다. 음모론에 빠져 있지만, 사실 멀더는 그 속에서 뭔가를 찾고 싶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땅굴 쥐_브라이언 킨


 스키너 부국장은 스트레스인해 조깅을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그 날도 여느때와 똑같이 조깅을 나가던 중, 멀더의 사물실을 들리게 된다. 빈 사무실에서 멀더가 조사하던 것들을 확인하던 스키너는 워싱턴 D.C. 하수도의 미지 생물로 인한 사망 사건 기사를 발견한다. 그런데 마지막 신문기사 사진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의 전우를 발견한 부국장은 조깅을 그만두고 현장으로 떠나는데...

 스키너 부국장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단편이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에서는 FBI 내부의 일과 다소 현실적인 과학 미스터리 사건이었다면, <땅굴 쥐>는 스키너 부국장의 개인적인 면이 들어나고 멀더가 딱 좋아할만한 미스터리 사건이다.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미국에 영향을 크게 준 것인지 느껴졌다. 현재 스키너 부국장의 몸상태라던가, 참전 당시의 상태를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인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비록 사건은 미스터리 괴물 사건이긴 하지만, 어쩌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이들이 돌아와서도 상당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나타낸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간간히 전쟁 참전자가 범죄를 일으키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이들도 이 정도인데, 베트남에 갔던 이들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였다.

 전쟁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났다해서 괴물이였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괴물이된 자신을 원래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는 건가.


앨패소로 돌아가면 내 목숨은 보잘 것 없겠지_키이스 R. A. 드칸디도


 1994년 4월 3일. 콜트 수사관은 텍사스 주 앨패소에서 이어지고 있는 살인사건 때문에 스키너 부국장에게 불려간다. 콜트 수사관은 모방범이라 주장하지만, 벌써 5명의 범인을 체포했음에도 살인은 계속이어지고 있어 스키너 부국장은 멀더와 스컬리를 투입하기로 결정한다. 곧 새로운 용의자가 체포되지만, 그는 전혀 혐의점이 없었고 그가 찍힌 CCTV 영상에 나온 사람도 그와 판박이로 닮은 다른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제 3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내용이라 그런지, 멀더와 스컬리를 상당히 평가절하 하는 묘사가 많았다. X파일에서 멀더와 스컬리가 어떤 일을 하고 경험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 콜트 수사관은 상당히 독선적인 FBI라 오직 자만심 투성이다. 그덕에 유독 멀더가 많이 질책 받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앞서 나온 다른 단편에서는 그냥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종결되고 고위직에서 은폐하고 그만이었지만, 여기서는 수사과정에서 온갖 증거나 용의자가 있었음에도 결국 미스터리로 종결된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은 똑같지만 구체적인 사건의 모습이 있는 상태로 미스터리가 되는 것이라 뒷맛도 크게 떨떠름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이 끝나는 것보다 뭔지는 알고 미스터리로 끝내는 것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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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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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무엇인가 하면 과연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미디어 매체에서도 음악, 길거리에서도 음악, 자연에서도 음악. 아마 귀가 망가지지 않는 이상, 평생동안 듣는 소리 속에서 음악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각종 분야와 악기로 나타내는 방식, 창법, 시대적 스타일로 예를 들면 누구나 다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음악 자체가 무엇인가 하면 쉽게 답을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정말 다양한 곳에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이에게는 추억, 인생의 전환점, 삶의 원동력, 또는 인생일 수도 있다. 매직 스트링의 경우는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랭키 프레스토. 그가 무대에서 공연 중, 돌연사한 이후 그의 고국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장례식이 열린다. 프랭키와 인연이 있던 많은 아티스트와 음원 관계자들이 모이는 와중에, 프랭키를 거두러 온 음악이 그의 일대기를 들려주는데...

 매직 스트링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화자가 음악이라는 뭔가 관념적이면서 신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거기에 한 인물의 인생을 다루기 때문에 일대기 느낌도 난다. 하지만 음악의 각 악장마다 템포나 빠르기가 다르듯이 각 부분마다 내용전개 속도가 제각각이다.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는 좀 자세히 전개되는 감이 있는 반면 다른 부분에서는 전반적인 분위기만 서술하고 세세한 부분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특정 인물의 인터뷰 형식으로 나오는 행적도 묘미다. 어떤 사람에 대해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인상 깊었던 날을 듣는 것만큼 인상 깊은 건 없다고 본다. 당사자는 느끼지 못하지만, 한 시기를 같이 보낸 이에게는 많은 느낌을 주기에 더욱 특별하게 회고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음악의 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아티스트들이 겪는 고난이 많은 편이다. 시대적 배경에 따른 문화탄압에 각종 외적인 문제로 망가져가는 순간,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등. 특히 기타리스트가 약물 중독에 시달릴 때 어떤 상태인지 잘 나타나 있었다. 나쁘게 악용하기 보다는 방황하는 듯한 느낌이라 왜 몇몇 뮤지션들이 약물에 빠져드는지 알 것 같았다.

 평범한 음악가의 인생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환상적인 요소와 의외의 복선이 존재해서 엄청난 대서사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덧없는 인생이라고들 하지만, 프랭키 프레스트로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도 일생은 대서사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인생이라지만, 자기의 삶 속에서 자신조차 모르는 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또한 여러 음악들이 나열되는데 글로만 이 음악이 어떤 느낌이고, 프랭키의 기타연주가 엄청나다고 나오지만,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몇몇 곡은 실제로 찾아보면 들을 수 있는데, 상상했던 느낌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놀라웠다. 비록 프랭키의 기타연주만 들을 수 없겠지만, 진짜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여기서는 음악이 말하는 뮤지션, 기타리스트이지만, 다양한 예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이 말하는 화가, 조각가. 또는 문학이 말하는 소설가, 시인. 예술 분야로 예를 들었지만, 각종 재능의 형태로 설명하는 이들이 온 세상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재능이 있음에도 방황하게 되는 건, 아마도 방향을 잃거나 혹은 재능만큼의 가치가 있는 걸 만날 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랭키 프레스토가 그랬듯이 재능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자기 자신이 재능을 버리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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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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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로서의 염원은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많은 게 있지만 이를 테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나는 이런 걸 꼭 써보고 싶다, 같은 거 말이다. 이런 거 없이도 무난하게 참신하고 재미있는 걸 써보고 싶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작중요소에 대해 찾아보고 보완하다 보면 결국 나는 이런 걸 쓰게 됐다, 가 될지도 모른다. 글이라는 건 그냥 퍼트려 놓으면 단순한 문자에 지나지 않는지만, 거기에 경험이나 문헌자료 같은 재료들이 더해져서 내용이 있는 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재료에 따라 그 글의 주제, 이런 것이 정해진다고 본다.

 그런데, 이 분. 발표작품 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와 내용을 보여주는 작가 미쓰다 신조. 도조 겐야 시리즈 중 하나인 <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기에, 이번 노조키메도 범상치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도조 겐야가 호러와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추리소설이라면, 노조키메는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 염원하고 생각하던 호러 미스터리의 이미지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키메는 단순히 무섭거나 괴담스러운 것이라 치부할 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보통 호러소설이라면 독자와 책 내용 속이 분리 되어 있을 테지만, 이건 연결 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라 그렇다.

 편집자 일을 하다 비로소 작가로 데뷔한 나. 하지만 초기작인 <작가 3부작>이 본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빙의물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를 쓰기위해 준비하던 중, 나구모라는 기자와 만나게 된다. 나구모는 유명 민속학자의 미공개 문헌이라며 노조키메에 대해 알려준다. 뭔가 꺼림직한 부분이 있어서 나구모를 멀리하지만, 결국 노조키메에 대한 문헌을 얻게 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대학노트에 기록된 한 괴담과의 유사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얼핏보면 유사 괴담을 주제로 한 호러 소설처럼 보이지만, 작중의 주인공(이건 미쓰다 신조가 쓴 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짐작할 겁니다.)과 전지적 작가 시점의 전개가 어딘가 실재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이게 소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도 모른다. 실재 이야기라는 분위기에 괴담의 실체를 밝혀내는 미스터리한 구조와 일상적인 면을 갖추고 있어서, 미쓰다 신조 특유의 호러 미스터리에 작품과 현실의 경계 없어진 분위기라 할 수 있다.


 1. 엿보는 괴이의 저택


 제일 먼저 제시된 괴담으로 인터넷에서 볼 법한 무서운 이야기나 경험담 같은 걸, 세세하게 소설 형식으로 풀어 놓은 분위기라 보면 된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괴이한 일에 휘말리는 전형적인 래퍼토리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괴담에서는 이미 끝나야 할 부분에서 끝나지 않고 공포감을 더해가면서 절정을 만들어낸다. 쉽게 설명하자면 낯선 곳에서 무서운 일을 겪는 내용은 대부분 그 장소를 벗어나면 끝나는데 이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엿본다는 형식의 무서운 이야기는 흔하고 단순한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엿본다는 게 공포를 만들기에는 가장 쉬운 요소로 생각된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처다보기만 해도 무서운 판에, 있을 수 없는 것이 도저히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곳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을 것이다.


 2. 종말 저택의 흉사


 엿보는 괴이의 저택과 비교하면, 작중 설정상 민속학자가 쓴 거라 그런지 소설적인 전개이지만 분위기나 내용면에서는 약간 세세하고 분석적인 면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앞의 괴담은 좀 쉽게 읽었다면, 종말 저택은 각종 마을 풍습이나 장례 같은 민속학적인 논점이 많아서 약간 읽기 힘들기도 할 것이다.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에서 많이 나오는, 외딴 오지 마을의 괴이로 인한 무서운 체험이 주를 이룬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마을 분위기에, 오래도록 전해진 한 가문에 대한 소문.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의 출몰은 현실과 동 떨어진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분위기를 통해 인물들이 공포에 질리거나 혹은, 괴이한 존재나 현상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전개로 이어질테지만,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여기에 분석을 시도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보통 살인사건을 추리로 이해하려 한다면, 미쓰다 신조의 경우는 공포를 민속학으로 이해하려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살인사건은 발생하는 과정에서 남겨지는 증거와 각종 흔적들로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거라면, 공포는 생겨나게 된 근원에 접근하기 위해 과거의 흔적과 그와 관련된 풍습, 구전, 소문을 되짚어 가면서 추측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쓰다 신조가 왜 호러와 미스터리를 접목시키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무서운 걸 무섭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왜 무서운 존재가 되었고,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가는 과정. 추리와도 비슷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더욱 깊숙한 공포 속으로 끌어들이는 단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서 <엿보는 괴이의 저택>에 비해 <종말저택의 흉사>는 공포 속에서 다소 추리적인 느낌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냥 원혼의 원한이 무엇인가, 저주를 피해갈 방법, 해결책 등등과 같은 그냥 시끄럽기만 하고 전혀 무섭지도 재미있지도 않는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진부한 요소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공포를 미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무서울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노조키메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에서의 노조키메는 무엇인가, 두 괴담과의 접점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이란 무엇인가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큰 걸 작가에게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흥미진진하지만 이건 추리가 아니다. 그냥 괴이한 존재가 위협하며 학살하는 호러도 아니다. 미쓰다 신조가 만들어낸 호러미스터리다. 그러니 무서운건 무서운대로 느끼고, 그 끝은 명확하지 않은 미스터리로 여운을 남겨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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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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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는 것만큼 원초적인 공포는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많이들 겪는 일이고, 특별히 낯선 곳이 아니라도 쉽게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시기에는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기에 다른 공포스러운 것들이 많아도 길을 잃는 것이 어린 시절 눈 앞에서 가장 먼저 느낄 공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도심에서 길을 잃어도 무서운 판에 산 속에서 길을 잃으면 얼마나 무서울까.

 트리샤는 엄마와 오빠랑 에팔레치아 산맥의 한 등산로로 소풍을 간다. 이혼 이후, 엄마와 오빠 사이에 말다툼이 잦아진 탓에 트리샤는 잠시나마 산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가게 된다. 그런데, 트리샤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산길에서 등산로를 찾을 수 없게 되면서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험난한 산길로 인한 상처와 악천후 속에서 다가오는 알 수 없는 공포 속에서 트리샤가 의지하는 건, 라디오 너머로 들려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톰 고든의 활약상인데...

 산 속 조난이 주 내용이긴 하지만, 줄거리에서 보듯이 야구 관련 요소가 나와서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조난당한 상황에서 생존과 희망에 의지하듯이 트리샤가 의지할 요소가 야구, 그것도 레드삭스의 선수 톰 고든인 것 뿐이다. 야구를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아홉 살 소녀가 혼자 겪은 일이라 생각할 수 없을 법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꽉차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산등성이와는 차원이 다른 자연환경은 경이로움을 만들어내는 건 물론이고, 21세기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열악한 오지를 보다보면 다른세계로 보일 정도다. 거기에 숲 속에 존재하는 각종 좋고, 나쁜 요소들까지.

 무엇보다 소녀를 공포로 몰아넣는 건 알 수 없는 공포였다. 눈 앞의 낯선 환경은 순간적으로 공포 그 자체이긴 했지만, 적응되면 그냥 험난한 길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지의 공포는 주변 환경처럼 분위기만 조성하는 게 아니라 뭔가가 "있다" 라는 느낌, 살아 움직이며 실존하는 형체를 가진 공포이기에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서 더욱 공포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미지의 공포는 그 상황에서 트리샤가 겪었던 각종 자잘한 공포스러운 것들의 집합체가 되어서 더욱 큰 공포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의지할 대상의 이미지가 확고한 것이 좋다는 것을 나름 느꼈다. 두루뭉실한 이미지 속에서 희망만 찾고자 했다면 산 속을 해매는 소녀의 심리상태가 안정적일 수 있었을까. 트리샤는 톰 고든이라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었고, 트리샤가 힘들 때마다 환상의 형태로 곁에 있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트리샤는 정신이 나가기 직전에 다시 돌아오곤 했다. 어떻게 보면 트리샤가 너무 힘든 나머지 헛것을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희망이라는 개념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이런 환상조차 보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렇듯 이미지가 확고하지 않은 개념을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생각하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것의 허상을 쫓으며 절망하기 보다는, 특정한 이미지의 형태로 자신의 곁에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트리샤가 해맨 이 숲이 실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스티븐 킹은 숲 자체는 실존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공포는 의외로 엄청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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