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 아무도 믿지 마라 Part A 엑스파일
애런 로젠버그 외 지음, 안현주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멀더와 스컬리가 주연이고 더빙 성우의 목소리도 익숙하게 알지만, 엑스파일이 나오던 시기가 어린 시절이라 엑스파일에 대해 자세한건 모른다. 그저 외계인이 나온다던가, 미스터리.. 그 정도 밖에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시즌의 드라마와 소설이 같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보면 엑스파일은 음모론을 주제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도 묘미지만, 멀더와 스컬리의 성향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한 몫하는 것처럼 보였다. 온갖 음모론을 들먹이는데 대부분 사건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거라 관심이 가는 멀더. 그걸 지극히 현실적인 근거로 반박하며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스컬리. 들어본 적도 없는 음모론을 줄줄 외는 멀더도 대단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해보이는 상황을 진짜 그럴사 하게 반박하는 스컬리도 대단했다. 또, 그걸 더빙 성우 목소리를 생각하며 읽으면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긴장증_팀 레본


 1994년 10월 12일. 데이나 스컬리는 새벽에 폭스 멀더의 연락을 받는다. 메사추세츠 주의 라이넛 사운드에서 발생한 아동 실종 사건에 관한 것이다. 실종된 아이들은 숲에서 발견 됐으나 긴장증상태였다는 게 관건이었다. 멀더와 스컬리는 실종 아동의 집을 방문해 아이를 살펴보다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발견하는데...

 음모론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들었는데, 유독 이 작품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추리에서 단편적인 흔적은 찾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증거 같은 중요한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숨기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사건수사 느낌이긴 했지만, 뭔가 단단히 막혀 있는 듯한 분위기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핵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도 미스터리 결말도 미스터리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방식으로 보면 전개과정에서 초반만 존재하고, 각종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결말이 있는 후반만 사라진 것이다.

 

리틀 힐의 짐승_피터 클라인스


 1995년 4월 14일. 미주리 주의 리틀 힐로 향하는 멀더와 스컬리. 리틀 힐은 한때 UFO가 자주 목격되던 곳이었는데, 냉동고에 얼린 외계인을 전시하는 농가가 두 곳 있던 것이다. 스컬리는 평범한 동물을 박제한 것이나, 플라스틱 모형이라며 멀더를 타이르지만, 그날 밤 처음 방문한 농가에서 외계인 탈주 사건이 벌어지는데...

 대부분의 작품에서 외계인이 마을을 습격하는 내용이면 공포스럽고 잔인하기까지 하는데, <리틀 힐의 짐승>에서 나오는 외계생명체는 그런 무서운 느낌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보통은 잘 생각하지 않은 법한 방식으로 외계인에 대해 접근한 것부터가 신선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가 일상에서 많이 있을 수 있는 경우이긴 하다. 보통 벌레를 무서워하면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저 벌레도 내가 무섭고 징그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까?

 낯선 것에 대한 방어 심리가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무작정 위협적인 것이라 여기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멀더가 단순히 외계인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것 같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_애런 로젠버그


 1994년 12월 12일. FBI 회계 감사에서 스키너 부국장은 엑스파일 종료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부국장은 필요의의가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히자 구체적인 근거를 내일까지 서면 서류로 제출하라고 한다. 엑스파일이 하는 일을 증명하기가 까다로워서 스키너 부국장이 고심하던 중, 감사원인 멀로이가 메릴렌드의 자택 앞에서 괴한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다른 사건들과 달리 스키너 부국장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는 고압적이고 직원을 갈구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나온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각종 업무 스트레스에 아내에게 잡혀사는 모습이 보여서 높은 직급의 고충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다소 현실성 있을 법한 미스터리 사건 속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어 보였다. 모든 걸 통계수치로 계산하고 그걸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통계라는 건 지금의 결과를 나타낸 것뿐이고 발전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빨리나오는 결과가 있으면 더디게 나오는 결과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다려주지 않고 실적이 좋지 않다 치부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인력, 그리고 노력을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땅거미_폴 크릴레이


 2015년 12월 21일 뉴햄프셔 주 캐슬 블러프. 킴 던컨은 동생과 동생 친구가 유명 소설 <땅거미>에 나오는 벰파이어를 직접 찾겠다고 숲으로 가는 걸 따라나섰다가 빛이 나는 형체를 목격하게 된다. 멀더는 벌써부터 이 사건을 접하고 소설작가가 연관되어 있다 짐작하고 스컬리와 캐슬 블러프로 향하는데...

 연대나 작중에서 멀더와 스컬리의 대화만으로 봐도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계속 나오고 있는 벰파이어 연애물을 소재로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벰파이어 연애물을 우려먹는 현실을, 실제 모티브이자 오컬트 속의 잔혹한 벰파이어를 이용해 비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벰파이어물의 초기작인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도 연애적인 요소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드라큘라>에서는 연애가 진실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마찬가지인 점과 스컬리가 멀더에게 이런 걸 왜 보냐면서 까는 걸 보면 거의 확정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시점이 가장 최근이라 그런지 각종 풍자나 비판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던가,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하는 것 등, 문화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점은 현대의 문화가 지나치게 과소비 형태라는 지적으로 보였다. 문화의 과소비가 무슨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도 보면 곳곳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후속이나 외전, 스핀오브, 거기에 리부트라는 명목으로 다시 만드는 경우와 만화화, 드리마화, 소설화도 많다. 문제는 제대로 된 퀄리티나 색다른 구성을 보여준다면 모를까, 기존에 있던 걸 우려먹으며 신작이라 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거기에 퀄리티를 신경쓰지 않고 구성을 바꾼답시고 작품 성격을 파괴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런 걸 가지고 과소비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해야 할까.


외계인에 대한 사랑_스테판 페트루챠


 1997년 10월 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비숍빌에 도마뱀 인간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떠난 멀더가 실종된다. 멀더를 찾기 위해 비숍빌로 떠난 스컬리는 마을에서 촬영된 각종 영상과 사진을 분석하면서, 멀더가 늪지 같은 곳에 굴러떨어지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멀더가 묵었던 방에서 단서를 찾던 스컬리에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접근해 멀더가 위험하다고 알리는데...

 멀더가 실종상태로 나와서 대체로 스컬리 위주로 진행되는 파트다. 그렇다보니, 스컬리 다운 현실적인 감각으로 진행됨과 더불어, 멀더의 음모론적인 감각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컬리도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중 주연이 스컬리, 거기에 서술자도 스컬리다 보니 멀더와 같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내적인 면이 많이 나타나 보였다. 특히 멀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평소 멀더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점을 언급하는 부분이 많아서 멀더와 스컬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앞서 외계인을 다룬 <리틀힐의 짐승>과 또 다른 관점으로 외계인을 나타내서 외계인에 대한 회의론과 스컬리가 음모론을 부정하는 근거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상상력 결핍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획일화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또한 멀더의 음모론적인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생기고 때로는 지나친지 알 것 같았다. 음모론에 빠져 있지만, 사실 멀더는 그 속에서 뭔가를 찾고 싶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땅굴 쥐_브라이언 킨


 스키너 부국장은 스트레스인해 조깅을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그 날도 여느때와 똑같이 조깅을 나가던 중, 멀더의 사물실을 들리게 된다. 빈 사무실에서 멀더가 조사하던 것들을 확인하던 스키너는 워싱턴 D.C. 하수도의 미지 생물로 인한 사망 사건 기사를 발견한다. 그런데 마지막 신문기사 사진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의 전우를 발견한 부국장은 조깅을 그만두고 현장으로 떠나는데...

 스키너 부국장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단편이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에서는 FBI 내부의 일과 다소 현실적인 과학 미스터리 사건이었다면, <땅굴 쥐>는 스키너 부국장의 개인적인 면이 들어나고 멀더가 딱 좋아할만한 미스터리 사건이다.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미국에 영향을 크게 준 것인지 느껴졌다. 현재 스키너 부국장의 몸상태라던가, 참전 당시의 상태를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인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비록 사건은 미스터리 괴물 사건이긴 하지만, 어쩌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이들이 돌아와서도 상당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나타낸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간간히 전쟁 참전자가 범죄를 일으키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이들도 이 정도인데, 베트남에 갔던 이들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였다.

 전쟁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났다해서 괴물이였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괴물이된 자신을 원래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는 건가.


앨패소로 돌아가면 내 목숨은 보잘 것 없겠지_키이스 R. A. 드칸디도


 1994년 4월 3일. 콜트 수사관은 텍사스 주 앨패소에서 이어지고 있는 살인사건 때문에 스키너 부국장에게 불려간다. 콜트 수사관은 모방범이라 주장하지만, 벌써 5명의 범인을 체포했음에도 살인은 계속이어지고 있어 스키너 부국장은 멀더와 스컬리를 투입하기로 결정한다. 곧 새로운 용의자가 체포되지만, 그는 전혀 혐의점이 없었고 그가 찍힌 CCTV 영상에 나온 사람도 그와 판박이로 닮은 다른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제 3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내용이라 그런지, 멀더와 스컬리를 상당히 평가절하 하는 묘사가 많았다. X파일에서 멀더와 스컬리가 어떤 일을 하고 경험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 콜트 수사관은 상당히 독선적인 FBI라 오직 자만심 투성이다. 그덕에 유독 멀더가 많이 질책 받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앞서 나온 다른 단편에서는 그냥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종결되고 고위직에서 은폐하고 그만이었지만, 여기서는 수사과정에서 온갖 증거나 용의자가 있었음에도 결국 미스터리로 종결된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은 똑같지만 구체적인 사건의 모습이 있는 상태로 미스터리가 되는 것이라 뒷맛도 크게 떨떠름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이 끝나는 것보다 뭔지는 알고 미스터리로 끝내는 것도 좋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