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작별 트래비스 맥기 Travis McGee 시리즈
존 D. 맥도널드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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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드보일드 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은편은 아니나, 어떤 스타일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보았다. 대걔 독고다이 같은 느낌에, 트릭이나 기발한 살해방법 보다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와 거기에서오는 온갖 사연을 다루고, 때로는 범인과의 직접적인 난투도 벌어지는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트래비스 맥기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래비스 맥기는 여느 때처럼 자신의 하우스보트에서 여유로운 삶을 보내던 중, 친하게 지내던 댄서인 추키로부터 한 의뢰를 받는다. 추키의 친구인 캐서린은 애인이었던 주니어 앨런이 자기 아버지의 숨겨진 유산을 가지고 도망쳤고, 그걸 찾아달라는 것인데...
 이 트래비스 맥기라는 인물을 살펴보자면 몸 좋고 친절하며, 굳이 돈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트래비스가 하는 일이 상당히 뒤가 구린 일이기 때문에 굳히 좋은 사람이라 하기도 뭐하다. 그럼에도 그는 상당히 낭만적인 인물이다.
 다른 하드보일드와 마찬가지로 독고다이 같긴하나, 우울한 분위기와 반대로 뭔가 자유로운 영혼인 마냥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시적인 표현으로 아름답게 장식된다. 그가 도시에서의 생활상을 보며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쓰고, 하우스보트가 있는 선착장에서는 생생하고 활기찬 표현을 많이 쓰는 걸 보면 더 그렇다. 사건해결을 위해 거친 방법도 쓰긴 하지만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였다. 거기에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보면 사건 관계자들의 사연은 듣는 걸로 끝나는데, 트래비스는 그 관계자들의 상처를 치료해주기까지 한다. 그 상처란, 바로 마음의 상처다.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다.

 트래비스의 매력?을 더 말하자면 작중에서 여자를 많이 만나지만, 마초스러움 없이 상당히 친절하게 대하고 여성적인 매력을 추구하기 보다는 거친 세상에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누구에게 너무 의지하며 살지 않기를 추구한다. 또한 그는 상대를 동정한다는 셈치고 드라마틱한 걸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잘못된 점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고 질책한다.
 내용구성은 대체로 사건 관계자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부분이 많아서 도대체 주니어 앨런은 언제 잡는 거냐고 답답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트래비스가 행하는 낭만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의 행보를 보면 낭만을 잃은 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뭍어나 있었다. 그 나이대에 가장 낭만적이게 사는 모습을 상상한 것과 현실의 모습을 비교하고, 자기의 일과 관련이 많은 인물이라면 더욱히 개인의 낭만을 지켜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트래비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 하드보일드 탐정치고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라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낭만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은 낭만을 잃은 자들에게 그들을 위한 낭만을 되찾아주고, 다시는 낭만을 잃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한다. 그 부단한 노력 때문에 자기 자신의 낭만마저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트래비스는 다시 일어서서 다른이들의 낭만을 위해 다시 의뢰를 나설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이번 한 번으로 트래비스를 보내기에는 아까운 기분이 많이들어서 후속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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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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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개인이 느끼는 미칠듯한 절망감이 반영된 주관적인 비현실과 그 절망감의 영향으로 점차 흔들리는 현실이 교차 되면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게 한다. 절망노트에는 사건도 있고, 그걸 수사하는 인물도, 그리고 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다치가와 숀은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은 계속해서 같은 반이 된 고레나가 일당이다. 거기에 집에 오면 어머니는 직장을 다니고 아버지는 비틀즈에 빠져서 이 모양 이 꼴이라는 생각 뿐이다. 그래서 숀은 날마다 자신의 분풀이를 늘어놓는 절망노트를 쓰고 있다. 날이 갈수록 따돌림의 강도가 심해질 즘 숀은 한 바위를 방에다 가져다 놓고 '오이네프기프트' 라는 신으로 믿기 시작한다. 그 후, 숀을 괴롭히던 고레나가 일당이 차례차례 죽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보통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과는 달리 사건이 주체로 보이지 않고 절망적인 한 인물의 생활상이 주체로 보인다는 점과 사건해결보다는 이 인물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는 점이다. 그 동안 보아온 추리소설들과 비교해보자면 거의 일상물처럼 느껴질 법도 하지만, 따뜻한 일상이라면 모를까 살기 싫을 정도의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사건이라 해야겠다.
 그런데 안 그래도 여기저기 예측하기 힘든 요소가 많은데 여기에 또 하나 혼란을 주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다치가와 숀이 만들어낸 초자연적인 요소, 일명 오이네프기프트 님이다. 보통 추리소설과 약간 다른 느낌의 현실적인 일상에 초자연적인 요소라니. 이쯤되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따돌림이다. 지금도 학교 폭력이 문제라는데,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잔혹한 일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감정이입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니. 또 그걸 아는 입장에서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자들을 본다고 하면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타치가와 숀이 느끼는 절망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개인의 절망적인 내면과 현실을 오가면서 가까워지는 것은 범인이 아니었다. 온갖 절망을 쏟아내며 얼룩진 개인의 눈에 비친 세상과, 실제 현실에서 개인이 평가한 인물의 진실된 모습을 보며 이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게 된 더 직접적인 근원이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알게 됐다고 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만들어진 절망과 현실의 진정한 절망의 차이를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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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호러 1
로버트 블록 외 지음 / 서울창작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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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나왔던 책 치고는 상당한 파괴력이 느껴졌다. 괴물 같은 상상력에서 나온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괴물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거기에 최근에 타계하신 H.R 기거의 그림들이 들어 있어서 각 단편들의 기괴한 분위기를 살리기 좋았다.

 책 뒷편에 있는 역자 후기를 보면 그 당시에 낸 책 치고는 각 단편과 작가들에 관한 해설과 대체적인 평가들이 실려 있어서 그냥 무작정 만든 단편 모음집 수준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실려있는 작가들의 다른 작품은 어떨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흉폭한 입_고마쓰 사쿄

 분노에 찬 한 남자가 세상을 파괴할 짓을 한다며 공헌한다. 그래서 그가 준비한 것은 자동수술기계와 각종 양념과 요리재료인데...
 아마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 이루어지는 내용인데, 이 단편 하나로 장편에 가까운 충격을 주는 수준이라 심히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그 동안 사람의 본질을 다룬, 폭력적이고 분노에 찬 공포를 많이 봤지만 이건...
 또한 인공장기에 대한 혐오스러운 이면도 같이 볼 수 있었다. 부분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교고쿠 나츠히코의 망량의 상자에서 나온 것처럼, 사람의 모든 것을 기계로 대체한 모습 만큼 손대면 안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선사시대_르네 레베테즈-코르테스

 어느 날부터 사람이 집단적으로 결합돼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점차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해가는데...
 집단이라는 개념을 이런식으로 기괴하게 나타낸 건 처음보았다. 딱 B급 공포영화인 휴먼센터피스를 제대로 표현하면 이럴 것 같다.
 집단이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하면서 사람 사이의 개인과 집단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도 집단에서 개개인의 생각이나 존재가 의미 없어지고 집단 그 자체로 기능하는 요소가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집단이 제 기능을 하냐 못하냐 일 것이다. 개인보다 못한 집단이라면, 그리고 그 집단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제 2의 새로운 선사시대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공개증오대회_스티브 알렌

 한 스타디움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스타디움 한가운데에는 죄수가 있고 시장은 사람들에게 죄수를 증오하라고 하는데...
 새로운 선사시대가 집단이라는 개념을 진화형태로 표현했다면, 공개증오대회는 집단의 정신적 공유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나타나 있었다. 이전 작품보다 충격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은 없으나 집단이 개인을 죽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미래적인 것이라 그런지 다소 섬뜩했다.
 원래 직접적인 상해보다 감정적인 상해가 치료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은 가. 한 개인이 감정적 상처를 입으면 후유증이 남을까 말까 하는데, 집단, 그것도 한 도시의 전체, 더 크게 확장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감정적 상해를 준다면, 그 상해가 실제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하다.

샌드킹_조지 RR. 마틴

 사이몬 크레스는 거친 애완동물을 보면서 유희를 즐기는 불한당이다. 어느 날, 크레스는 새로운 애완동물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샌드킹이라는 걸 보게 되는데...
 미래적 배경으로 지능적인 동물로 인해 벌어지는 재난 같은 인재가 벌어지는 내용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인간이 오만하게 신의 행새를 하다가 맞는 파멸을 보면서 신이라는 건 함부로 행세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으로서 생명을 다스리는 게 인간이 장난으로 생각할 것이 아닌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을 원망하는 생명들이 직접 그 신을 대면할 때 일어날 참극이 실로 끔찍하다고 밖에 말할 게 없다.

지옥으로 가는 열차_로버트 블록

 철도원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거리를 떠돌던 마틴은 한밤 중 역에서 의문의 기차에서 내린 차장을 만나 인생을 건 거래를 하게 되는데...
 그 동안 봤던 단편들 중에서 가장 잔잔하고 가벼운 내용이었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언제일까. 또 그걸 자각할 수는 있을지. 행복하다 생각하지 못하고 산다면 그거야 말로 지옥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해도 결국 행복이란 무엇일까, 는 쉽게 정의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쉽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온갖 실패로 인한 생지옥이 펼쳐지기 이전, 그러니까 그 실패하기 이전의 과정이라면 행복한 시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옥으로 가는 열차가 바로 모두가 염원하고 바라는 행복인 것일테다.

90억 가지 신의 이름_아서 C. 클라크

 티베트 수도승이 컴퓨터를 구입하러 미국을 방문한다. 목적은 90억 가지의 신의 이름을 효율적으로 적기 위해서라는데...
 종교와 과학(또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으로 지옥으로 가는 열차만큼 전개가 잔잔하나 작가가 작가인 만큼 스케일이 장난아닌 충격적 진실이 숨겨져있다.
 작중 나오는 컴퓨터가 마크 V인데, 이게 당시로서 가장 빠른 컴퓨터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컴퓨터로는 얼마나 빠르게 일이 벌어진다는 건지 상상이 안간다. 아마 먼 미래에는 1초도 안 되는 속도로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가 자각하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게 가능하다는 걸까...

만약 피에 주린 살인마가_로버트 셰클리

 전장에서 사망한 군인이 수술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그런데 자기를 살린 게 잘못이라면서 화를 내는데...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은 정말 꿈의 기술일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전쟁에 쓰인다면 어떨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현실을 보면서 인간이 도구로 전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만약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못한다면...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일지.

제로아워_레이 브래드버리

 밍크는 아침부터 침략이라는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밍크의 엄마는 새로운 놀이를 하는 자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으로 알지만, 알고보니 그 침략이라는 놀이는 미국 전역에서 아이들이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순수함이 역으로 작용하는 듯한 분위기로 평화로운 일상에서 외계의 침략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보통 외계침략물을 보면 대체로 성인들이 동조하는 경향을 보았다. 그들은 명예를 가지고 협조하는 편이 많지만, 여러 행위들이 의심을 사기 시작하면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아이들에게 시키면 어떻게 될까? 그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놀이 정도로 밖에 취급받지 못할 것이다.

해리슨 버거론_커트 보네커트 2세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 조지 버거론과 부인은 텔레비전을 보던 중,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된 아들 해리슨 버거론이 방송국에 나타나 자신이 황제라고 주장하는걸 보게 되는데...
 현대에 만연해진 평등의 의미가 과연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나 소나 평등, 평등을 외치고 다니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당하게 요구하는 평등이 있는 반면 부당하게 요구하는 평등도 있을 것이다. 그런걸 다 들어주는 평등이 있다면 아마 이런 세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평등만큼 끔찍한 것은 없을지 모른다. 만인이 외모도 평등, 능력도 평등, 힘도 평등, 심지어 생각까지 평등해진다면 그야말로 숨막히는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싶다.

블러드 차일드_옥타비아 버틀러

 틀릭인이 지구인을 소유물로 다루는 시대. 하지만 토이틀락의 지구인 보호 운동으로 보호구역도 지정되는 등, 지구인과 틀릭인 간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머니는 토이틀락을 혐오스럽게 보는데...
 마치 에일리언을 고차원적인 논쟁거리로 다룬 내용처럼 보였다. 영화 속의 에일리언은 거의 짐승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혐오스러워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만약 에일리언이 사람과 같은 지능에 사람을 존중해주고 공존까지 바란다면 어떻겠는가.
 인간의 본능적인 자기방어에서 나오는 혐오감정과 가족과 같은 친근한 감정이 대립하는 걸 보며, 이렇게 어려운 논쟁은 난생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배자라던가, 무지막지한 외계 괴수라면 차라리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가족처럼 지내고, 나를 존중하며, 나의 건강과 안위까지 신경써주는 외계생명체라면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까?
 외계에 대한 공포로 실려 있지만, 침략이라던가 지배적인 느낌보다는 외계와 인간 사이에서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적인 공포라고 생각한다.

도시_레이 브래드버리

 2만년 동안 잠들어 있던 흑요석 도시. 이곳에 방문자들이 찾아오고 도시는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상당히 코스믹스러운 느낌의 단편이었다. 마치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이라던가, 아컴이 통째로 살아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식민지 개척 당시 원주민을 학살한 개척민 사회를 비판한 것처럼 느껴졌다. 개척지의 원주민들이 학살당하고 텅 빈 땅만 남는다. 그 땅은 그저 허허벌판이겠지만, 알고보면 원주민들을 기억하고 개척민들이 벌인 이들을 목격한 산 증인이다. 만약 땅이 원주민들의 복수를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신천지의 악몽_F.L 월레스

 개척행성에 도착한 개척민들에게 첫 날 아침부터 입고 있던 옷들이 전부 소멸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이윽고 범인은 행성에 가장 많이 분포된 설치류였으며 개척민들은 이들을 어떻게든 몰아내려 하는데...
 외계인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외계에 대한 공포를 느낀 내용이었다. 외계를 배경으로 해서 그렇지 거의 생물의 진화를 다룬 공포나 다름없었다.
 지금의 우리도 그렇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문제는 이 진화라는 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행된 것인데, 환경이 변화 할 때마다 그에 맞춰서 바로 진화하는 생물이 있다면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화 끝에 나올 생명체란 과연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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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돼지가면 놀이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6
장은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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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면 놀이

 어릴 때부터 몸이 성치 않았던 나는 자신의 재력을 들먹이며 떵떵거리는 할아버지로 부터 6.25 시절 방문했었던 펀치볼이라는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듣게 되는데...
 6.25를 배경으로 한 사건을 다룬 내용으로 산간지역의 척박함과 고립감 속에서 나타난 충격적인 광경이 정말 놀라웠다. 무엇보다 미지와 실체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면서 뭐가뭔지 알 수 없게 만든 분위기는 돼지가면 놀이의 섬뜩한 부분적 실체는 전쟁보다 더 참혹하다는 감상을 느끼게 했다. 공포로서 돼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지만, 여기서 들려오는 꿀꿀 소리를 듣다보면 돼지가 이렇게 무서운 동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제목과 작중 언급되는 돼지가면 놀이가 어쩐지 인터넷에서 본 괴담인 "소의 목"이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이걸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숫자 꿈

 언제나 현실을 추구하던 회사원 강에게 어느 날부터 의문의 숫자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걸 읽고 정말 별생각이 다 들었다. 진짜 이게 무섭다고, 공포라고 생각하고 쓴 게 맞는지. 거기에 내용에 나온 것 대부분이 어디서 많이 본 것들 투성이라 짜집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뭘 보고 이걸 공포소설이라고 선정한 건지. 단편선 사상 최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내용도 그렇게 긴장감 있지도 않았다. 이런 죽음의 예언 같은 내용은 죽음을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등의 긴박함이라던가, 예상도 못한 죽음에서 오는 섬뜩함이나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을 법 한데, 이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냥 단조롭고 진부하기만 할 뿐이다. 그냥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게 설정했는지 알려주기 위해 단편소설을 쓴 것 같은 느낌이다.
 문방구에서 파는 공포모음집이 더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당 아들

 무당 어머니의 손길을 피해 교도관으로 취직한 영민. 첫 근무 날, 영민은 순찰 도중 18번 방에서 목을 매단 수감자를 목격하게 되는데...
 교도소를 배경으로 현실범죄에 대한 고찰을 느끼게한 내용이었다. 교도관이 어떻게 근무를 하는지, 대체로 교도소가 어떻게 돌아가는 구조인지 잘 나타나 있었다. 다만, 너무 세세한 감이 약간 있어서 살짝 지루할 뻔했다.
 내가 봤을 때는 제목과 내용이 큰 괴리감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무당 아들이라는 제목과 교도소, 그리고 현실 비판은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처음에 무당 아들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귀신 얘기라고 확신했는데, 알고보니 성격이 전혀 다른 내용이였다. 그래서 이 무당 아들이라는 요소를 빼고 교도소 관련 내용으로 계속 밀고 갔으면 어이없는 감상없이 충격적인 내용이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무당 아들이라는 요소를 유지하고 제목만이라도 교도소와 관련되게 했으면 좋을 것 같다.
아마 귀신 얘기인줄 알고 봤더니 갑자기 사회훈계가 나와서 많은 이들이 실망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관바리

 출장차 대전에 온 나는 비 속을 뚫고 어렵사리 낡은 여관의 방을 구하게 되고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딘가 전형적인 인터넷 괴담류 같은 느낌이나 단순히 느낌만 그럴 뿐이었던, 나름대로 신선한 내용의 공포소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크게 무서운 건 아니다. 허름한 여관, 으스스한 느낌. 인터넷 상의 폐가체험 내용의 무서운 이야기 같은 글에서 많이 볼 법하나, 나름대로 작가 만의 스타일로 나타낸 공포가 보여서 그렇지, 이런 게 없었다면 숫자 꿈과 하등 다를게 없을 뻔했다.
 신선하다고 느낀건 토속신앙에서 다루는 가신(家神)이라는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신과 함께에서 나왔듯이 가신이라 해도 사연이 있을 것이고, 아무리 가신이라 할지라도 귀신은 귀신이기에 사람에게 공포를 주는 것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다.
 작가 소개란에 나온 말이 정말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낚시터

 금연 차 방문한 낚시터에서 나는 기묘한 생명체를 낚으려다 손가락 하나를 절단 당한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잘린 손가락은 집에 나타나고, 다시 손에 붙기까지 한다...
 작중 분위기라던가 느낌으로 봐서는 러브크래프트의 데이곤과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섞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외진 마을과 출처불명의 지역, 기묘한 사람들, 그리고 미지의 생명체. 거기에 결말까지 치자면 해안가 마을이 아닐 뿐이지, 거의 인스머스의 그림자 같기도 한다.
 문제는 이게 장점이면서 큰 단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 이건 인스머스와 비슷하다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수생괴물의 이미지라는 게 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데이곤처럼 느껴지는 건 내 개인적인 느낌인 것인지...

며느리의 관문

 재벌가의 며느리로 들어가게 된 은혜는 결혼식 전 회장님을 뵙기위해 동생과 함께 저택으로 향한다. 문제는 남자친구에게 돌아가셨다는 어머님이 살아있다고 듣는데...
 흔해빠진 재벌가 얘기 위에 SF스러운 공포를 뜸뿍바른 느낌이었다. 영생과 관련된 것이라 그런지 재벌가란 내용틀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는다. 기업가 내에서 바라는 영생을 뒤틀리게 나타낸 것 같은 느낌과 이 영생의 부작용을 보면서 사람의 기술이 언제든지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고 느꼈다. SF적인 공포도 공포였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신데렐라 같은 것이 현실에서도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도 나름대로 심적 압박을 주기에 충분했다.

헤븐

 아는 선배의 별장으로 향하던 중, 길을 잘못든 미라. 빗 속에서 차가 퍼져버린 상황에 근처 별장을 찾은 미라는 그 집의 부부와 집 안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는데...
 전형적인 외진 곳에서 마주친 미친 살인마의 집 같은 구조로 보이나 역시 매드클럽 소속의 작가분다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 동안 봐온 이 작가 분의 스타일대로 역시나 슬래셔 영화 같은 거침없는 느낌과 스릴은 여전하다. 흔히 이런 슬래셔 느낌은 공격하고 피하고, 반격하고, 또는 죽이고 하는 전개가 나오고 뒷마무리가 허술하게 끝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 분처럼 슬래셔 느낌을 유지하면서 뒷마무리까지 깔끔한 것은 처음 보았다.
 끝으로 한 사람의 트라우마를 이렇게 심도있게 표현한 것에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를 찾습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로 연결된 다섯 사람. 드디어 얼굴을 마주보게 된 이들은 정작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걱정하던 중,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예전에 발생한 캣쏘우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 느껴졌다. 긴박한 전개와 약간 스릴있어 보이는 느낌 끝에 있는 씁쓸하면서도 시원한 마무리가 일품인 것 같았다. 동물을 학대하는 자의 심리라던가, 동물을 애틋하게 여기는 사람들 간의 충돌로 이어지는 구성은 정말 좋았다. 그러나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는 스릴러로서는 모를까, 공포로서의 면모는 약간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토

 다이어트를 하던 나는 오래 전, 뚱뚱하던 친구가 살이 빠져 나타난 걸 보고 경악한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서 매일 역한 냄새가 나는데...
 현대에 다이어트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면서 공포로서의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내적인 요소가 공포로 작용해서 그런지 마치 크리처물 같은 상상하지 못한 공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흔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라서 식상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파리지옥

 동창회에 갔다가 필름이 끊기고 정신을 차린 나는 낯선 곳에 와 있었다. 집으로 가기위해 나는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가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는데...
 호스텔의 편의점 버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잔혹하고 끔찍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명백하나 심리적으로는 그 위치가 왔다갔다하는 걸 보면서, 인간의 추악함 그 자체를 볼 수 있었다. 마치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초창기 작품들처럼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공포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그대로 방심하는 순간 그대로 서서히 잔혹하게 죽여가는 파리지옥. 자연에서 보면 별거 아니게 보이겠지만, 이게 사람으로서 나타낸다면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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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고서 조금은 당황했다. 논리적인 면을 추구하는 추리에 마법이라니. 이건 뭐 지팡이로 뿅! 한 번하면 범인이 밝혀지고 끝! 아닐까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가 누군가. 온갖 개그요소가 난무하면서도 증명 가능한 추리를 내놓는 히가시가와 도쿠야 아닌 가. 말도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범인이 미리 나오고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는 도치형식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는 형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건 아니다.

  최근에 찾아보니 올해 7월 말 쯤에 이 인물들이 나오는 두 번째 책이 발간된 걸 보아 이카가와 시 시리즈처럼 시리즈 확정인듯 하다. 표지를 보면 딱 내년 여름에 나오면 맞을 것 같다.

 인물의 구성을 보면 역시 히가시가와 도쿠야 다운 인물들이라 할 법하다. 보라는 현장은 안 보고 쓰바키 경위의 신체부위에 집중하는 오야마다 소스케 형사, 그런 소스케를 나무라면서도 정작 본인도 수사중 삼천포로 빠지는 낌새를 보이는 쓰바키 경위, 거기에 말괄량이 마법사 소녀 마리까지...
 대체로 범인의 범행 행각이 도입부에서 먼저 나오기 때문에 서술자가 범인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범인의 내면 묘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트릭에 대한 느낌을 말하자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처럼 기발한 건 있어도 크게 거창한 것은 없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나오는 마리의 병크 아닌 병크가 좀 난무하는 바람에 수수께끼 시리즈보다 진지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가벼워도 이렇게 가벼운 건 없을 정도다. 이 마리의 병크 때문에 경찰이 범인에게 공격당하는 게 당연시하게 나오는 것도 허다하다.
 좀 특이하고 재미있고, 거기에 약간 웃긴 게 보고 싶다면 모를까...진지한 내용을 추구하는 분들은 재미는 커녕, 이게 뭐하는 지꺼리야! 장난해! 등등의 소리를 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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