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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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은 또 다른 세계를 염원하게 되는 것일까. 말도 안 되는 공상이나 허황된 생각이라는 말이 많지만, 다양한 이세계가 만들어지고 즐기는 이들이 있다는 건 그 만큼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이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단순히 눈요기 거리라던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건 현실이 가진 실질적인 문제점을 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라진 왕국의 성은 전반적으로 현실과 다른 세계로 떠나는 이세계물의 성격을 띄지만, 일본에서 많이 나오는 이세계물처럼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이세계물이 현실도피 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사라진 왕국의 성에서는 그게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오가키 신은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은행에 들렀다가 어린이들의 그림이 전시된 곳에 붙어 있는 한 오래된 성 그림을 발견한다. 너무나 사실적인 성 그림에 빠져들던 신은 그림 속에서 소리를 듣게 되고,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야만 움직일 수 있던 탓에 신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찾는데...

 


 

 그림 속 세계라는 이세계를 중심으로 해서 다소 판타지스러운 느낌이지만, 주연인 오가키 신의 성격이라던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크게 부각되는 편은 아니다. 이세계가 있으면서 현실의 비중이 높은 형태라 다른 이세계물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이세계에 대한 각종 설정, 환상적인 모습과 경이로움이 있어도 어딘가 제한적인 모습이라 결국은 모든 게 현실과 연관성을 지니게 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주연인물이 학생이고 나이 어린 인물들의 비중이 많게 진행되는 구성을 보면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연령대에 맞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두 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오가키 신을 상반된 역할로 설정한 것 같기도 하다. 성인들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나 환경적인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학생이나 어린 연령대의 입장에서는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학교에서의 문제를 비롯한 가족문제로 인해 고립되는 학생들, 거기에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까지. 이들을 현실이 도와주지 못하면 결국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지옥 같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다른 세계가 더 나을 것이다.

 이세계가 그림 속에 있다보니 그림에 대한 비중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그림과 이세계가 은근히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다. 사실적인 그림이 있으면 공상의 세계를 그린 그림도 있다. 그림은 창작자가 보고 느끼는 세계나 마찬가지니 있는 그래로의 현실을 그리더라도,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이세계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현실에 가까운 이세계라 한다면 바로 그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약간 아쉬운게 있었다면 너무 그림 속 세계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을 한 점이다. 아무리 이세계라도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짓고 싶었다고는 하지만, 판타지를 지나치게 현실로 만들려 하다보니 SF까지 섞여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해석을 만들어낸게 아닌지 모르겠다. 차라리 이세계는 이세계로 두고, 그 안에서 현실의 대한 문제를 논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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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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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IT 산업은 생활의 편리를 넘어 세계 곳곳을 연결해 주고 있다. 어린 시절 윈도우 98 당시의 인터넷을 시작으로 현재의 초고속 인터넷까지 접해본 나로서는 하루가 다르게 인터넷의 역할이 점점 커져가는 걸 새삼 느끼고는 한다. 그러다가 한 번 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인터넷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지금도 가끔 식 기지국이나 통신망이 망가져서 인터넷이 안 되거나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저 늘상 하던 SNS나 인터넷 통신망만 안 될 뿐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이보다 더한 일이 부수적으로 일어난 기록이 있다. 2006년 이란의 핵시설 시스템을 박살낸 미국의 컴퓨터 바이러스 무기 스턱스넷.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 당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몇 차례 일어난 한일 간의 사이버 전쟁, 각종 디도스 공격 및 정보유출 사건 등. 사이버 스톰은 현실에서도 몇 차례 일어난 사이버 대란이 심각하게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마이클 미첼은 아내 로렌과 아들 루크와 함께 뉴욕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웃의 척과 수지 부부, 경비원 토니, 러시아인 노부부 등. 다양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던 중,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전세계적인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 미국의 물류유통이 마비되고, 인터넷으로 작동되던 모든 시스템이 멈춘데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돌면서 뉴욕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이클과 아파트 주민들은 척이 남모르게 창고에 비축해둔 각종 장비들로 인해 어느정도 버티며 살아가지만, 강력한 눈폭풍이 뉴욕을 덮치고 설상가상으로 침입자까지 나타나면서 위기가 찾아오는데...

 종말소설이라 소개가 됐는데, 보통 종말하면 생각나는 범주와 차원이 달랐다. 영화나 소설에서 종말하면 핵전쟁, 자연재해, 치명적인 바이러스 같은 현실적인 것부터 외계침공이나 좀비 바이러스 같은 상상이상의 종말을 보여주면서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에 비해 사이버 스톰은 인터넷만 전부 망가지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회가 순식간에 무너지기 때문에 평소 우리 생활에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큰지 느낄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기 보다는 종말의 초기 상태에 가까워서 대부분이 생각하는 극단적인 분위기가 곧바로 나오지 않고 점차 나타나는 구성이다. 다소 침착한 모습이 많다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문명이 멈춘 시점부터 사람의 이성이 얼마나 버티는지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보니, 현대의 진보된 기술이 과연 발전에 해당되는지 의문스러워 지기도 했다. 인터넷 하나로 인해 모든 게 안 되고 이에 대처할 방법이 전무한데, 이럴 바에는 아날로그나 구식으로 분류된 기술들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터넷이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종말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곳곳에 현실의 사이버 보안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문제점이나 인터넷 통제, 중요 정보망 보안 허술 같은 문제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인 건 누가 인터넷을 책임지냐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고치는 인력은 많아도 실질적으로 인터넷의 상태를 관리하는 인력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점이다. 그 만큼 현실의 인터넷이 너무 무방비한 상태로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수 많은 인터넷 보안 관련 문제 속에서 과연 안전한 인터넷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안전을 위해 포기할 것에 대한 논의할 점이 많았다. 앞으로도 인터넷이 더욱 발전하고 다양한 시스템과 보안 기술이 나오겠지만, 발전하는 만큼 인터넷의 부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끝이 있는 만큼, 인터넷도 언젠가는 끝이 존재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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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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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가 지나치면 병이 된다고 한다. 굳이 균형을 이루는 게 아니더라도, 특정된 하나가 많아지면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생물학적으로 발생하는 질병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중독물질을 언급하는 것 외에도, 뭐든 이에 해당될지도 모른다. 수 많은 예가 많음에도 고충증은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걸로 가장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대기업 사원인 남편과 입시 준비에 들어간 중학생 딸과 함께 고급 맨션에서 사는 주부 마미. 부족할 것 없는 삶이지만, 무료함을 느낀 나머지 마미는 남편 몰래 세 명의 남자와 정사를 즐긴다. 비밀스러운 생활과 주부로서의 생활의 경계를 지키며 지내던 중, 정사를 즐기는 남자 중 한 명이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분위기는 국내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불륜 드라마 느낌인데, 그냥 치정 싸움이 전부였다면 충격적인 작품이란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성적인 부분을 상당히 수위 높게 표현한 것만으로도 보기 힘들게 하는데, 거기에 작가가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기생충이 소름 돋는 역할을 해서 고충증은 암흑 그 자체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이 음침하고 징글징글한 내용의 끝이 한없이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 이 가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아니면 도대체 무슨 사건인지 알고 싶어서?

 온갖 불쾌한 분위기 속에서 현대인들이 가지는 일종의 경멸 속에서 오는 모순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이 남아있다는 걸 낙후된 것으로 여기거나, 기생충이 생길 수도 있는 걸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생각한다던가, 알고는 있어야 할 성적인 걸 지나치게 숨기는 경향. 전부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는데, 사람도 원래부터 자연에서 진화했다는 걸 생각하면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릴 적 나쁜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사람이 특별하다는 인식이라면 외계인이라 불리고 싶다는 건가.

 소재도 소재였지만, 고충증에 나타난 미스터리 구성은 충격 그 자체였다. 분명히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범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인사건이라면 모를까 출처를 알 수 없는 사건이라는 미스터리로 진행된다. 그래서 사건의 주범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독자가 알아가는 게 관점이다. 여기에 인물들 간의 인상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까지 겹쳐서 멀쩡해 보였던 사람이 나중에 가서는 엄청 수상해 보이는 등, 그 누구도 평범해 보이지 않게 된다.

 에로틱하다느니 징그럽다느니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무섭게 보인 것은 태연한 척하면서 온갖 악의를 품은 사람이었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좋은 약품이나 건강요법에 매달리는 일이 흔한데, 정작 눈 앞 가까이 있는 것의 직접적인 위협에는 너무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 보였다.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위협은 그저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진짜 보이지 않는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 몸 안에 불청객이 들어오는 게 징그러운 일이지만, 우리 가족에 타인이 끼어드는 것만큼 징그러운 일이 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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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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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 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곳곳에 치킨집이 널린지는 꽤 되었다. 후라이드, 양념을 기본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마늘, 파닭, 간장, 매운맛 등등, 여러 바리에이션이 개발됐다.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고 다 좋아하지만 예전부터 특별히 먹고 싶었던 닭요리가 있었다. 미국에서 생닭으로 한 요리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모르지만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 것밖에 아는 게 없었다. 그냥 생닭을 구운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냥 굽고 튀기는 것 말고 특별한 맛을 내는 요리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와 비슷한 걸 유명 소설을 패러디한 치킨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냉장고 한 귀퉁이에 랩에 싸인채 있던 생닭, 치킨 양. 매력적인 '칼잡이' 씨가 냉장고를 연 순간 바닥에 떨어져 그와 첫 대면을 한다. 치킨 양은 칼잡이 씨의 매력에 빠져들고, 한 번도 고급스러운 요리가 되보지 못한 치킨 양을 위해 칼잡이 씨는 그녀를 고급스럽게 요리하기로 하는데...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는 소설 형식이지만 분명히 요리책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표현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무슨 닭 요리 하나를 하는데, 정말 쓸때없이 자극적이라서 실소가 나올 정도다. 게다가 자극적이라고 해서 선정성 있는 것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요리가 밑 바탕이라 그런 건 전혀 없고 읽다가 배가 고파질 뿐이다. 선정적이면서 정말 맛있는 묘사라 하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요리재료 생닭인 치킨양과 요리사 칼잡이 씨의 묘한 관계를 그려가는 과정이 참 맛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자극적이며 웃기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무슨 요리사가 상체를 들어낸채로 요리를 하지 않나, 생닭 주제에 손길을 느끼며 맛있게 요리되기를 바라지 않나. 거기에 요리를 해준다, 안 해준다 하며 밀당까지! 난생 처음으로 주방이 이렇게 야한 곳인지 생각도 못했다.

 요리사와 생닭의 말도 안돼는 자극적인 로맨스이긴 하지만, 튀긴 치킨이나 백숙밖에 몰랐던 닭요리의 세계가 다양하다는 걸 보여준다. 각 파트마다 요리법과 관련 있는 내용이라서 한 번 심심할때 거기나와 있는 요리법으로 닭요리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재료가 비싼 건 무리겠고, 각종 향신료가 입에 맞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고.

 다양한 닭요리 만드는 법을 접하고 싶거나, 요리사와 생닭이 주방에서 벌이는 일의 끝을 알고 싶다면 문제 없겠지만 비슷비슷한 표현이나 분위기에 취약한 경우라면 중반 쯤 가서 약간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패러디한 거라 그런지 반복되는 문구나 표현이 너무나 많다. 그나마 계속되는 요리 과정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패러디 대상이 된 소설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책이 나와서 읽어봤지, 그냥 요리책이었으면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요리할 때 참고할 책을 평소에는 읽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도 있었고.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닭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이렇게 많은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그렇다고 레시피만 나열되어 있는 요리책으로 내자니,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을 테고. 이런 생각 끝에 나온 것이 패러디 소설 겸 요리책으로 나온 이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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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 아무도 믿지 마라 Part A 엑스파일
애런 로젠버그 외 지음, 안현주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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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더와 스컬리가 주연이고 더빙 성우의 목소리도 익숙하게 알지만, 엑스파일이 나오던 시기가 어린 시절이라 엑스파일에 대해 자세한건 모른다. 그저 외계인이 나온다던가, 미스터리.. 그 정도 밖에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시즌의 드라마와 소설이 같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보면 엑스파일은 음모론을 주제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도 묘미지만, 멀더와 스컬리의 성향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한 몫하는 것처럼 보였다. 온갖 음모론을 들먹이는데 대부분 사건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거라 관심이 가는 멀더. 그걸 지극히 현실적인 근거로 반박하며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스컬리. 들어본 적도 없는 음모론을 줄줄 외는 멀더도 대단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해보이는 상황을 진짜 그럴사 하게 반박하는 스컬리도 대단했다. 또, 그걸 더빙 성우 목소리를 생각하며 읽으면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긴장증_팀 레본


 1994년 10월 12일. 데이나 스컬리는 새벽에 폭스 멀더의 연락을 받는다. 메사추세츠 주의 라이넛 사운드에서 발생한 아동 실종 사건에 관한 것이다. 실종된 아이들은 숲에서 발견 됐으나 긴장증상태였다는 게 관건이었다. 멀더와 스컬리는 실종 아동의 집을 방문해 아이를 살펴보다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발견하는데...

 음모론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들었는데, 유독 이 작품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추리에서 단편적인 흔적은 찾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증거 같은 중요한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숨기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사건수사 느낌이긴 했지만, 뭔가 단단히 막혀 있는 듯한 분위기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핵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도 미스터리 결말도 미스터리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방식으로 보면 전개과정에서 초반만 존재하고, 각종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결말이 있는 후반만 사라진 것이다.

 

리틀 힐의 짐승_피터 클라인스


 1995년 4월 14일. 미주리 주의 리틀 힐로 향하는 멀더와 스컬리. 리틀 힐은 한때 UFO가 자주 목격되던 곳이었는데, 냉동고에 얼린 외계인을 전시하는 농가가 두 곳 있던 것이다. 스컬리는 평범한 동물을 박제한 것이나, 플라스틱 모형이라며 멀더를 타이르지만, 그날 밤 처음 방문한 농가에서 외계인 탈주 사건이 벌어지는데...

 대부분의 작품에서 외계인이 마을을 습격하는 내용이면 공포스럽고 잔인하기까지 하는데, <리틀 힐의 짐승>에서 나오는 외계생명체는 그런 무서운 느낌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보통은 잘 생각하지 않은 법한 방식으로 외계인에 대해 접근한 것부터가 신선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가 일상에서 많이 있을 수 있는 경우이긴 하다. 보통 벌레를 무서워하면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저 벌레도 내가 무섭고 징그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까?

 낯선 것에 대한 방어 심리가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무작정 위협적인 것이라 여기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멀더가 단순히 외계인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것 같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_애런 로젠버그


 1994년 12월 12일. FBI 회계 감사에서 스키너 부국장은 엑스파일 종료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부국장은 필요의의가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히자 구체적인 근거를 내일까지 서면 서류로 제출하라고 한다. 엑스파일이 하는 일을 증명하기가 까다로워서 스키너 부국장이 고심하던 중, 감사원인 멀로이가 메릴렌드의 자택 앞에서 괴한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다른 사건들과 달리 스키너 부국장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는 고압적이고 직원을 갈구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나온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각종 업무 스트레스에 아내에게 잡혀사는 모습이 보여서 높은 직급의 고충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다소 현실성 있을 법한 미스터리 사건 속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어 보였다. 모든 걸 통계수치로 계산하고 그걸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통계라는 건 지금의 결과를 나타낸 것뿐이고 발전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빨리나오는 결과가 있으면 더디게 나오는 결과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다려주지 않고 실적이 좋지 않다 치부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인력, 그리고 노력을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땅거미_폴 크릴레이


 2015년 12월 21일 뉴햄프셔 주 캐슬 블러프. 킴 던컨은 동생과 동생 친구가 유명 소설 <땅거미>에 나오는 벰파이어를 직접 찾겠다고 숲으로 가는 걸 따라나섰다가 빛이 나는 형체를 목격하게 된다. 멀더는 벌써부터 이 사건을 접하고 소설작가가 연관되어 있다 짐작하고 스컬리와 캐슬 블러프로 향하는데...

 연대나 작중에서 멀더와 스컬리의 대화만으로 봐도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계속 나오고 있는 벰파이어 연애물을 소재로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벰파이어 연애물을 우려먹는 현실을, 실제 모티브이자 오컬트 속의 잔혹한 벰파이어를 이용해 비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벰파이어물의 초기작인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도 연애적인 요소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드라큘라>에서는 연애가 진실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마찬가지인 점과 스컬리가 멀더에게 이런 걸 왜 보냐면서 까는 걸 보면 거의 확정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시점이 가장 최근이라 그런지 각종 풍자나 비판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던가,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하는 것 등, 문화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점은 현대의 문화가 지나치게 과소비 형태라는 지적으로 보였다. 문화의 과소비가 무슨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도 보면 곳곳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후속이나 외전, 스핀오브, 거기에 리부트라는 명목으로 다시 만드는 경우와 만화화, 드리마화, 소설화도 많다. 문제는 제대로 된 퀄리티나 색다른 구성을 보여준다면 모를까, 기존에 있던 걸 우려먹으며 신작이라 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거기에 퀄리티를 신경쓰지 않고 구성을 바꾼답시고 작품 성격을 파괴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런 걸 가지고 과소비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해야 할까.


외계인에 대한 사랑_스테판 페트루챠


 1997년 10월 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비숍빌에 도마뱀 인간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떠난 멀더가 실종된다. 멀더를 찾기 위해 비숍빌로 떠난 스컬리는 마을에서 촬영된 각종 영상과 사진을 분석하면서, 멀더가 늪지 같은 곳에 굴러떨어지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멀더가 묵었던 방에서 단서를 찾던 스컬리에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접근해 멀더가 위험하다고 알리는데...

 멀더가 실종상태로 나와서 대체로 스컬리 위주로 진행되는 파트다. 그렇다보니, 스컬리 다운 현실적인 감각으로 진행됨과 더불어, 멀더의 음모론적인 감각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컬리도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중 주연이 스컬리, 거기에 서술자도 스컬리다 보니 멀더와 같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내적인 면이 많이 나타나 보였다. 특히 멀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평소 멀더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점을 언급하는 부분이 많아서 멀더와 스컬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앞서 외계인을 다룬 <리틀힐의 짐승>과 또 다른 관점으로 외계인을 나타내서 외계인에 대한 회의론과 스컬리가 음모론을 부정하는 근거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상상력 결핍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획일화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또한 멀더의 음모론적인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생기고 때로는 지나친지 알 것 같았다. 음모론에 빠져 있지만, 사실 멀더는 그 속에서 뭔가를 찾고 싶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땅굴 쥐_브라이언 킨


 스키너 부국장은 스트레스인해 조깅을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그 날도 여느때와 똑같이 조깅을 나가던 중, 멀더의 사물실을 들리게 된다. 빈 사무실에서 멀더가 조사하던 것들을 확인하던 스키너는 워싱턴 D.C. 하수도의 미지 생물로 인한 사망 사건 기사를 발견한다. 그런데 마지막 신문기사 사진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의 전우를 발견한 부국장은 조깅을 그만두고 현장으로 떠나는데...

 스키너 부국장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단편이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에서는 FBI 내부의 일과 다소 현실적인 과학 미스터리 사건이었다면, <땅굴 쥐>는 스키너 부국장의 개인적인 면이 들어나고 멀더가 딱 좋아할만한 미스터리 사건이다.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미국에 영향을 크게 준 것인지 느껴졌다. 현재 스키너 부국장의 몸상태라던가, 참전 당시의 상태를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인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비록 사건은 미스터리 괴물 사건이긴 하지만, 어쩌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이들이 돌아와서도 상당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나타낸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간간히 전쟁 참전자가 범죄를 일으키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이들도 이 정도인데, 베트남에 갔던 이들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였다.

 전쟁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났다해서 괴물이였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괴물이된 자신을 원래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는 건가.


앨패소로 돌아가면 내 목숨은 보잘 것 없겠지_키이스 R. A. 드칸디도


 1994년 4월 3일. 콜트 수사관은 텍사스 주 앨패소에서 이어지고 있는 살인사건 때문에 스키너 부국장에게 불려간다. 콜트 수사관은 모방범이라 주장하지만, 벌써 5명의 범인을 체포했음에도 살인은 계속이어지고 있어 스키너 부국장은 멀더와 스컬리를 투입하기로 결정한다. 곧 새로운 용의자가 체포되지만, 그는 전혀 혐의점이 없었고 그가 찍힌 CCTV 영상에 나온 사람도 그와 판박이로 닮은 다른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제 3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내용이라 그런지, 멀더와 스컬리를 상당히 평가절하 하는 묘사가 많았다. X파일에서 멀더와 스컬리가 어떤 일을 하고 경험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 콜트 수사관은 상당히 독선적인 FBI라 오직 자만심 투성이다. 그덕에 유독 멀더가 많이 질책 받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앞서 나온 다른 단편에서는 그냥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종결되고 고위직에서 은폐하고 그만이었지만, 여기서는 수사과정에서 온갖 증거나 용의자가 있었음에도 결국 미스터리로 종결된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은 똑같지만 구체적인 사건의 모습이 있는 상태로 미스터리가 되는 것이라 뒷맛도 크게 떨떠름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이 끝나는 것보다 뭔지는 알고 미스터리로 끝내는 것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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