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21세기 IT 산업은 생활의 편리를 넘어 세계 곳곳을 연결해 주고 있다. 어린 시절 윈도우 98 당시의 인터넷을 시작으로 현재의 초고속 인터넷까지 접해본 나로서는 하루가 다르게 인터넷의 역할이 점점 커져가는 걸 새삼 느끼고는 한다. 그러다가 한 번 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인터넷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지금도 가끔 식 기지국이나 통신망이 망가져서 인터넷이 안 되거나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저 늘상 하던 SNS나 인터넷 통신망만 안 될 뿐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이보다 더한 일이 부수적으로 일어난 기록이 있다. 2006년 이란의 핵시설 시스템을 박살낸 미국의 컴퓨터 바이러스 무기 스턱스넷.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 당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몇 차례 일어난 한일 간의 사이버 전쟁, 각종 디도스 공격 및 정보유출 사건 등. 사이버 스톰은 현실에서도 몇 차례 일어난 사이버 대란이 심각하게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마이클 미첼은 아내 로렌과 아들 루크와 함께 뉴욕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웃의 척과 수지 부부, 경비원 토니, 러시아인 노부부 등. 다양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던 중,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전세계적인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 미국의 물류유통이 마비되고, 인터넷으로 작동되던 모든 시스템이 멈춘데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돌면서 뉴욕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이클과 아파트 주민들은 척이 남모르게 창고에 비축해둔 각종 장비들로 인해 어느정도 버티며 살아가지만, 강력한 눈폭풍이 뉴욕을 덮치고 설상가상으로 침입자까지 나타나면서 위기가 찾아오는데...

 종말소설이라 소개가 됐는데, 보통 종말하면 생각나는 범주와 차원이 달랐다. 영화나 소설에서 종말하면 핵전쟁, 자연재해, 치명적인 바이러스 같은 현실적인 것부터 외계침공이나 좀비 바이러스 같은 상상이상의 종말을 보여주면서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에 비해 사이버 스톰은 인터넷만 전부 망가지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회가 순식간에 무너지기 때문에 평소 우리 생활에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큰지 느낄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기 보다는 종말의 초기 상태에 가까워서 대부분이 생각하는 극단적인 분위기가 곧바로 나오지 않고 점차 나타나는 구성이다. 다소 침착한 모습이 많다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문명이 멈춘 시점부터 사람의 이성이 얼마나 버티는지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보니, 현대의 진보된 기술이 과연 발전에 해당되는지 의문스러워 지기도 했다. 인터넷 하나로 인해 모든 게 안 되고 이에 대처할 방법이 전무한데, 이럴 바에는 아날로그나 구식으로 분류된 기술들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터넷이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종말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곳곳에 현실의 사이버 보안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문제점이나 인터넷 통제, 중요 정보망 보안 허술 같은 문제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인 건 누가 인터넷을 책임지냐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고치는 인력은 많아도 실질적으로 인터넷의 상태를 관리하는 인력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점이다. 그 만큼 현실의 인터넷이 너무 무방비한 상태로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수 많은 인터넷 보안 관련 문제 속에서 과연 안전한 인터넷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안전을 위해 포기할 것에 대한 논의할 점이 많았다. 앞으로도 인터넷이 더욱 발전하고 다양한 시스템과 보안 기술이 나오겠지만, 발전하는 만큼 인터넷의 부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끝이 있는 만큼, 인터넷도 언젠가는 끝이 존재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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