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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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은 또 다른 세계를 염원하게 되는 것일까. 말도 안 되는 공상이나 허황된 생각이라는 말이 많지만, 다양한 이세계가 만들어지고 즐기는 이들이 있다는 건 그 만큼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이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단순히 눈요기 거리라던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건 현실이 가진 실질적인 문제점을 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라진 왕국의 성은 전반적으로 현실과 다른 세계로 떠나는 이세계물의 성격을 띄지만, 일본에서 많이 나오는 이세계물처럼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이세계물이 현실도피 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사라진 왕국의 성에서는 그게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오가키 신은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은행에 들렀다가 어린이들의 그림이 전시된 곳에 붙어 있는 한 오래된 성 그림을 발견한다. 너무나 사실적인 성 그림에 빠져들던 신은 그림 속에서 소리를 듣게 되고,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야만 움직일 수 있던 탓에 신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찾는데...

 


 

 그림 속 세계라는 이세계를 중심으로 해서 다소 판타지스러운 느낌이지만, 주연인 오가키 신의 성격이라던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크게 부각되는 편은 아니다. 이세계가 있으면서 현실의 비중이 높은 형태라 다른 이세계물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이세계에 대한 각종 설정, 환상적인 모습과 경이로움이 있어도 어딘가 제한적인 모습이라 결국은 모든 게 현실과 연관성을 지니게 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주연인물이 학생이고 나이 어린 인물들의 비중이 많게 진행되는 구성을 보면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연령대에 맞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두 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오가키 신을 상반된 역할로 설정한 것 같기도 하다. 성인들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나 환경적인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학생이나 어린 연령대의 입장에서는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학교에서의 문제를 비롯한 가족문제로 인해 고립되는 학생들, 거기에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까지. 이들을 현실이 도와주지 못하면 결국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지옥 같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다른 세계가 더 나을 것이다.

 이세계가 그림 속에 있다보니 그림에 대한 비중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그림과 이세계가 은근히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다. 사실적인 그림이 있으면 공상의 세계를 그린 그림도 있다. 그림은 창작자가 보고 느끼는 세계나 마찬가지니 있는 그래로의 현실을 그리더라도,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이세계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현실에 가까운 이세계라 한다면 바로 그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약간 아쉬운게 있었다면 너무 그림 속 세계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을 한 점이다. 아무리 이세계라도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짓고 싶었다고는 하지만, 판타지를 지나치게 현실로 만들려 하다보니 SF까지 섞여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해석을 만들어낸게 아닌지 모르겠다. 차라리 이세계는 이세계로 두고, 그 안에서 현실의 대한 문제를 논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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