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쓴다 - 장르문학의 대가 기시 유스케의 엔터테인먼트 글쓰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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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책은 한 권 보면 전부 해결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몇 번을 다시 보는 일이 허다하고 다른 책도 보기 시작하면 몇 권 씩 쌓이게 된다. 그럼에도 뭐가 부족한 것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이 안 될 때가 허다하다. 이번에 읽은 글쓰기 책은 벌써 4번째다. 이번에는 필요한 걸 찾을 수 있을까.

 그 동안 글쓰기 책에 나타난 형식을 보면 작가가 되기 전의 일화나 과정이 나오고, 글 쓸때 환경이 이렇다, 스타일이 이렇다, 하는 게 대부분이다. 나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때때로 이런 것만 보고 어디서 노하우를 얻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내 스타일이랑 맞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어하는 부분은 빠져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종종있고. 장르소설을 쓸때와 다른점도 있고. 참고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보다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경우에는 다소 모호해지는 경향이 적잖이 있다. 더 많은 글쓰기 책을 읽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위 사례와 비교하면 기시 유스케의 작법서는 장르소설, 작가가 주로 쓰는 장르인 미스터리 부분에 맞춤이다. 게다가 세세한 부분이 굉장이 많은 편이다. 각 장마다 파트 별로 글 쓰다가 고민할 만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짚어준다.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본인이 쓴 소설에 나타난 사례를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소설을 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에게 딱이라는 생각이다. 파트가 나눠진 구성도 다 읽고 나서 다시 찾아보기에도 적합해서 좋다. 물론 다른 작법서처럼 작가가 되기 전 일화나 과정이 있긴 하지만, 각 파트에서 다루는 주제에 걸맞는 내용이라 평범한 일화를 다룬 에세이를 써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장 마지막에 있는 기교 파트는 쉽게 말하자면 재미있게 쓰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글쓰기 만큼이나 어려운 문제가 재미있게 쓰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을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재미있게 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재미있는 점은 소설 내용을 재미있게 쓰는 것 외에도, 작가 본인이 의욕을 가지고 재미있게 쓰는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름 글을 꽤 써 본 입장에서 글쓰는 과정이 재미없을 때를 수없이 겪어 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른 책에서는 힘들던 일화로 넘어가고도 남을 부분을 이렇게까지 나타낸 걸 보면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책이든 그렇겠지만 그 나라 사정에 맞게 쓰여지기는 하다. 이 글쓰기 책 역시 일본 사정에 맞춰진 부분이 많고. 그럼에도 뭔가를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의미가 전해지면 별 상관 없다는 생각이다. 사정이 다른 부분은 그에 맞게 내가 바꿔서 적용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글은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아무리 극찬받는 책이라도 나랑 안 맞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앞서 만난 글쓰기 책들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잘 맞지 않은 경우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내가 이 책이 좋다고 해서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맞지 않아서 형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은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나한테 맞는 걸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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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비행
가노 도모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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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여러 개를 써봤지만 완성도 전에 버려지거나 한낯 연습작으로 머문게 대부분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가 문제라기 보다는 어떻게 써야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그냥 편한대로 써서 퇴짜 맞은 경험이 많은 탓에 더 그렇다. 이럴 때는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던가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니면 내가 쓴 걸 보여주고 평가를 들어보고 싶다던가. 요즘은 이메일이 활성화 되어 있지만 과거 같으면 아마 편지로 보내고는 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처럼 말이다.

 마법 비행은 여대생 이리에 고마코가 세오 씨라는 사람에게 보낸 소설과 그걸 세오 씨의 시점으로 평가하는 구도로 진행된다. 대체로 고마코가 겪은 일상적 미스터리가 소설로 나타나고 작중에서 결론내지 못한 해답을 세오 씨가 추리하는 형태다.

 여러가지 이름을 가진 여자, 고가도로 기둥에 그려진 귀신들린 그림, 학교축제 도중 일어난 아이들의 UFO 소동. 크리스마스 이브에 밝혀지는 기묘한 편지의 진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단편 소설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시간 순으로 진행되고, 읽어나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연결고리가 생기기 때문에 하나의 소설로 볼 수 있다. 아마 편지 형태로 구성된 평범한 일상물이라 생각하고 봤다가 뒤에 가서 예상치 못한 전개가 나와 놀랄지도 모른다.

 대체로 일상물 답게 즐겁거나 또는 미스터리물 답게 특별한 일상이 나타나지만, 한편으로는 앞날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은연 중에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이 다가올 대학생 나이 대라면 더 공감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느 때 같이 일상은 계속 지나가는 와중에 곧 이런 나날이 끝날 것이라는 종착점이 보이고. 시간은 빨리가고 나 자신은 계속 멈춰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누구나 나이는 먹어가고 좋은 시절은 한 순간으로 지나간다. 그럴 수록 무언가는 되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뚜렷한게 없거나 이상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 비해 주변에서 주는 기대치는 한 없이 높다. 마치 다른 것이 되라고 하는 것처럼. 또, 무엇이 되야 하면 그 이전의 순간은 영원히 없어지는 것일까.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머나먼 과거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최선일까.

 나는 나이고, 나이 들어서도 변함이 없다. 철이 들지 않는 것이랑 나이 상관없이 즐기는 것은 다르다.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인생은 길이 정확하지 않은 미로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굳이 무언가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진이나 기록 속의 나와 현재의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고 여기는 이가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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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새의 비밀 - 천재변리사의 죽음
이태훈 지음 / 몽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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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환경이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지적권리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언제 어디서 훔쳐가도 모르고, 내가 먼저 시작해도 다른 사람이 앞서 빨리 등록해버리면 내 것이 아니게 되는 등. 이런 걸 가지고 보이지 않는 싸움, 전쟁이라고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세상. 이 특허 분쟁도 그 중 하나이며 이 싸움판 위에 변리사가 존재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골목길에서 변리사 송호성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강남경찰서 형사팀은 주변탐문 수사를 하던 중, 친구이자 동료 변리사 강민호의 수상쩍은 행적을 발견한다. 강민호는 살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와중에 주변을 돌아다니는 검은 그림자를 느끼는데...

 변리사 업계와 특허 분야에 관해서 자세히 나타난다. 저자가 업계 전문가이다 보니 복잡하지 않게 서술되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허가 경쟁적으로 흘러가고, 규모가 커지면 어떤 분위기인지 나타나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 부각되어 보인다. 솔직히 특허하면 그렇게 크게 생각한 편이 아니라서 상당한 규모의 스케일이 놀랍게 다가왔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주요 인물들 간의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보였다. 드라마와 추리를 담당하는 역할이 나눠져 있는 구성이 양쪽의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살리다가 추리 부분이 겉절이로 전락하는 경우를 자주 본 편이라 이 부분을 가장 좋게 본다.

 개인적으로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서 스토리 규모가 커지면 다소 뻔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한다. 앞에서 아무리 다르게 해도 그 뻔한 흐름이 조금이라도 눈에 띄면, 그 뒤는 조금만 생각해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산호새도 초중반에 약간 그런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살짝 걱정했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전혀 예상못할 전개가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워낙 양산형 스토리라인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런 오해를 하는 일이 잦아서 탈이다.

 다만, 중요 추리 부분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약간 아쉽긴 했다. 마지막까지 달려가는 스릴러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서 그 부분을 채워주기도 했지만 여기서도 약간 애매모호한 부분이 다소 있어 뭔가 시원스럽지 않다는 인상이다. 그래도 참신함이 강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할 여지로 둬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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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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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집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가지는 걸 볼 수 있다. 각각의 단편이 연관성을 가진다던가, 구성을 독특하게 한다던지. 한정된 분량이라는 특징을 이용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장편이라면 다시 찾아보기 힘든 걸 단편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편에 비해 다소 여러가지 실험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 책 역시 그런 구성이다.

 제목만 보면 범죄 미스터리물이지만 작가가 말한대로 장르가 다르고 관련성 없는 단편을 이어놓은 것이다. 미술에서 보면 콜라주라고 보면 된다. 관련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제목에서 왜 목 부러 뜨리는 남자를 언급하는지는 마지막 단편까지 보고나면 나름대로 알 수 있다.


1. 목 부러뜨리는 남자의 주변

-선과 악의 균형이라는 묘한 소재가 특징이다. 처음에는 한니발 렉터 같은 다소 이상한 살안마가 메인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생각보다 친절한 구석이 많아 그가 진짜 나쁜 사람인지 상당히 의문스럽다. 솔선수범해 악행을 저질러 더 큰 악행에 대비한다. 착한듯 하면서도 나쁜. 애매모한 이미지이지만 이런 행동의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연급 인물임에도 여러명의 제 3자의 시선에서 다룬 것도 이 살인마를 단순한 인물로 보지 않게 만들기 위한 구성으로 보인다. 


2. 누명 이야기

-피해자와 가해자가 겪는 무게의 차이에 대한 부조리를 다루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앞선 단편에서는 겉으로 판단하기 쉬운 요소의 균형을 다루었다면, 이 단편은 내적인 요소가 더해져 말 그대로 세상의 균형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다소 SF처럼 보이는 구성과 반전에서 이전 단편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3. 나의 배

-연애와 추리가 조화를 이루는 내용이라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연애 스토리 당사자의 나이 때문인지 더 몰입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탐정 역으로 나오는 구로사와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살리는 상당히 인상깊은 인물이다. 현실적인 탐정상에 도둑질에서 보여주는 생계적인 모습이 실제로 있을 법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4. 사람답게

-흔히 누구나 한 두 번쯤 언급할 천벌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볼 수 있다. 나쁜 사람에게 천벌을 내려달라는 염원은 어디서나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모두가 잘 안다. 이 때문에 신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걸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단편에서는 그 천벌에 대한 비유를 그럴싸하게 나타내서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무서움이 나오는 건 예상못했다.


5. 월요일에서 벗어나

-매스컴에 대한 나쁜 이미지와 구로사와의 도둑 활동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도둑치고는 너무 정직한 면이 많이 보여서 순간 생각난 이미지는 이거다. 이말년 시리즈 중 한 에피소드였던, 양심적인 도둑 조금만. 허를 찌르는 트릭이 돋보인 단편이기도 하다. 매스컴의 악의적인 부분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트릭으로 보이기도 하다.


6. 측근이야기

-역사적 배경과 호러를 같이 매치한 게 상당히 독특하다. 대수롭지 않은 평범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소름끼치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전개가 상당히 놀라웠다. 앞선 단편인 <사람답게>와 약간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 단편은 인간관계 부분을 다루었다는 생각이다. 천벌은 다소 간접적인 면이 없잖이 있어 보이는 반면 인간관계는 상당히 직접적이다. 그래서 이런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당장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를 천벌과 바로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이 가지는 앙심 중 뭐가 더 무섭겠는가.


7. 미팅이야기

-무슨 작법서에 나오는 예제처럼 서술되어 있어서 살짝 당황스러웠다.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잠시, 이 독특한 서술에 나름대로 적응했다. 이게 연애물인지 스릴러가 숨겨진 것인지 긴가민가 하면서도, 앞선 다른 단편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의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덤으로 이런 방법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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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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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하면 독자가 놀랄만한 큰 그림이 있는 것이 인상 깊게 남는다. 흔히 반전이라는 장치로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다소 막무가내로 시도하는 경향에 김빠지고 한물갔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제대로 만든 반전의 매력은 아는 사람은 안다. 보통은 입소문으로 유명해지기 마련인데 작가가 대놓고 공언했다면 그 만큼 자신만만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질극을 메인으로 한 이 소설에서는 과연 어떤 반전이 있을까.

 화이트 래빗은 납치, 인질극이 메인으로 나오는데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가는 걸 볼 수 있다. 주택가에서 벌어진 인질극. 이 인질극의 범인 역시 또 다른 인질극의 당사자. 여기에 우연히 끼어든 탐정 겸 도둑까지. 경찰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 눈으로 보기에는 전혀 답이 없는 이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를 해도 좋다.

 구로사와라는 인물을 여기서 처음봤는데, 큰 설명 필요 없이 착하면서 나쁜 놈으로 규정된다. 하는 짓은 나쁜데 정직하고 배려 있게 도와줄 건 세세하게 다 도와준다. 여기에 위트 있기까지. 이런 사람이 도둑이라는 게 참 웃길 정도다. 도둑에 탐정이라는 이미지만 보면 흡사 아르센 뤼팽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름을 날리고 다니며 고가만 취급하는데다 귀족스러운 거물급 대도와 비교하기에 구로사와는 소박하고 생계형에 가깝다. 오히려 정반대의 이미지라 봐야겠다.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농성전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제한시간에 요구사항은 진전되지 않고. 활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스릴도 보장한다. 여기에 중간중간에 시점을 바꾸면서 완급조절까지. 서술에서 각 장면마다 이렇다이렇다 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좀 참아달라 하는 센스가 있을 정도다.

 반전에 대해 말하자면 치밀하게 잘 만든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뜬금 없지 않고 치밀한 진짜배기다. 이 사건을 화자가 흰토끼 사건이라 부르는 것도 단순히 주범으로 알려진 우사키타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옛설화에 나오는 토끼는 대부분 흰색이다. 아니면 굳이 색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흰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는 특정 이미지의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많은 탓에 굳어진 일종의 각인효과 같은 것으로 본다. 어쨌든 이런 흰토끼를 생각하면 이 사건에 대한 비유로서 적절하게 보인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는 부분은 꽤 인상적이다. 요즘 나오는 다른 작품에서도 입체적인 범죄자가 나오긴 하지만, 화이트 래빗에서는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죄가 나타나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이를 설명하기위해 작중에 장발장과 레 미레자블이 자주 언급된다. 유명세와 달리 꽤 많은 분량으로 악명 높다고 나오지만, 어쩐지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라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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