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하면 독자가 놀랄만한 큰 그림이 있는 것이 인상 깊게 남는다. 흔히 반전이라는 장치로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다소 막무가내로 시도하는 경향에 김빠지고 한물갔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제대로 만든 반전의 매력은 아는 사람은 안다. 보통은 입소문으로 유명해지기 마련인데 작가가 대놓고 공언했다면 그 만큼 자신만만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질극을 메인으로 한 이 소설에서는 과연 어떤 반전이 있을까.

 화이트 래빗은 납치, 인질극이 메인으로 나오는데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가는 걸 볼 수 있다. 주택가에서 벌어진 인질극. 이 인질극의 범인 역시 또 다른 인질극의 당사자. 여기에 우연히 끼어든 탐정 겸 도둑까지. 경찰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 눈으로 보기에는 전혀 답이 없는 이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를 해도 좋다.

 구로사와라는 인물을 여기서 처음봤는데, 큰 설명 필요 없이 착하면서 나쁜 놈으로 규정된다. 하는 짓은 나쁜데 정직하고 배려 있게 도와줄 건 세세하게 다 도와준다. 여기에 위트 있기까지. 이런 사람이 도둑이라는 게 참 웃길 정도다. 도둑에 탐정이라는 이미지만 보면 흡사 아르센 뤼팽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름을 날리고 다니며 고가만 취급하는데다 귀족스러운 거물급 대도와 비교하기에 구로사와는 소박하고 생계형에 가깝다. 오히려 정반대의 이미지라 봐야겠다.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농성전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제한시간에 요구사항은 진전되지 않고. 활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스릴도 보장한다. 여기에 중간중간에 시점을 바꾸면서 완급조절까지. 서술에서 각 장면마다 이렇다이렇다 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좀 참아달라 하는 센스가 있을 정도다.

 반전에 대해 말하자면 치밀하게 잘 만든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뜬금 없지 않고 치밀한 진짜배기다. 이 사건을 화자가 흰토끼 사건이라 부르는 것도 단순히 주범으로 알려진 우사키타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옛설화에 나오는 토끼는 대부분 흰색이다. 아니면 굳이 색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흰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는 특정 이미지의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많은 탓에 굳어진 일종의 각인효과 같은 것으로 본다. 어쨌든 이런 흰토끼를 생각하면 이 사건에 대한 비유로서 적절하게 보인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는 부분은 꽤 인상적이다. 요즘 나오는 다른 작품에서도 입체적인 범죄자가 나오긴 하지만, 화이트 래빗에서는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죄가 나타나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이를 설명하기위해 작중에 장발장과 레 미레자블이 자주 언급된다. 유명세와 달리 꽤 많은 분량으로 악명 높다고 나오지만, 어쩐지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라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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