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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비행
가노 도모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여러 개를 써봤지만 완성도 전에 버려지거나 한낯 연습작으로 머문게 대부분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가 문제라기 보다는 어떻게 써야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그냥 편한대로 써서 퇴짜 맞은 경험이 많은 탓에 더 그렇다. 이럴 때는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던가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니면 내가 쓴 걸 보여주고 평가를 들어보고 싶다던가. 요즘은 이메일이 활성화 되어 있지만 과거 같으면 아마 편지로 보내고는 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처럼 말이다.
마법 비행은 여대생 이리에 고마코가 세오 씨라는 사람에게 보낸 소설과 그걸 세오 씨의 시점으로 평가하는 구도로 진행된다. 대체로 고마코가 겪은 일상적 미스터리가 소설로 나타나고 작중에서 결론내지 못한 해답을 세오 씨가 추리하는 형태다.
여러가지 이름을 가진 여자, 고가도로 기둥에 그려진 귀신들린 그림, 학교축제 도중 일어난 아이들의 UFO 소동. 크리스마스 이브에 밝혀지는 기묘한 편지의 진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단편 소설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시간 순으로 진행되고, 읽어나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연결고리가 생기기 때문에 하나의 소설로 볼 수 있다. 아마 편지 형태로 구성된 평범한 일상물이라 생각하고 봤다가 뒤에 가서 예상치 못한 전개가 나와 놀랄지도 모른다.
대체로 일상물 답게 즐겁거나 또는 미스터리물 답게 특별한 일상이 나타나지만, 한편으로는 앞날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은연 중에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이 다가올 대학생 나이 대라면 더 공감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느 때 같이 일상은 계속 지나가는 와중에 곧 이런 나날이 끝날 것이라는 종착점이 보이고. 시간은 빨리가고 나 자신은 계속 멈춰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누구나 나이는 먹어가고 좋은 시절은 한 순간으로 지나간다. 그럴 수록 무언가는 되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뚜렷한게 없거나 이상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 비해 주변에서 주는 기대치는 한 없이 높다. 마치 다른 것이 되라고 하는 것처럼. 또, 무엇이 되야 하면 그 이전의 순간은 영원히 없어지는 것일까.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머나먼 과거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최선일까.
나는 나이고, 나이 들어서도 변함이 없다. 철이 들지 않는 것이랑 나이 상관없이 즐기는 것은 다르다.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인생은 길이 정확하지 않은 미로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굳이 무언가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진이나 기록 속의 나와 현재의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고 여기는 이가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