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괴 1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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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늦은 밤 들려주던 무서운 이야기가 가끔씩 떠오르고는 한다. 짤막하고 갑자기 시작해서 갑자기 끝나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상당히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소는 언제나 산이었다. 늦은 밤, 산길을 걷다가 무언가와 마주쳤다. 산에 올랐다가 무언가를 봤다. 산에 무언가를 하러 갔다가 이상한 걸 보았다. 이야기 속에서의 산은 언제나 괴이한 것들이 넘쳐나는 미지의 장소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단순히 개발이 많이 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명맥이 끊겼다고 해도 될 정도로 들을 곳이 없거나 무관심 속에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추억의 한 장면으로 잊혀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감성과 생활환경 분위기 같은 것이 사라진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인터넷 서점에는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창작물 쪽에 해당되는 책이 아니다. 일본 산간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민속자료, 또는 각색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산속 괴이 체험담을 모아 놓은 실화 괴담집에 가깝다. 일종의 현대에 기록된 설화, 야담집이라 해도 되겠다. 꽤 옛날이야기라고 생각되겠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에게 전해 들은 경우를 제외하면 그렇게 오래된 편이 아니다. 차를 타고 다니고 고속열차가 어느 정도 다니던 40년 전이거나, 불과 몇 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건이 언급될 정도로 가장 최근에 해당되는 경험담도 있다(참고로 원서는 2015년에 출간됐다.). 이런 걸 보면 생각보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은 오랜 옛날이 아닌 지금도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대체로 직접 겪은 경험담이나 아는 사람에게 들었던 썰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기묘하고 섬뜩한 것이 있는가 하면 그냥 일상적으로 있을 법한 요상하게 웃긴 경우도 있다. 다만 공포영화나 괴물영화에 나올 법한 엄청난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려줄 법한 옛날 이야기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경험자들은 산간지역에 사는 현지인과 산을 잘 타는 전문가, 사냥꾼들이 다수다. 이런 점이 조금 신기해 보이면서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산악 관련 전문가들이 절대 산을 얕보면 안 된다고 매번 말하지만, 그 전문가들 역시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휘말리는 사례들이 종종 있으니 말이다.

주된 소재로 많이 나오는 것은 산 짐승(특히 여우, 너구리, 뱀 관련으로 많다.)과 기묘한 빛, 이상한 소리, 환각처럼 나타나는 처음 보는 길, 미스터리한 실종이다. 전부 산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할만해서 보기에 따라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이다. 재미있는 점은 주된 소재로 나온 것들 전부 서로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상한 소리, 처음 보는 길, 실종 같은 것이 여우나 너구리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형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원인을 하나로 뭉뚱그려 놓는 경우가 있는 가 하면, 어떻게든 현실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많다. 단순한 착각, 나름의 과학적 근거로 말이다. 그럼에도 설명되지 않은 모순이 남기에 진짜 뭔가가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실종 관련된 내용들은 좋게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조금 진지하다 못해 안타까운 사연이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에 실린 일화들은 전부 현지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실화다.

단순히 괴기한 실화 이야기라는 점 외에도 문화적인 요소를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산간지방의 생활상, 보통 사냥꾼과는 또 다른 일본 전통의 마타기 문화, 각종 법률적 제약이 없던 헤이세이 이전 엽사들의 모습, 야생동물의 분포 및 멸종된 동물에 대한 소문, 특유의 산악 종교 및 수행자, 유명한 절과 사당, 죽음을 알리러 온다는 다마시라는 존재, 간혹 언급되는 요괴 관련 내용. 진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의미와 비유적 표현 모두에 해당되는 것들이 전부 있으니까. 또한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통해 괴이한 이야기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나 기원을 추측할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실없어 보이는 옛 이야기들도 충분히 가치 있는 민속자료가 되는 것이다.

산과 관련된 이러한 이야기들을 보며 옛날이고 지금이고 자연의 경이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는 걸 느꼈다. 밤에도 빛으로 가득해진 현대에 여전히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공간. 같은 곳이라도 사람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주변 분위기가 달라지는 장소. 이런 탓에 개개인의 경험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겪은 일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경험한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경험해보고 싶어도 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귀중한 자산이다. 옛날에는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었기에 귀중함을 몰랐고, 현대에는 접하기 쉽지 않기에 무관심 속에서 귀중함을 모르게 됐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책처럼 작은 이야기들 하나하나를 모아 남긴다면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또 다른 이야기로 크게 발전해 나가는 초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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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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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을 보면 불합리해 보이는 것이 꽤 있다천한 계층이나 집안이라고 차별 당한다던가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비상식적인 의례 같은 것 말이다이런 것은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편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실제로 보면 많다환경적인 영향이라든지문화적인 이유라든지 하면서 말이다민속학이나 문화연구로 들어가야 좀 더 자세한 설명이 가능한 분야다옛날 풍습에 관심 없는 경우라면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일만하다보기에 따라 이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뭔가에 씌었다.


 소설 소재 조사를 위해 마귀 계통 가문이 있는 소류향의 가가구시 촌으로 향한 도조 겐야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윗집이라 불리는 가가치가에서 발생한 기묘한 살인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마을에서 신으로 여겨지는 허수아비의 삿갓과 도롱이가 걸쳐진 시체이후로도 똑같은 괴사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자 마을에서는 염매가 나타났다며 소란스러워 지는데...


 외딴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라는 형태는 상당히 오래됐고 지금도 여전히 쓰이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고는 한다뭐든 자주 접하게 되면 신기하던 것도 시시해지기 마련이니까그럼에도 이런 배경 설정이 언제나 마음에 드는 것은 특유의 괴기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특히 도조 겐야 시리즈 같은 경우는 단순한 기괴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포 분위기를 제대로 띄우기 때문에 뭐가 나올지 기대하게 한다.


 신령과 마귀라는 개념이 섞여 있는 듯한 기묘한 형태의 민간 신앙과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폐해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어서 꽤 흥미롭다민간 신앙 자체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현실적인 문제는 다소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치우칠 분위기에서 합리성을 강조해 중심을 잡아주는 형식이라 그렇다보통 전설이나 괴담 같은 요소는 사건의 배경 요소로만 쓰이는 정도인데 이 작품에서는 마을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속학적인 고찰을 깊이 있게 다룬다그래서 작중의 사건과 연관성 있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 요소로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교고쿠도 시리즈>와 비슷하게 다양한 전문 지식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았지만이런 부분 때문에 살짝 읽기 힘들 수도 있긴 하겠다.


 메인 괴이로 등장한 염매는 뚜렷한 이미지 없이 뭔가 인식하면 절대 안 되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묘사된다절대 보면 안 된다는 점이 여러 무서운 이야기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라 보기에 따라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하지만 허수아비라는 비유 대상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히 모호한 이미지까지는 아니다문제는 그것이 실제 모습이 아니라는 단순히 하나의 매개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불분명한 이미지에 하나의 예시를 만들어 놓음으로서 진짜 모습을 마주쳐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눈속임인 것이다그렇기에 가가구시 촌에서 뒤로 다가오는 누군가 느껴지면 자연스레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한편으로는 이 불가사의한 이미지가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전통을 나타낸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원래는 뚜렷한 이미지와 확실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시대의 흐름이나 환경의 변화 같은 이유로 본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기괴한 이미지만 남은 식으로 말이다.


 작중에서 벌어진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시점이 나뉜다고 하는데직접 읽어보면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느껴지긴 한다서로 다른 장소에서 개개인의 인물이 겪은 사건을 시점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고 난잡해지기 쉽다또한 이 시점이 나누어진 것이 작중 미스터리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단순히 번거롭게 서술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사실상의 밀실로 규명되는 여러 기괴한 사건 현장과 알리바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아니면 불가능하다이렇다보니 이 작품에서 쓰인 트릭을 약간 예상하기 쉬울 수도 있다좀 반칙 같이 보이는 면이 있지만 찬찬히 보면 제법 눈에 띄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잘못된 인습으로 인해 언젠가는 반드시 발생했을 재앙이라고 생각한다허례허식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득이 되고 다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특권을 독차지 한다고 할 수 있다이렇게 한 번 맛본 특권을 스스로 내려 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대체로 놓치지 않기 위해 악독한 짓을 하는 일이 더 많아서 그렇다웃기는 건 그런 식으로 지켜봐야 고립되고 추해지는 건 특권을 누린 자들이라는 것이다그야말로 신들리는 것처럼 흥해서진짜로 신들린 것처럼 망가져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정확히는 뭔가에 씌여서 세상 돌아가는 걸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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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람의 거리 Mystr 컬렉션 99
로버트 W. 챔버스/박종 / 위즈덤커넥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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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빈민가인 네 바람의 거리에 거주 중인 화가 세번. 어느 날 집으로 들어온 처음 보는 고양이와 자연스럽게 친해져 살펴보던 중, 주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누구인지 추측해 보게 되는데...

 

 간단한 괴담 이야기 구성이면서 음울하고 환상적인 묘사가 짙은 고딕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난한 예술가의 소소한 일상과 나름대로 낭만을 나타낸 것처럼 보이다가 점차 어두운 분위기가 강해진다. 세번의 경제 상황을 비롯해 네 바람의 거리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 낡고 오래된 거주지에 대한 묘사. 점점 어두운 심연으로 향하는 전개.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뒤틀린 낭만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퇴폐적으로 변한 예술이라 해야할지 모를 섬뜩함이다.

 

 앞에서 세번이 말하던 낭만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허상의 그림자 같은 것에 가깝다고 본다. 현실에서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환상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것은 내면을 갉아먹으며 결국에는 비슷한 것을 찾아내게 한다. 문제는 보통 사람이라면 들여다보지 않을 아주 어두운 어둠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세번과 고양이가 같이 있는 시점으로 한정되고 주변에 대한 묘사 역시 세번의 대화문으로만 나타나 있음에도 제법 흥미진진하다는 점이 대단하다. 특히 고양이의 주인에 대해 추측하는 부분은 살짝 탐정 소설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하다. 다만 논리적이기 보다는 그저 추상적인 예측에 가깝기에 흔히 생각하는 탐정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추리적 요소가 있어 보이는 흔적 정도라고 알아두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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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문학의 숲 17
에도가와 란포 지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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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의 역사가 긴 만큼 많은 작품들이 나왔고그 만큼 온갖 트릭들이 나왔다나올 것은 거의 다 나왔으니 더 이상 새롭게 구상할 것이 없다는 말이 자주 나올 정도다(원서로 1950년대에 나온 이 책에서도 언급된다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트릭은 거의 다 나왔다고.). 재미있는 것은 이럴 때마다 어떻게든 새로운 가능성과 재구성이 나와서 트릭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시대가 변해갈수록 트릭 역시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옛날에는 이런 건 반칙이라고 하거나 추리가 아니라고 여겨지던 것이 요즘에 와서 자연스럽게 쓰이고지금 보면 시시해 보이거나 역시나 반칙에 가까운 황당한 것이 그 당시에는 상당히 기발하게 보였다는 점에서 그렇다이런 부분에서 트릭을 참고하려 해도 시대적 차이 때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어디까지나 반드시 그렇다는 건 아니고 호불호의 문제긴 하다옛날 트릭을 보고 역사적인 접근 방식으로 추리 소설의 과거가 이랬구나 하면서 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추리 소설 초창기에 에도가와 란포가 트릭에 대해 정리해서 쓴 글이다대중적으로 보기 쉽게 썼다는 점에서 간단하게 기술된 부분이 많은 편이다이런저런 사정으로 언급만 하고 자세히 다루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추리 소설 트릭에 관해 가볍게 쓴 수필에 가깝다(실제로 서문에서도 저자는 이 책은 쉽게 쓴 수필을 엮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탓에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약간 시시하게 느껴지거나원하던 내용은 없고 뻔한 것만 있는 식으로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다를 수도 있다오히려 추리 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이나 다름 없다고 언급 되는 작가의 다른 글인 <유형별 트릭 집성>이 더 흥미롭게 보일 것이다.

 

 수많은 트릭을 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트릭에 대해 폭 넓게 보는 경향이 보인다종종 추리 소설에 쓰이면 반칙이라 주장하는 경우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에서 그렇다공정성을 논하는 건 추리 소설을 작가와 독자의 수수께끼 풀이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나오는 주장인데 그렇게 협소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추리소설의 규칙이나 법칙 같은 것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갈수록 트릭을 만들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규칙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도입하는 추세라고 하니까아예 억지스러운 것이나 비합리적인 것까지 좋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실제로는 불가능해 보여도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지 않게 그럴 듯하게 써서 독자를 납득 시켜야 된다는 것이다이게 작가의 역할이고그래서 탐정소설이 어렵다고 말한다이런 점에서 작가는 트릭을 현실성 문제보다는 가능성 문제로 보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꽤 다양한 트릭에 대해 다루는 한편으로 이 안에서 실제로 활용할 만한 것은 몇 개 되지 않아 보이긴 하다(암호 관련 부분은 <유형별 트릭 집성>에서 인용한 글이라 그런지 꽤 활용할만하긴 하다.). 저자의 말처럼 그냥 보면 유치하고 재미 없어 보이거나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렇다그냥 잊혀진 무명 작가의 작품이 아니고 지금도 꽤 알려진 작가의 작품에 나온 경우가 있어서 적지 않게 놀랄 만하다그 만큼 당시의 추리소설 트릭은 가능성에 중점을 둔 실험을 많이 했다는 걸로 보인다가능성을 넓게 보면 쓰지 못할 트릭이 더 많겠지만 그 안에서 그럴싸한 것이 발견될 수 있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물론 이와 별개로 반복된 사용으로 인한 진부함과 가능성을 너무 크게 보는 극단적인 발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거다단순하고 도저히 써먹지 못할 발상이라도 생각을 진전 시키면 하나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저자가 본인의 소설 하나를 예시로 들어 설명한 부분을 보면 기발함과 단순한 발상은 한 끝 차이일지도 모른다반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좋은 소재나 참신한 트릭이 있다 해도 글을 쓰는 사람이 재미 없게 다루면 못 써먹는 것은 똑같다는 말이다.

 

 트릭에 대해 다룬 책이지만 다양한 종류를 모아 놓은 사전이나 참고 글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일종의 방법론을 정리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트릭을 어떻게 구상해야 되느냐트릭의 범주를 어디까지 보아야 하느냐트릭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트릭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가트릭의 시초는 어디서부터인가등등편견이나 제한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트릭에 대해 논하기 때문이다특히 반 다인 식의 논조는 추리소설을 빈곤하게 만든다고 불만이라 하는 부분을 보면 얼마나 넓게 보는 시각이었는지 대충 알 수 있을 정도다앞으로의 추리소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걱정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옛 연구 기록이긴 하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다현재에서 무언가 떠오르지 않고 막혔을 때옛날 기록을 찾아보면 조언이나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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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의 눈 바벨의 도서관 8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최재경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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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의 세 기병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정부 기관 관리로 일하는 폰드 씨는 저명한 외교관과 함께 서로 잘 알고 있는 어느 지역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어떤 사건을 언급하게 된다그 지역에는 높은 둑이 하나 있고그 위에는 사람 하나 지나가기 충분한 좁은 길이 있었다사건이 일어난 당시 프로이센 영토였고 그 둑길을 지키기 위해 서쪽에 백마기병대가 주둔한 상황이었다그곳에서 발생한 사건이란 근처 마을에 살던 폴란드 출신 시인이 처형당할 뻔했다가 살아난 이야기였는데...


 제목을 보면 성경의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묵시록의 4기수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참고로 가톨릭에서는 묵시록이라 표기하고 개신교에서는 계시록이라 표기한다.). 내용을 보면 진짜 성경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 일종의 비유에 가깝다계시는 폴란드 시인의 처형기병은 프로이센의 백마기병대에 해당된다오래 전의 유럽 정치적 상황이 묘사돼서 살짝 어렵게 보이겠지만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서 걱정할 필요없다어디까지나 사건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중요한 것은 폴란드 시인이 극적으로 살아나게 된 사건이다.


 대체로 좁은 둑길에서 세 명의 기병으로 인해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이 일어난 과정을 다루고 그 전말을 짤막하게 정리하는 구성이다보기에 따라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고이걸 어떻게 파악할 수 있냐고 하겠지만 그 심리 부분을 매우 잘 다루었기 때문에 문제없다프로이센 시절의 독일군이 어떤 분위기였고 기병대 사령관이 어떤 신념을 가진 인물인지 상세히 설명한다단순히 내면 묘사 뿐만 아니라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이나 사소한 행동도 비유를 들어 상세히 나타내기 때문에 사람 한 명을 그림 그리듯이 묘사한다고 해도 될 정도다그렇다보니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이렇게 상세하게 묘사된 사령관 밑에 있는 병사들은 도대체 어떤 심리상태고 어떻게 행동할까문제는 사령관 이외의 인물들은 대부분 겉으로 들어난 모습만 있을 뿐내면이 어떤지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추리 외의 부분에서는 둑길 주변을 나타내는 장면과 둑길을 달리는 기병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묘하게 환상적인 색체가 강하게 느껴졌다그저 밤 중의 늪지대 풍경에 지나지 않는 배경에서 다른 세상의 원시 자연 풍경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원초적인 두려움에서 오는 듯한 불결함이 동시에 있어서 인간이 느끼는 자연에 대한 인상이 딱 이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기병 역시 하나의 사물로 묘사되어 체스게임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는 부분이 묘하게 보였다사건 자체도 다시 보면 체스나 다름 없긴 하다폴란드 시인이라는 킹을 잡기 위해 머리를 쓰는 프로이센군 사령관이라는 킹의 머리 싸움.


 작중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주장이 계속 나온다지나치게 올곧고 충심이 깊은 부하가 많으면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다뭔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긴 하다자신이 절대 틀리지 않고 그 어떤 잘못 없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리더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찬양 일색인 추종자들이런 곳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오고 너도나도 완벽하게 해낸다고 설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잘 될 일도 요상하게 꼬여버리지 않을까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은가.




이상한 발소리


 상류층들에게만 개방된 선착순제 사교클럽 형태로 운영하는 버논 호텔이곳에서 급하게 신부를 찾는 바람에 브라운 신부가 방문하게 되고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호텔 사무실 안의 작은 개인 방을 빌리게 된다거기서 브라운 신부는 어딘가 이상한 발소리를 듣게 되고 호텔 안에서는 고급 식기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브라운 신부의 순진>(원제목이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인데 Innocence의 뜻이 결백천진난만이다 보니 번역서에 따라 표기가 다른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다.)에 수록된 작품이다작중 내내 버논 호텔에 대한 부분을 꽤 상세하게 다루는 편인데사실상 그 당시의 상류층 귀족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나 다름없다평범한 사람은 절대 갈 수 없는 곳이라 브라운 신부가 우연히 방문하지 않았다면 화자가 알 길이 없었다는 둥온갖 불필요하고 허례허식인 것이 거기서는 멋과 고상함 그 자체라고 하는 등상세한 묘사 속에서 점잖게 돌려 까는 것이 예술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뭔가 거창하게 벌어진 사건처럼 보이나 트릭만 놓고 보면 엄청 사소하기 짝이 없다어느 정도 범인의 노력이 들어가긴 했지만 메인 트릭 자체는 현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어떻게 이런 걸 눈치 채지 못할 수 있는지 어이없게 보일 것이다뭐 어쩌겠는가그 당시 시대의 문화가 그랬다고 하니어쨌든 이 사소한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에서도 상류층에 대한 비판이 녹아들어 있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이걸 예술에 빗대어 무대장치와 배우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작동했는지 설명하며 앞서 말한 점잖게 돌려 까는 것의 정점을 찍어버리기 때문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브라운 신부가 발소리를 듣는 장면의 묘사 부분을 잘 보면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느낌이 있다점차 어두워지는 방과 우중충해지는 하늘의 석양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안에서 발소리를 분석하며 사색에 잠기는 브라운 신부어딘지 모르게 고해소에서 참회자의 고해성사를 듣는 모습처럼 보인다물론 이 소설이 추리소설인 이상 이렇게 봐야한다직접 죄를 고백하고 성찰하는 고해소와 달리 이 수상한 자는 신부가 직접 죄를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특이점이라면 고해성사를 들은 신부가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는 것처럼 왜 그랬는지 자세한 내막을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그저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서 어떻게 해결됐는지 설명하는 것이 전부다이것이 곧 브라운 신부라는 탐정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그래서 현실적인 사건 속에서 성격이 다른 것 같은 환상적인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스라엘 가우의 명예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브라운 신부는 친구인 탐정 플랑보가 어느 귀족의 죽음을 조사 중인 글랜가일 성을 방문하게 된다플랑보가 조사하는 것은 성주인 글랜가일 백작의 죽음이다백작은 그 동안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성을 관리하는 유일한 하인인 이스라엘 가우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으면 백작이 성에 없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그러던 어느 날백작의 시체가 담긴 관이 준비되고 묘지에 묻히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그 관 안에 있는 것이 진짜 백작인지 확인한 외부인이 전혀 없었다는 것인데...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브라운 신부의 순진>에 수록된 작품이다오래된 귀족 가문과 성이라는 배경 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고딕소설 같은 분위기가 먼저 느껴진다사실 사건 자체만 보면 그냥 관을 열어서 시체를 확인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하지만 브라운 신부를 비롯한 조사관들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들여다보며 글렌가일 백작이라는 인물에게 접근한다시체를 확인하기에 앞서 현장조사를 한다고 할 수도 있고 보기에 따라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혹시나 관을 열어서 발생할 충격적인 진실에 대비하기 위한 배경조사.


 사건 현장인 글렌가일 백작의 성과 그 주변에 대한 풍경 묘사가 꽤 웅장하다성은 마치 고딕소설에 나오는 음침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지고주변을 둘러싼 숲은 예스러움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자연의 무거움이 있는데다여기에 시시각각으로 거칠어지는 날씨까지 더해지니 흡사 종교 그림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보인다그런데 여기서 사건 해결부분에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확 밝아진다앞에 나왔던 섬뜩해 보이던 장소들은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신비로운 곳이 되고 이건 사건의 진실 역시 마찬가지다겉으로 보기에는 그 누구도 이해 못할 괴이한 사건처럼 보였지만실상은 지나치다 못해 병적으로 순수하고 바보 같기도 한 아름다운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아폴로의 눈


 친구이자 탐정인 플랑보의 새 사무실 보러 런던으로 향한 브라운 신부신축 아파트라 그런지 입주자는 플랑보 말고는 두 집단 밖에 없었다하나는 위층에 입주한 아폴로의 사제라 자칭하는 교주가 창시한 신흥종교 사원다른 하나는 아래층에 입주한 두 자매가 운영하는 타이핑 사무실이다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무렵아폴로의 사제가 태양을 향한 의식을 거행하는 중이었고 갑자기 아파트 안에서 엘리베이터 승강구로 사람이 추락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브라운 신부의 순진>에 수록된 작품이다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현실적인 사건인데도 태양을 숭배하는 신흥종교의 존재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분위기로 빠져들게 만든다여기에 아폴로의 사제와 브라운 신부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까지 더해져 때 아닌 종교관 대립이 발생하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사건이다그래서 이 사건이 비현실적인 사건이라고 하냐면 그건 아니다인자한 브라운 신부마저 추악하기 짝이 없다고 여기는 질 나쁜 범죄다.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와 근거 없는 고집이 어떻게 다른지 나타나 있다의지는 말 그대로 실현 가능한 것을 노력해서 이루는 것이다반면 고집은 노력해도 안 되는 것에 의미 없이 집착하는 것에 해당된다이렇게 보면 어딘지 모르게 서로 비슷해서 고집을 의지로 곡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노력해서 이겨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근거 없는 미신에 매달려 쓸 때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현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겨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그저 어리석고 오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과 관련된 신화를 찾아보면 동경하거나 잘못 다루어서 큰 피해를 입는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브라운 신부 역시 이렇게 말한다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숭배하는 일에는 잔인한 측면이 있다고작중의 사건도 이렇다고 할 수 있다보이는 그대로를 믿다가 추악한 진실을 보지 못해서 추락하고만 이카루스와 비슷하다고 말이다아무리 빛이 어둠보다 신성하다 주장해도 이런 식이면 해롭게 보일 뿐이다빛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어둠이 나을지도 모르겠다어둠 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먼저겠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에는 무엇이든 숨김없이 보이긴 한다성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말이다.




이르슈 박사의 결투


 프랑스에서 유명한 과학자인 이르슈 박사의 자택에 들이닥친 불청객 뒤보스크 대령그는 박사가 직접 개발한 기술을 독일 스파이에게 넘긴 증거가 있다며 난동을 피운다이르슈 박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실상 결투 신청을 하고이 사건을 조사하던 플랑보에게 뭔가 이상한 점을 들은 브라운 신부도 개입하게 되는데...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브라운 신부의 지혜>에 수록된 작품이다당대의 정치적 상황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서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첩보스파이 관련 사건으로 보일만 하다그러나 브라운 신부의 시선으로 보면 이렇게 정리된다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처럼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뚜렷한 의도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 진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두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이렇듯 사건 자체는 해결이 되지만 왜 이런 짓을 하게 됐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브라운 신부 역시 잘 모르겠다고 하니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과 거짓에 대한 생각지도 못한 논점을 제시해서 꽤 놀랍다보통 정보의 혼선이 생기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발생하고는 한다대체로 한쪽이 진실을 말하면 반대쪽은 거짓이라 주장하며 충돌하는 양상으로 말이다작중의 이르슈 박사와 뒤보스크 대령이 딱 그런 모습이다그런데 브라운 신부는 이런 소모적인 논쟁에 앞서 이렇게 말한다문제가 된 정보 안에 진실은 얼마만큼 존재 하느냐만약에 진실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다면 오히려 그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힌트가 된다그러니까 완벽한 거짓을 말하려면 그 만큼 진실을 많이 알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즉, 어설프거나 우연히 만들어낸 거짓은 일부가 사실이라도 나머지는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요즘 같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아주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상으로 심오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진실과 거짓의 대결은 현실적인 사건으로 시작해 뜻밖의 결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환상적이다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사건의 진의를 잘 모르겠다그저 진실과 거짓을 현실의 무게가 아닌 마술과도 같은 신비로움으로 보여준 특이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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