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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람의 거리 ㅣ Mystr 컬렉션 99
로버트 W. 챔버스/박종 / 위즈덤커넥트 / 2019년 5월
평점 :
파리의 빈민가인 네 바람의 거리에 거주 중인 화가 세번. 어느 날 집으로 들어온 처음 보는 고양이와 자연스럽게 친해져 살펴보던 중, 주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누구인지 추측해 보게 되는데...
간단한 괴담 이야기 구성이면서 음울하고 환상적인 묘사가 짙은 고딕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난한 예술가의 소소한 일상과 나름대로 낭만을 나타낸 것처럼 보이다가 점차 어두운 분위기가 강해진다. 세번의 경제 상황을 비롯해 네 바람의 거리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 낡고 오래된 거주지에 대한 묘사. 점점 어두운 심연으로 향하는 전개.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뒤틀린 낭만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퇴폐적으로 변한 예술이라 해야할지 모를 섬뜩함이다.
앞에서 세번이 말하던 낭만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허상의 그림자 같은 것에 가깝다고 본다. 현실에서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환상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것은 내면을 갉아먹으며 결국에는 비슷한 것을 찾아내게 한다. 문제는 보통 사람이라면 들여다보지 않을 아주 어두운 어둠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세번과 고양이가 같이 있는 시점으로 한정되고 주변에 대한 묘사 역시 세번의 대화문으로만 나타나 있음에도 제법 흥미진진하다는 점이 대단하다. 특히 고양이의 주인에 대해 추측하는 부분은 살짝 탐정 소설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하다. 다만 논리적이기 보다는 그저 추상적인 예측에 가깝기에 흔히 생각하는 탐정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추리적 요소가 있어 보이는 흔적 정도라고 알아두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