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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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을 보면 불합리해 보이는 것이 꽤 있다천한 계층이나 집안이라고 차별 당한다던가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비상식적인 의례 같은 것 말이다이런 것은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편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실제로 보면 많다환경적인 영향이라든지문화적인 이유라든지 하면서 말이다민속학이나 문화연구로 들어가야 좀 더 자세한 설명이 가능한 분야다옛날 풍습에 관심 없는 경우라면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일만하다보기에 따라 이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뭔가에 씌었다.


 소설 소재 조사를 위해 마귀 계통 가문이 있는 소류향의 가가구시 촌으로 향한 도조 겐야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윗집이라 불리는 가가치가에서 발생한 기묘한 살인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마을에서 신으로 여겨지는 허수아비의 삿갓과 도롱이가 걸쳐진 시체이후로도 똑같은 괴사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자 마을에서는 염매가 나타났다며 소란스러워 지는데...


 외딴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라는 형태는 상당히 오래됐고 지금도 여전히 쓰이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고는 한다뭐든 자주 접하게 되면 신기하던 것도 시시해지기 마련이니까그럼에도 이런 배경 설정이 언제나 마음에 드는 것은 특유의 괴기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특히 도조 겐야 시리즈 같은 경우는 단순한 기괴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포 분위기를 제대로 띄우기 때문에 뭐가 나올지 기대하게 한다.


 신령과 마귀라는 개념이 섞여 있는 듯한 기묘한 형태의 민간 신앙과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폐해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어서 꽤 흥미롭다민간 신앙 자체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현실적인 문제는 다소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치우칠 분위기에서 합리성을 강조해 중심을 잡아주는 형식이라 그렇다보통 전설이나 괴담 같은 요소는 사건의 배경 요소로만 쓰이는 정도인데 이 작품에서는 마을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속학적인 고찰을 깊이 있게 다룬다그래서 작중의 사건과 연관성 있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 요소로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교고쿠도 시리즈>와 비슷하게 다양한 전문 지식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았지만이런 부분 때문에 살짝 읽기 힘들 수도 있긴 하겠다.


 메인 괴이로 등장한 염매는 뚜렷한 이미지 없이 뭔가 인식하면 절대 안 되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묘사된다절대 보면 안 된다는 점이 여러 무서운 이야기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라 보기에 따라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하지만 허수아비라는 비유 대상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히 모호한 이미지까지는 아니다문제는 그것이 실제 모습이 아니라는 단순히 하나의 매개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불분명한 이미지에 하나의 예시를 만들어 놓음으로서 진짜 모습을 마주쳐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눈속임인 것이다그렇기에 가가구시 촌에서 뒤로 다가오는 누군가 느껴지면 자연스레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한편으로는 이 불가사의한 이미지가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전통을 나타낸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원래는 뚜렷한 이미지와 확실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시대의 흐름이나 환경의 변화 같은 이유로 본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기괴한 이미지만 남은 식으로 말이다.


 작중에서 벌어진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시점이 나뉜다고 하는데직접 읽어보면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느껴지긴 한다서로 다른 장소에서 개개인의 인물이 겪은 사건을 시점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고 난잡해지기 쉽다또한 이 시점이 나누어진 것이 작중 미스터리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단순히 번거롭게 서술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사실상의 밀실로 규명되는 여러 기괴한 사건 현장과 알리바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아니면 불가능하다이렇다보니 이 작품에서 쓰인 트릭을 약간 예상하기 쉬울 수도 있다좀 반칙 같이 보이는 면이 있지만 찬찬히 보면 제법 눈에 띄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잘못된 인습으로 인해 언젠가는 반드시 발생했을 재앙이라고 생각한다허례허식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득이 되고 다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특권을 독차지 한다고 할 수 있다이렇게 한 번 맛본 특권을 스스로 내려 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대체로 놓치지 않기 위해 악독한 짓을 하는 일이 더 많아서 그렇다웃기는 건 그런 식으로 지켜봐야 고립되고 추해지는 건 특권을 누린 자들이라는 것이다그야말로 신들리는 것처럼 흥해서진짜로 신들린 것처럼 망가져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정확히는 뭔가에 씌여서 세상 돌아가는 걸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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