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선입견이란 본질을 알아볼 수 없게 흐리는 대표적인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사회적 편견으로서 해석되며 확실한 맥락 없이 만들어진 결론으로 이어지고. 상세한 정보들은 뭔가 연결이 안 된다는 인상을 주며 혼란만 남겨서 그렇다. 그렇기에 무엇이 본질에 해당되고, 확실한 답으로 이어지는지 구분할줄 아는 것이 바로 탐정에 해당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선입견을 들먹이며 단정지을 때, 침착하게 곁가지가 무엇인지 골라낼 준비를 하니까.

뉴욕 프렌치 백화점의 신상품을 소개하던 쇼윈도룸에 전시된 접이식 침대 안에서 백화점 사장의 부인이 시체로 발견된다. 퀸 경감은 백화점 관계자들의 행적을 조사하는 한편으로, 엘러리는 프렌치 부인의 소지품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립스틱을 발견한다. 여러 의문점이 있지만 엘러리는 사건의 동기에 대한 부분을 주목하던 중, 문제의 립스틱 안에서 마약을 발견하게 되며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프랑스라는 국명을 테마로 잡은 것과 어울리게 지금으로 치면 재벌가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는 내용이다. 보통 재벌가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하면 벌써 많은 것들이 나오고는 한다. 집안 싸움. 재산 문제. 경영권 다툼. 부도덕한 사생활 문제. 초반에 주어진 단서들 역시 겉으로만 봐서는 너무 뻔하게 범인이라 유도하는 듯한 흔적이나 다름없기에 선입견 문제를 대놓고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흉기부터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까지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다보니 제법 긴장감을 조성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런 단서가 나오는 걸까. 이렇게까지 현장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할 정도면 범인은 어떤 사람인가. 사건 현장인 백화점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선입견에, 범인의 대략적인 인상까지 더해지니 사건이 굉장히 복잡하게 보일 정도다. 그렇다보니 탐정인 엘러리 퀸은 여기서도 매순간마다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기에따라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 만큼 정리를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선입견에 갇히기 쉽다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이 인상적인 소거법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라 언급되는데 확실히 그렇다.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엘러리 퀸의 시도를 보면 다소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두는 것을 볼 수 있다. 애초에 가능성이 없다 싶으면 과감하게 제외하고.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억지에 가까운 가정을 만들기까지 한다. 이걸 보며 진정한 편견 없는 잣대란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 요즘에 쓰이는 표현으로 치면 모두 고려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 무작정 전부 의심하는 방식은 아니다. 주어진 단서 안에서 범인에 해당되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모든 가능성을 여기에 맞춰보는 형식이라 소거법이란 어떻게 쓰는 것인지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예상치 못한 범인이 밝혀지는 놀라움과 사건의 규모에 비해 보기에 따라 마지막 엔딩이 허무하게 보일 수도 있다. 강렬한 인상과 별개로 확실한 처벌과 다소 거리가 멀게 보이는 마무리라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살인사건 부분으로만 끝내고 싶은데, 사건 규모 자체가 너무 커져버린 인상이라 적절하게 끊기 위해서는 이러한 엔딩을 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 잘못하면 메인으로 제시된 살인사건이 맥거핀으로 전략하고 전혀 다른 방향의 사건으로 전개될 위험도 없잖아 있고. 그렇게 되면 독자와의 대결을 추구하는 탐정소설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실책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이건 작가의 사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최선의 마무리라고 생각된다.

제목에 나온 파우더란 부분이 사실상 두 가지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놀랍기도 하다. 하나는 진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인 파우더. 다른 하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나 다름없는 파우더. 이러한 이중적인 상징을 부여한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고 한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여긴다. 두 파우더 모두 사건의 핵심에 도달하는 단서인 동시에 선입견을 가지게 하는 키워드에 해당되서 그렇다. 이전 작품인 <로마 모자 미스터리>가 단순한 증거물에 대한 부분을 나타내는 제목이었던 것에 비해 발전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을지도 모를 독자적인 해석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진실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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