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 개정판 미쓰다 신조의 집 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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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禍)를 자초하게 되는 건 어디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놓고 불길한 곳에 들어가 무언가를 자극했거나 조심하지 않은 결과라 생각하면 편하긴 하다. 남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조심해야겠다고 여기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화(禍)에서 말하는 재앙이나 액(厄)_'불행한일'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닥쳐오기도 해서 원인을 따져봤자 의미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무런 전조 없이 다가오니 대비가 불가능하고, 이미 벌어진 일을 돌아봤자 애초에 그게 조심해서 피할 수 있던 일인지 조차 알 수 없게 되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화란 의지와 집념을 가지고 무차별로 해를 끼치는 괴물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함께 도쿄 외곽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된 무나카타 코타로. 처음오게 된 동네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인상이라 불안을 느끼던 와중에 수상쩍은 장소를 발견한다. 하나는 어느 가문의 사유지였다가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게 된 숲. 그리고 밤만 되면 정체불명의 인기척을 느끼게 되는 자신의 집. 이사온 첫 날부터 알게 된 소녀인 레나의 도움을 받으며 이사 온 집에 대해 조사하던 코타로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전작이 외딴 곳에 있는 흉흉한 집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주택가 한가운데의 소문이 좋지 않은 집이다. 조금 더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도심 쪽이라 안심될 것처럼 보일 만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흉흉한 집이란 것은 오히려 사람이 많은 곳에서 흔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동네 이미지를 생각해 자세한 내력을 숨기거나 모른채 해버려서 잘 알려지지 않게 되버리는 것이다. 이번 작품의 집이 딱 그런 경우다.

국내 출간 순서상 2번째지만, 실제로는 집 시리즈 1권에 해당되는 작품이라 그런지 <흉가> 때보다는 다소 아쉬운 면이 느껴지긴 한다. 다소 정석적인 전개 방식으로 공포의 실체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구성면에서 뻔하다면 뻔하다 할 수 있고. 아무리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를 나타낸 것이라 해도 장황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심리적 두려움으로 인해 위축된 게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 자체가 벽창호 같다고 여겨질 정도로 답답하게 나타나는 편이라 그렇다. 이런 탓에 각 장의 수는 적어도 분량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전개가 시원하지 못하다고 느껴질 만하다.

아쉬운 것과 별개로 흥미롭다고 여긴 부분은 이 작품에서 다루는 공포 스타일이다. 대체로 공포란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하나는 귀신이나 괴물 같은 초현실적인 공포. 다른 하나는 살인마, 범죄 같은 현실적인 공포. 물론 이 둘이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자주 있어서 구분의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몰입하게 되는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라 이걸 소홀히 했다가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자주있다. 예시를 들자면 귀신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갑자기 현실 범죄사건으로 결론나는 경우 말이다.

이 작품은 초현실적인 공포와 현실적인 공포를 적절하게 섞은 동시에, 이렇게 흘러 갈 수밖에 없는 충분한 개연성을 제시해서 뜬금없다는 인상은 아니다. 조금만 관찰력이 좋으면 공포의 실체를 알아볼 단서를 금방 발견하기 쉬운 편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결론이 나는 것도 아니라서 마지막까지 계속 볼 수밖에 없다. 추리소설로 친다면 누가 범인인지 대충 짐작이가도 동기가 무엇인지 전혀 짐작가지 않는다면 추리가 완성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화(禍)란 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공포 스타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한다. 보통 재앙과 불행이라고 하면 현실적인 사건을 자연스레 언급하게 되고. 원인이 저주라고 한들, 현실적인 해악을 끼치는 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화(禍)는 시작이 뭐였든 간에 현실에서 멀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효과적으로 노릴 수 있는 부분이란 이거다. 화(禍)의 시작점. 즉, 와이더닛(Why done it)이다. 이렇듯 이 작품은 자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공포 미스터리에서 와이더닛을 아주 잘 활용한 경우라 생각한다. 이 와이더닛이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반전까지 남길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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