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정영목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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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뻔히 보이는 답을 두고도 헤매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단순히 시야가 좁다, 세심하지 못하다, 같은 평범한 이유로부터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논리적인 사고를 가진 이라도 무의식적으로 걸려들고 마는 덫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마냥 개인적 부주의로 여기기는 힘들다. 이런 부분은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아서 다시 되짚어 보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을 어디에서 놓친건지.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며 넘긴 건지.

사건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 아는 지인이 근무하는 네덜란드 기념병원을 방문한 엘러리 퀸. 의료 과장인 닥터 민첸은 오랜만에 만난 엘러리에게 이 병원의 설립자인 백만장자 노부인 에비게일 도른이 사고를 당해 수술 일정이 생겼다고 알린다. 그런데 수술이 시작되려던 상황에서 도른 부인이 누군가에게 교살당해 이미 죽어 있던 사실이 밝혀진다. 범행은 수술이 시작되기 직전에 벌어진 걸로 추정되던 중, 그때 도른 부인과 같이 있었던 간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집도의인 닥터 재니를 모방한 누군가가 들어왔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범인의 흔적과 명확한 단서가 제공되는 상황임에도 사건 자체가 쉽지 않게 흘러가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건 관계자 대부분이 명확한 진술을 피하는 면이 많고. 기본적으로 주어진 단서 그 이상을 제시해 주지 않아서 그렇다. 추가로 단서를 제시해주나 싶으면 그 만큼 의문도 늘어나서 대체 실마리를 잡기 쉽지 않다.

재력가이자 유명인사나 다름없던 인물의 죽음이라 그런지 관련자들을 통해 어두운 뒷사정이 많이 나타난다. 뻔하다면 뻔한 설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됨으로서 추리소설 구조상 쉽지 않게 된다. 사실상 가장 가까운 관련자 모두에게 혐의를 두게 되고, 여기에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더더욱 꼬여버리기 쉬워서 그렇다. 무엇을 가정하든 전혀 맞지 않게 되고. 그렇다고 전혀 맞지 않는 경우만 골라내려 해도 남는 것이 전혀 없게 되니 말이다.

모든 부분에서 철저한 벽을 세워 놓은 인상이지만 추리소설인 이상 답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국명 시리즈를 어느 정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언제나 독자와의 공정성을 따지는 특성상 반칙 같은 것 역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만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단서를 눈앞에 보여주고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이 소설은 그걸 제대로 실험하기 위해 나온 결과물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이렇게 대놓고 확실한 증거를 처음부터 보여주는데 알아보는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고.

사건 자체에 대한 감상으로 마무리를 하자면 그야말로 최소한 조차 남기지 않고 모든 윤리를 저버린 추악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범인에 해당되지 않는 사건 관계자 대다수가 가진 윤리적 문제와 비교해도 최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든지, 직업 정신이라든지, 가족으로서 지켜야할 연이라던지. 범죄를 저지르려면 무언가를 버리게 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된 경우는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이것 역시 뻔히 보이는 답을 두고 멀리서 헤맨 끝에 벌어진 일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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