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겨울에 다시 내가
강민채 지음 / 모모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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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헤어진 연인이 머지않아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흥미로운 가설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나였다면 어떻게든 살리려 애썼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의 죽음도 슬픈데, 5년을 함께한 연인이라면 그 마음은 더 간절하지 않을까.

친했던 친구의 유품인 노트북이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키며 미래의 기사를 검색할 수 있게 되고, 열음은 그 속에서 한봄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를 살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구해야 한다’는 목표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두 사람의 서사를 천천히 풀어가고, 주변 인물들의 관계 또한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이야기의 결을 풍성하게 만든다.

로맨스이지만, 나는 특히 열음의 삶에 더 마음이 갔다.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 채 하루 12시간을 온전히 쏟아붓는 작가의 삶. 마음과 몸을 다해 버텨내는 그의 모습에서 사회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보호자 없이 냉혹한 현실 속으로 내던져졌던 시간,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했던 마음이 떠올라 조용히 응원하게 되었다.

열음은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친구까지 잃으며 깊은 상실을 겪는다. 그럼에도 삶을 놓지 않고 묵묵히 살아낸다. 한봄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닮았다고 느꼈고, 그 결이 닿아 연인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으로 세상을 뒤집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 안에서, 상식적인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해나간다. 거창하지 않지만 진심 어린 선택들. 그래서 더 현실에 가까웠고, 내 삶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몰입도 또한 높았다. 한 번 손에 들자 끝까지 놓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들었다. 누적 조회수 1천만 회를 기록한 작가의 신작이라 더 재밌었다.

이 책은 겨울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거창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그래서 나 역시 이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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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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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 도장깨기로 선택한 책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읽으면서 점점 지쳐갔다. 작가가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조금은 우울하고 많이 가라앉는 내용 위주라 마지막 전까지 참고 읽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너무 침체되는 책이나 영상은 보지 않는 선택을 한다. 읽거나 보고나서 마음이 너무 가라앉으면 그 감정을 떨쳐내면서 힘이 드는 과정이 불편하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글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주제로 글감이 떠올랐고 그대로 글을 써보고 있다. 내가 몇년간 고민만 하던 일을 실천에 옮기게 해준 책이니 참고 다 읽어보려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 내가 아쉽다. 산문은 작가와 마음이 맞아야 편하게 읽히는 터라 내 취향 하나를 더 안 것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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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작별
김화진 외 지음 / 책깃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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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친했던 동갑내기 친척과의 멀어짐을 그린 ‘우연한 작별’, 죽은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VR 서비스 ‘에버 어게인’, 엄마의 납골당으로 향하는 자매의 이야기 ‘휴일‘, 튜터와 함께 시험을 치르는 미래 고등학교를 그린 ’너에게 맞는 속도’, AI보다 뛰어난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에이저‘, 온라인에서 학교와 직장을 대신하는 세계를 담은 ‘페페’까지. 단편집 《우연한 작별》에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작별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 작품들이 특별한 이유는 ‘작별’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각도에서 비추기 때문이다. 떠나는 사람,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는 사람, 남겨진 사람, 현재의 나와 결별하는 사람까지. 누군가는 원치 않는 이별 앞에 서 있고, 누군가는 스스로 선택한 작별을 감당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그 감정의 무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조차 결국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어렵다. 작별은 단순히 끝나는 일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다음으로 건너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흔들리면서도 각자의 속도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이 단편집은 작별을 과장하지도, 비극으로만 그리지도 않는다. 대신 조용히 말해준다. 누구에게나 작별의 순간은 오고,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것을 통과해 간다고. 애틋하게 안녕을 건네고 난 뒤,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다고.

이 책을 덮고 나니, 나 역시 언젠가 맞이할 또 다른 작별 앞에서 조금은 덜 두려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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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추는 소설 - 개와 고양이와 새와 그리고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금희 외 지음, 김선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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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타일 작가인 김금희, 모우어의 작가 천선란 등의 여러 작가들이 모여 인간과 가까운 동물들과 인간에 관한 단편소설집이다.
모든 단편이 내 스타일은 아니였는데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남는 단편은 <당신 개 좀 안아 봐도 될까요>와 <산후조리>, <바키타> 였다.
반려견 설기를 무지개다리로 떠나보낸 세미는 양요의 제안으로 휴대폰에 등록된 사람들 중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개를 보여달라고 연락을 하며 사람을 만난다. 개를 만나기 위해서 만난 사람들은 개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어느 순간 세미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과 세미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렇게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하는 세미의 이야기는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의 죽음과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산후조리는 시골마을에 작은 축사를 가진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였는데 큰 농가는 암소가 새끼를 낳다가 죽어도 크게 영향이 없지만 이런 작은 농가는 한마리 한마리가 소중해서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 생명에 대한 소중함 보다는 내 자산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 엿보여서 가축과 반려동물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바키타는 먼 미래에 외계인이 지구를 반려동물처럼 키우는 내용이었는데 인간이 지배당하는 모습은 지금 인간의 모습과 비교되며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여러 단편을 읽으면서 인간과 반려동물, 그리고 야생동물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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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던 어느 밤에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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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아이도 어른도 아닌 불안한 경계에 선 이들은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떤 순간에 머물러 있다.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속 아이들은 아홉 살에 잃은 친구를 가슴에 품은 채 자라왔다. 어른들은 잊으라고 말했지만, 그 슬픔을 충분히 나눌 기회는 없었다. 친구와도, 부모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한 채 죄책감과 그리움을 안고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기억도 떠올랐다. 열한 살 무렵, 병원에서 몇 달을 지내며 함께 놀던 한두 살 위 오빠가 세상을 떠났던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던 그 오빠가 결국 이식을 받지 못하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웃으며 놀아주던 그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숨죽여 울었다. 내가 크게 울면 엄마가 더 슬퍼할까 봐, 그때의 나는 내 마음을 꺼내놓지 못했다. 그 기억이 겹쳐지며 책 속 아이들의 슬픔이 더 깊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결코 쉽게 잊지 않는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때로는 단단한 돌처럼 굳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슬퍼할 수 있도록, 마음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어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무슨 일이든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 달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종종 자신의 마음을 감춘다. 울고 싶은 얼굴을 하고서도 엄마가 슬퍼할까 봐 참아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끝에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며 아이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화내거나 “너는 몰라도 돼”라며 입을 막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여러 번 다짐하게 되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가을과 유경, 그리고 균이가 잘 자라주기를,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무탈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꽃님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는 이번에도 깊이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지, 그 다음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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