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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던 어느 밤에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8월
평점 :
열아홉 살. 아이도 어른도 아닌 불안한 경계에 선 이들은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떤 순간에 머물러 있다.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속 아이들은 아홉 살에 잃은 친구를 가슴에 품은 채 자라왔다. 어른들은 잊으라고 말했지만, 그 슬픔을 충분히 나눌 기회는 없었다. 친구와도, 부모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한 채 죄책감과 그리움을 안고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기억도 떠올랐다. 열한 살 무렵, 병원에서 몇 달을 지내며 함께 놀던 한두 살 위 오빠가 세상을 떠났던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던 그 오빠가 결국 이식을 받지 못하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웃으며 놀아주던 그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숨죽여 울었다. 내가 크게 울면 엄마가 더 슬퍼할까 봐, 그때의 나는 내 마음을 꺼내놓지 못했다. 그 기억이 겹쳐지며 책 속 아이들의 슬픔이 더 깊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결코 쉽게 잊지 않는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때로는 단단한 돌처럼 굳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슬퍼할 수 있도록, 마음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어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무슨 일이든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 달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종종 자신의 마음을 감춘다. 울고 싶은 얼굴을 하고서도 엄마가 슬퍼할까 봐 참아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끝에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며 아이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화내거나 “너는 몰라도 돼”라며 입을 막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여러 번 다짐하게 되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가을과 유경, 그리고 균이가 잘 자라주기를,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무탈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꽃님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는 이번에도 깊이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지, 그 다음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