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작별
김화진 외 지음 / 책깃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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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친했던 동갑내기 친척과의 멀어짐을 그린 ‘우연한 작별’, 죽은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VR 서비스 ‘에버 어게인’, 엄마의 납골당으로 향하는 자매의 이야기 ‘휴일‘, 튜터와 함께 시험을 치르는 미래 고등학교를 그린 ’너에게 맞는 속도’, AI보다 뛰어난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에이저‘, 온라인에서 학교와 직장을 대신하는 세계를 담은 ‘페페’까지. 단편집 《우연한 작별》에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작별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 작품들이 특별한 이유는 ‘작별’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각도에서 비추기 때문이다. 떠나는 사람,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는 사람, 남겨진 사람, 현재의 나와 결별하는 사람까지. 누군가는 원치 않는 이별 앞에 서 있고, 누군가는 스스로 선택한 작별을 감당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그 감정의 무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조차 결국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어렵다. 작별은 단순히 끝나는 일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다음으로 건너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흔들리면서도 각자의 속도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이 단편집은 작별을 과장하지도, 비극으로만 그리지도 않는다. 대신 조용히 말해준다. 누구에게나 작별의 순간은 오고,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것을 통과해 간다고. 애틋하게 안녕을 건네고 난 뒤,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다고.

이 책을 덮고 나니, 나 역시 언젠가 맞이할 또 다른 작별 앞에서 조금은 덜 두려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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