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고 생각하고 씁니다 - 워킹 에세이
정선원 지음 / 이은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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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담은 책이라니, 읽기 전부터 마음이 끌렸다. 게다가 작가가 걸어온 길 중 절반 이상은 나도 걸어본 곳이라 더욱 정이 갔다.
도시를 여행하듯 걷는 것이 취미라, 여유가 될 때마다 계절에 맞는 길을 찾아 훌쩍 떠나곤 한다. 그래서 책 속 동네들의 풍경이 유난히 익숙하고 반가웠다.

작가는 그저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늘 여정의 끝엔 가족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향한다. 여름에 걸을 땐 물을 준비해도 모자라 결국 여러 병을 사 마신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다. ‘얼린 물을 챙기셨으면 좀 덜 힘드셨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르게 정겨운 미소가 지어졌다. 자주 나가 걷다 보면 가족의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동네의 맛있는 음식을 사 오는 사람이라면 그 눈총마저도 은근히 기다림이 되었을 것이다.

오래 걷다 보면 다리와 발목이 아파오지만, 통증을 이겨내고 계속 걷는 작가의 뚝심이 인상 깊다. 그는 ‘걷는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마음의 변화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걷는다는 건 몸을 움직이는 동시에 머리를 쉬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걷는 동안 에너지를 채우고, 삶의 소소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곧 단풍으로 물들 서울의 거리를 걸어보고 싶어졌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떠나 커피 한 잔과 간식으로 짧은 가을을 만끽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
이 책은 문득 걷고 싶게 만드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하루를 선물하는 워킹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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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언덕에서 세계 문학 단편선
헤르만 헤세 외 지음, 유영미 외 옮김 / 다정한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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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오 헨리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여름 언덕에서』는 읽는 내내 여름의 향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폭풍으로 모든 것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 느닷없이 사랑 고백 편지를 받게 된 기혼자의 당혹스러운 하루, 완벽한 도시를 떠나 남자의 고향 시골로 향하는 도시 그 자체인 신혼부부의 여정, 한여름의 꿈 같은 시간을 보내던 남매와 소년의 사연, 하숙집 청년의 돌이킬 수 없는 순간, 그리고 마지막의 유쾌한 단발 사건까지 단편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고전 특유의 난해함 대신 편안한 몰입감을 주었다. 간혹 고전을 읽다 보면 문체나 사고방식이 낯설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이 책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만큼 번역이 매끄러워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여름의 폭풍과 열기 같은 강렬한 순간들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단발’에서는 웃음과 함께 여름을 훌훌 털어내듯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을 때 마음이 후련했다.

여름이란 그런 계절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다가도 눈부시게 찬란하고, 모든 것을 앗아가듯 사라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 있는 계절. 『여름 언덕에서』는 그런 여름의 모든 얼굴을 담아낸 단편선이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여름’이라는 계절이 지닌 젊음과 생동감,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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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초등 경제 신문 2 - 문해력과 경제 상식을 동시에 키워주는 하루 한 장 초등 경제 신문 2
김선.윤지선 지음, 퍼핀 감수 / 매경주니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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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생활 속 가까운 미세플라스틱이나 포켓몬빵 등 친숙한 주제로 구성되었다면, 2권은 ‘나, 우리, 나라, 국제, 환경, 문화, 미래와 과학’의 일곱 가지 영역으로 주제를 넓혀 한층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기사 하단에는 낯선 용어를 풀이해 주는 ‘어휘 쏙쏙’ 코너가 있어 어휘력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도표를 통해 도표 읽는 법도 익힐 수 있다. 또한 기사와 관련된 질문이나 생각 정리하기 코너를 통해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리하고 확장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꿀벌’에 대한 기사에서는 지구온난화와 밀원식물 같은 용어를 알려주고, 꿀벌이 줄어드는 이유와 그로 인한 생태계 변화, 더 나아가 꿀벌이 사라지면 생길 문제까지 단계적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한 장 안에서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니 아이도 부담 없이 읽고, 어른도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다.

또한 실제 기사를 읽을 수 있는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아이가 원문을 직접 확인하며 ‘이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감을 느끼게 된다. 덕분에 책에 대한 신뢰와 흥미가 함께 높아졌다.

부모 세대는 경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했기에, 아이에게 경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루 한 장 초등 경제신문』은 그런 부모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짧은 시간에도 쉽고 흥미롭게 경제 감각을 익힐 수 있어, 아이와 함께 읽기에 무척 유익하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퍼핀’은 미성년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용하는 용돈·경제 교육 앱으로, 퀴즈를 풀면 리워드가 쌓이고 카드나 바코드로 실제 결제도 가능하다. 우리 아이도 퍼핀을 통해 용돈을 관리하며 경제를 배우고 있어, 실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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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
천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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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는 여러가지 단편들이 모여있는 소설이었는데 그중에 ‘모우어’와 ‘뼈의 기록’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모우어’는 진화한 인류가 더이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고도화된 방식인 텔레파시 같은 형태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대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언어를 사용하면 문화가 파괴되고 서로를 겨냥하게되니 최대한 멀리하는 것과 언어를 사용해야만 인간의 시간이 제대로 흐른다는 설정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이상 늙지 않는 인류는 언어를 배척하고 정해진 기간에만 교배하며 인정된 아이만 키우는 방식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았다. 모순된 이야기들 속에서 왠지 속이 뒤틀리는듯한 기분이 든 것은 인류에 대한 환멸 때문일까, 아니면 존엄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뼈의 기록‘에서 뼈는 모두에게 있지만 보이지 않고 사람마다 다르며 아름답다는 부분에서 새로운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지도사인 로봇 로비스가 모미를 만나 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형태와 존재 자체를 뛰어 넘는 우정이었다. 그런 로비스였으니 모미의 어려움을 모른척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계속 둘의 관계와 우리가 로봇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모우어는 전체적으로 어렵고 쉬이 읽어지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도 몇가지 단편은 마음에 남았다. 매번 책을 읽을 때 쉬이 읽혀지지 않는다고 해서 책을 접지 않고 끝까지 읽어보는 이유는 혹여나 나에게 어떠하게 다르게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선란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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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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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라니,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손정의 등 수많은 성공한 인물들이 곁에 두고 읽었다는 고전, 『손자병법』. 과연 어떤 지혜가 담겨 있기에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 곁에서 읽히고 있을까 궁금했다.

손자는 ‘이기고 나서 싸우라’고 했다. 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승리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게 하거나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지피지기 백전불태’,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무턱대고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살피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라는 이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손자는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그 조건을 만들고, 상대에게 끌려가기보다 나를 감추며,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역량을 쌓으며, 실패에서 배우고, 때를 기다리되 실행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어디선가 들어본 진리들이지만, 『손자병법』은 그 원형을 가장 명확히 담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그 내용을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우리가 일상에 적용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고, 상황에 맞는 컬러 삽화가 이해를 돕는다. 또한 원문 한자를 함께 실어 실제 표현을 직접 볼 수 있는 점도 인상 깊었다. 완역본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고전의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전쟁의 전략서이지만, 이 책에 담긴 지혜는 오늘날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생은 전쟁처럼 늘 선택과 경쟁의 연속이며, 그 속에서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 『손자병법』은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과 준비로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2,50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 그것이 바로 『손자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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