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우어
천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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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는 여러가지 단편들이 모여있는 소설이었는데 그중에 ‘모우어’와 ‘뼈의 기록’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모우어’는 진화한 인류가 더이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고도화된 방식인 텔레파시 같은 형태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대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언어를 사용하면 문화가 파괴되고 서로를 겨냥하게되니 최대한 멀리하는 것과 언어를 사용해야만 인간의 시간이 제대로 흐른다는 설정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이상 늙지 않는 인류는 언어를 배척하고 정해진 기간에만 교배하며 인정된 아이만 키우는 방식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았다. 모순된 이야기들 속에서 왠지 속이 뒤틀리는듯한 기분이 든 것은 인류에 대한 환멸 때문일까, 아니면 존엄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뼈의 기록‘에서 뼈는 모두에게 있지만 보이지 않고 사람마다 다르며 아름답다는 부분에서 새로운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지도사인 로봇 로비스가 모미를 만나 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형태와 존재 자체를 뛰어 넘는 우정이었다. 그런 로비스였으니 모미의 어려움을 모른척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계속 둘의 관계와 우리가 로봇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모우어는 전체적으로 어렵고 쉬이 읽어지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도 몇가지 단편은 마음에 남았다. 매번 책을 읽을 때 쉬이 읽혀지지 않는다고 해서 책을 접지 않고 끝까지 읽어보는 이유는 혹여나 나에게 어떠하게 다르게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선란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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