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언덕에서 세계 문학 단편선
헤르만 헤세 외 지음, 유영미 외 옮김 / 다정한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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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오 헨리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여름 언덕에서』는 읽는 내내 여름의 향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폭풍으로 모든 것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 느닷없이 사랑 고백 편지를 받게 된 기혼자의 당혹스러운 하루, 완벽한 도시를 떠나 남자의 고향 시골로 향하는 도시 그 자체인 신혼부부의 여정, 한여름의 꿈 같은 시간을 보내던 남매와 소년의 사연, 하숙집 청년의 돌이킬 수 없는 순간, 그리고 마지막의 유쾌한 단발 사건까지 단편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고전 특유의 난해함 대신 편안한 몰입감을 주었다. 간혹 고전을 읽다 보면 문체나 사고방식이 낯설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이 책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만큼 번역이 매끄러워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여름의 폭풍과 열기 같은 강렬한 순간들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단발’에서는 웃음과 함께 여름을 훌훌 털어내듯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을 때 마음이 후련했다.

여름이란 그런 계절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다가도 눈부시게 찬란하고, 모든 것을 앗아가듯 사라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 있는 계절. 『여름 언덕에서』는 그런 여름의 모든 얼굴을 담아낸 단편선이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여름’이라는 계절이 지닌 젊음과 생동감,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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