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고 생각하고 씁니다 - 워킹 에세이
정선원 지음 / 이은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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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담은 책이라니, 읽기 전부터 마음이 끌렸다. 게다가 작가가 걸어온 길 중 절반 이상은 나도 걸어본 곳이라 더욱 정이 갔다.
도시를 여행하듯 걷는 것이 취미라, 여유가 될 때마다 계절에 맞는 길을 찾아 훌쩍 떠나곤 한다. 그래서 책 속 동네들의 풍경이 유난히 익숙하고 반가웠다.

작가는 그저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늘 여정의 끝엔 가족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향한다. 여름에 걸을 땐 물을 준비해도 모자라 결국 여러 병을 사 마신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다. ‘얼린 물을 챙기셨으면 좀 덜 힘드셨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르게 정겨운 미소가 지어졌다. 자주 나가 걷다 보면 가족의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동네의 맛있는 음식을 사 오는 사람이라면 그 눈총마저도 은근히 기다림이 되었을 것이다.

오래 걷다 보면 다리와 발목이 아파오지만, 통증을 이겨내고 계속 걷는 작가의 뚝심이 인상 깊다. 그는 ‘걷는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마음의 변화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걷는다는 건 몸을 움직이는 동시에 머리를 쉬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걷는 동안 에너지를 채우고, 삶의 소소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곧 단풍으로 물들 서울의 거리를 걸어보고 싶어졌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떠나 커피 한 잔과 간식으로 짧은 가을을 만끽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
이 책은 문득 걷고 싶게 만드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하루를 선물하는 워킹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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