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속으로 세계 문학 단편선
샬럿 퍼킨스 길먼 외 지음, 정회성 외 옮김 / 다정한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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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손이 간 것은 우연이 아니였다. <여름 언덕에서>를 읽고 아마 마음이 이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인 것 같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가을 관련 단편 모음집인 <가을빛 속으로>는 대표적인 ‘추수 감사절’과 가을의 풍요로움과 쓸쓸함을 가득 담은 글들이었다.
여러 글 들 중에서 특히 ‘세번의 추수감사절’과 ‘세 번의 입맞춤’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두 자녀들이 서로 우리집에서 머물라며 엄마인 모리슨 부인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집에 엄마가 머물 공간도 마련했다면서, 그 넓은 집은 팔고 함께 지내자는 내용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 집에서 살았던 모리슨 부인은 자녀들의 집에 머물러보면서 자신의 집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결국 그 집을 지킬 방법을 찾는다. 나이가 들어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살 수도 있지만 모리슨부인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찾고, 그 강점을 살려서 스스로 살 방도를 찾는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지혜롭게 방법을 찾으면서 자신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모리슨부인의 모습이 너무 멋졌다. 나도 나이들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나를 잘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세 번의 입맞춤‘은 천방지축인 꼬마아가씨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오빠에게 입맞춤을 한다는 것이 오빠의 친구에게 실수로 입맞춤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우연한 실수가 두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천방지축인 아가씨는 점점 얌전한 숙녀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어떤 순간적인 계기가 생기면 사람이 완전히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와닿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처럼 아름답기를, 미래가 풍요롭기를 간절히 바랐다.
모든 이야기에는 가을이 담겨져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있다가 사라져 버리는 가을의 순간들이 담겨있는 가을 모음 단편집은 읽는 내내 내 마음을 가을로 물들였다. 가을이 그리워지는 모든이에게 이 가을 단편집을 꼭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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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주가 들린다면 창비청소년문학 139
최양선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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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신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그 우주는 깊고 넓어서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어떤 우주는 스스로를 삼키기도 하고, 또 어떤 우주는 한 사람을 환하게 빛나게 한다. 그 우주를 어떻게 다룰지는 결국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언제나 혼자 있는 ‘수온’은 마음을 나눈 이들의 ‘픽싱’을 볼 수 있다. 아기 고양이, 호랑이, 돌멩이, 새, 반투명 젤리까지 픽싱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이 능력이 두려운 수온은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며 혼자를 선택하지만, 수행평가를 함께 하게 된 ‘도경’을 만나면서 조금씩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 뒤에 적힌 문장 때문이었다.
‘네가 궁금해졌어. 너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누군가가 궁금해진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고 싶어졌다는 뜻이다. 그 관심은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같은 마음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나는 그 ‘마음의 쓰임’에 관한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어떤 이는 우리를 ‘우주 먼지처럼 작은 존재’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우주처럼 넓고 깊은 존재’라 말한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아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고, 상대에게 전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삶은 지금보다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게 된다. 물 흐르듯 스쳐 가는 인연도 있고, 가늘지만 오래 이어지는 인연도 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사람처럼 반가운 사이가 있는가 하면, 매일 마주해도 어색한 관계도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사회 속에서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면, 나의 우주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삶이 버겁고 지칠 때, 단 한 사람이 내미는 손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손을 내미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최소한, 누군가의 손을 매몰차게 밀어내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조금은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물론 나의 우주를 지킬 수 있는 선에서.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면, 다른 이의 우주도 지켜줄 수 없으니까. 무엇보다 나를 먼저 아끼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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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이 읽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 (본책 + 워크북) - 과학,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라이프 핵심 배경지식 131
이다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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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키즈 신문>을 발행하는 똑똑지미쌤이 만든, 신문보다 재미있고 학습만화보다 더 흥미로운 비문학 책이 나왔다. 바로 《비문학이 읽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이다.

비문학은 재미가 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쉽게 멀어지기 쉬운데, 이 책은 펼치자마자 술술 읽힐 만큼 흡입력이 있다. 과학·사회·경제·문화·환경·라이프까지, 꼭 알아야 할 핵심 배경지식 131가지를 각 주제에 딱 맞는 최신 이슈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QR코드 자료까지 함께 제공되어,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좋았던 점은 각 이슈마다 핵심 키워드를 먼저 제시하고, 읽은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워크북을 함께 구성했다는 것이다. 읽고 끝나는 비문학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며 기억에 남게 만든다. 보통 비문학 교재는 내용과 문제집이 분리되어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기 쉬운데, 이 책은 본책과 워크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완성도가 높다. 한 장 읽고 한 장 쓰는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방학 동안 활용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경제나 라이프 영역은 아이들에게 특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은 패스트푸드, 여행, 반려동물, K-문화처럼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다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비문학에 대한 거리감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초등 3학년부터 사회 과목이 시작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용어와 배경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느끼는데, 방학 동안 《비문학이 읽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읽고 워크북까지 함께한다면 새 학기를 훨씬 든든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문학이 ‘공부’가 아니라 ‘읽히는 경험’이 되게 해주는 책.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이의 비문학 교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읽기와 쓰기를 동시에 잡고 싶은 방학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믿고 선택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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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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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여 편의 에세이 중에서 추리고 추려 모은 35편을 담은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이전에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보다 유독 더 깊이 와닿았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전해지는 말들이 오히려 더 큰 진심으로 다가와 마음을 울린다. 거지를 바라보는 마음, 지하철에서의 오해, 택배기사가 잘못 배달한 뒤의 뒷이야기, 어이없게 겪었던 일들까지 우리도 일상에서 흔히 겪을 법한 이야기들이 박완서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풀려 나온다. 그 솔직함은 우리의 내면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스스로의 이중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를 짓게 만든다. 나 역시 쓸데없는 생각이 많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접었다 하는 편이라 더욱 공감이 되었다.

‘이멜다의 구두’ 편을 읽으며, 비록 내 물건이 이멜다의 3,000켤레 구두만큼 많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버리지 못한 물건들에 질려 50L 쓰레기봉투를 꽉 채워 비워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집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우면 한결 가벼워질 거라 여겼지만, 결국 또다시 나도 모르게 채워 넣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은 참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언젠가 또 한 번, 이참에 한가득 비워보리라 마음먹어본다.

마지막으로 남편을 ‘남자로서’ 사랑하고 싶다는 작가의 고백은 특히 오래 남았다. 엄마, 아빠, 생활비를 버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내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싶다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나 역시 그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여러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말의 토씨 하나만 바꿔도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은 작은 말 한마디라도 더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말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입을 가볍게 열기보다, 조금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남기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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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 개정판 창비시선 1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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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를 보고 책을 빌렸다. 1986년에 출간된 이 시집은 그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인생이 뭍어나는 시집이었다. 전쟁과 많은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났던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작가가 내보이는 시는 슬프고 아팠다. 그리고 그 슬픔을 덤덤히 제대로 바라보았다. 시집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고 서글펐다.
‘슬픔 많은 이 세상도’라는 시는 읽다가 왈칵 눈물이 나왔다. 왠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되었다.
‘맹인 부부 가수’는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이 돋보였는데 이렇게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시들이 제법 있어서 작가의 단단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 시집을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읽을 수 있었던 건 참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시집의 내용에 더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겨울에 이 시집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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