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들어가면 왠지 더 글이 재밌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쩌다 할머니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주인공 아이가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너무나 투명하고 정콕을 찔러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려왔다. 왜 사람들은 할머니의 말에는 관심이 없고 들어줄 생각을 안하는지, 할머니는 무릎이 안좋은데 걱정하는 사람 하나 없는지, 할머니 친구들은 왜 모르는지, 할머니가 없어진게 걱정되지는 않는지 묻는 아이의 말에 어른들은 말을 잊지 못한다. 특히 나는 엄마를 그런 할머니가 되지 않게 한다는 부분에서는 그대로 울컥해서 겨우 눈물을 삼켰다. 아이는 그저 보이는대로 말하고 의문을 제기할 뿐인데, 할머니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들은 아이의 말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만다.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엄마와 할머니의 희생을 그저 우리 편하려고 무시한 것은 아닌지 문득 내 행동들을 천천히 생각해봤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엄마에게 전화가 하고 싶어져서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언제나 딸 전화를 반기는 부모님, 감사한 마음이다. 곁에 있어주시는, 한 없는 사랑을 주시는 분들께 말이다. 그분들에게도 사연이 있고 삶이 있는데 어쩌면 그냥 지나쳐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더 말을 들어 드리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가슴에 응어리졌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이 편안해지셨으면 좋겠다. 몇십년 동안 슬프고 미안했던 마음이 이번 여행으로 조금은 편안해지셨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웃에 대한 사소한 관심, 관찰로 우리 동네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명탐정 지안이와 도하는 사건을 해결하며 하나씩 삶을 배워간다. 우연한 일로 집에 사고로 갇혀있던 할머니를 구조하고 길고양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건의 이면를 알아간다. 점점 이웃에 관심이 없어지는 요즘 시대에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살펴보는 아이들의 마음이 순수하다. 잘못한 부분은 금방 인정하고 바로잡아 고치려는 모습은 기특했고 읽으면서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무슨 사고라도 날까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해결해가는 사건들이 우리 주위에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더 몰입이 되었고 풀어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서 함께 고민하며 방향을 찾아가게 되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친구, 이웃과 우리가 되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했다. 아이가 줄글책을 읽기 힘들어 한다면 재미있는 어린이 추리 소설로 이 책을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관 경비원으로 지원한 한 남자의 10년간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내내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내가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 이유가 그와 같아서 왠지 모를 동질감도 느끼며 책을 읽어갔다. 책을 읽다가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나에게 기억에 남는 미술작품은 벌써 15년도 더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했던 어떤 왕실 초대전 특별전에서 봤던 초상화이다.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기억이 온전치 않은데 너무나 섬세하고 살아있는듯한 그림에 정신이 뺏겨 그 앞에서 30분 넘게 그 그림만 보고 서 있었던 강렬한 기억이다. 유명한 전시라 수십명이 왔다갔다하고 시끄러운 상태였는데도 그 그림에 빠져든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그 그림과 나만 있는 듯 했었다. 그렇게 오래 서 있는 경험을 한 뒤로 나는 미술관에 매료되었다. 이 기분을 아이도 느껴봤으면 해서 어느정도 큰 이후에는 계속 전시회를 데리고 다녔다. 아이도 언젠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그렇게 위로와 위안을 받으려고 스스로 경비원이 된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미술관에 가서 경험했던 기억을 토대로 십년 동안 미술관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이 생기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작가의 삶을 살펴보기에 이르른다. 저명한 평론가들의 이야기보다 패트릭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 이유는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미술관을 그만두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직업으로 나아갔다.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는 직업의 변화에 도전하는 그의 결정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었다. 읽는 내내 고요하고 안정됨을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분명 소용돌이치는 그의 삶도 있었는데도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의 글은 나를 차분하게 해 주었다. 언젠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가게 된다면 이 책을 들고 가서 그의 이야기와 함께 관람해보고싶다.
봉달이의 졸업 시험, 토끼가 투덜투덜, 자꾸 자꾸 까먹어 총 세 가지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 모음집인 봉달이의 졸업 시험은 친근한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이다. 학교를 졸업 하고 싶은 봉달이, 시끄러운 도시가 힘든 토끼, 엄마아빠에게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려고 한달 동안 까마귀가 된 아이까지 동물과 함께 고민을 해결해 가는 내용이 흥미롭다. 전학 간 아이가 두고 간 닭을 어디서 키울것인지 고민이 깊은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사뭇 귀엽고 진지했다. 소음이 너무나 싫은 아이에게 자신보다 더 소음을 싫어하는 토끼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가 더 시끄러울 뿐이다. 까마귀의 몸을 했지만 지저분한 음식은 먹기 힘든 아이를 위해 까마귀 친구들이 음식을 훔쳐 올 땐 사뭇 결연하기까지 하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흥미롭고 친근해서 더 몰입이 되었다. 어쩌면 주위에 있을 법하고, 비슷하게 겪어 본 적도 있는 내용이라 피식피식 웃게 된다. 봉달이가 잘 살고, 토끼가 소음에 적응하고, 까마귀들과 아이가 잘 지냈으면 정말 좋겠다. 왠지 모르게 모두 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득 안고 책을 덮었다. 이야기들이 길지 않고 재밌어서 초1, 2학년이 읽기에 무척 좋은 책이다. 문학동네의 초승달 문고 시리즈는 다 추천한다.
시린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귤 양말을 떠 준 할머니의 마음에 따스해지며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슬픔이 밀려오는 마음으로 책을 놓았다. 친한 친구가 전학가고 마음 한켠이 시린 규리는 마음이 서늘할 때 돌아가신 제주도 할머니가 떠주신 귤 양말을 신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느날 우연히 밤에 자신의 귤 양말과 엄마 양말을 양 발에 신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도깨비를 만나고 도깨비는 슬픔을 닦아내는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중한 양말이라는 소리에 양말을 돌려준 일로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주인공 규리와 눈물 도깨비 루이에게 마음이 많이 쓰였다. 친구에게 같이 놀자고 말 꺼내기를 어려워 하는 규리, 슬픔이 가득 차야만 눈물 도깨비가 보이는데 밝아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눈물 도깨비가 보이는 승현이, 눈물이 계속 나는 다미까지 아이들의 사연들이 재밌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슬픔이 차오르면 엉엉 울고 감정을 흘려 보내주는 것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슬픔에 풍덩 빠져들지 않도록 그렇게 보내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니 아이들이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곁에서 도와주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 웃음과 장난에 뭍힌 진짜 마음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게 내가 했던 행동들들 돌이켜보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더 보살펴주어야지. 같이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나도 아이의 귤 양말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