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관 경비원으로 지원한 한 남자의 10년간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내내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내가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 이유가 그와 같아서 왠지 모를 동질감도 느끼며 책을 읽어갔다.

책을 읽다가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나에게 기억에 남는 미술작품은 벌써 15년도 더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했던 어떤 왕실 초대전 특별전에서 봤던 초상화이다.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기억이 온전치 않은데 너무나 섬세하고 살아있는듯한 그림에 정신이 뺏겨 그 앞에서 30분 넘게 그 그림만 보고 서 있었던 강렬한 기억이다. 유명한 전시라 수십명이 왔다갔다하고 시끄러운 상태였는데도 그 그림에 빠져든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그 그림과 나만 있는 듯 했었다. 그렇게 오래 서 있는 경험을 한 뒤로 나는 미술관에 매료되었다. 이 기분을 아이도 느껴봤으면 해서 어느정도 큰 이후에는 계속 전시회를 데리고 다녔다. 아이도 언젠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그렇게 위로와 위안을 받으려고 스스로 경비원이 된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미술관에 가서 경험했던 기억을 토대로 십년 동안 미술관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이 생기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작가의 삶을 살펴보기에 이르른다. 저명한 평론가들의 이야기보다 패트릭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 이유는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미술관을 그만두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직업으로 나아갔다.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는 직업의 변화에 도전하는 그의 결정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었다.

읽는 내내 고요하고 안정됨을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분명 소용돌이치는 그의 삶도 있었는데도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의 글은 나를 차분하게 해 주었다. 언젠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가게 된다면 이 책을 들고 가서 그의 이야기와 함께 관람해보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