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째 열다섯 3 - 두 개의 구슬 텍스트T 10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백년째 열다섯을 처음 만났을 때가 문득 떠오른다. 읽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 완전히 빠져들어서 읽었는데 보통 1,2권이 재밌으면 3권에서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이건 3권조차 너무나 재밌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손을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까지!
가을이 가진 최초의 구슬이 사실은 두개였고 이 두개를 각각 가진 진과 가을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워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도호가 말한 인간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맞을지도 모른다. 인간만 아니면 지구가 이렇게 크게 파괴될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살고 있고, 우리가 함께 사는 동물들을 더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지지한다면 지금처럼 생태계를 해쳐서는 안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열심히 일을 하던 진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 말의 진실이나 주위의 사실 같은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 때 주위에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꼭 현재 상황을 알려서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가까이 살아도 다 알 수가 없다.
이번 편을 통해 가을은 최초의 구슬을 다루는 훈련을 열심히 했고, 실제로 구슬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앞으로 이 최초의 구슬로 어떻게 이야기가 더 펼쳐질 것인지 무척 기대도 되고 진이 더 나올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 새로운 일이 펼쳐질 것인지 모든 것이 기대된다. 이렇게 꾸준히 재밌는 책이 잘 없는데 너무 재밌어서 대출예약한 4권이 얼른 내게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백 년째 열다섯 2 - 구슬의 무게 텍스트T 5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백년째 열다섯의 두번째 이야기, 구슬의 무게. 야호족과 호랑족의 통합인 야호랑이 탄생하고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우두머리인 원호가 가을이 되었다. 본야호, 본호랑이 아닌 종야호인 가을이 우두머리인 것을 모두가 못마땅해 했지만 호랑족의 우두머리격인 가을의 할머니인 범녀가 지지하면서 큰 무리 없이 원호의 자리에 오른다.
원호의 자리는 무겁고 그 자리에서 야호랑을 모두 지키려는 가을은 모든 것이 쉽지 않다. 호랑족의 존재를 알게된 실버제약에 잠입해서 기업 정보를 알아내고 그와중에 야호랑의 일도 관여해야하고 남자친구 신우와의 관계도 어렵다. 자신은 평생을 이 모습으로 살아야하는데 신우는 점점 멋지게 자라고 있으니 인간과 야호로써 우리의 관계는 어떨 것인지 걱정이고 뭐든 쉽지 않다.
1권보다 2권이 더 깊이 있고 내용이 흥미로워서 깊이 빠져들어서 읽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가을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가을만의 방법으로 지금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인간인 선우와 야호족인 가을의 사랑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겨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둘이 더 예쁜 사랑을 나누며 지금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느라 현재를 놓치기 쉽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지금을 허무하게 보내버린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고 그 지금이 켜켜이 쌓여서 내가 되는 것이다. 지금을 현명하게 잘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자기 사라진 해록과 그의 여자친구 해주의 이야기에서 처음 나는 해주가 데이트폭력, 그중에서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주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진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채로 교묘하게 뒤섞여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타인의 마음을 이용해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협박으로 점점 옥죄어 가기도 한다. 그 관계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통제력을 잃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똑똑하고 모범생인 해주의 말은 누구나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평범한 해록의 말은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해록을 더 깊은 올가미로 끌어들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은 아끼고, 보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해주는 자신의 상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결국 무엇이든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멈추지 못했다. “당연히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이토록 섬뜩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청소년소설에서.

해주의 서술은 그를 철저한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독자인 나 역시 그 말에 흔들리며 어느 순간 믿어버린다. 언어와 이야기의 힘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런 사람을 만나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두 살 자기소개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 내 이름은—”으로 시작되는 자기소개. 새 학기가 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든 자기소개는 늘 따라온다. 그런데 정작 ‘나를 소개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사는 곳, 가족 구성, 장단점만으로 내가 온전히 드러날까? 막상 자기소개를 하라 하면 어른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그 막연함을 덜어주며 자기소개가 어떤 방향을 가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책은 내가 즐기는 운동, 좋아하는 노래, 아끼는 물건, 단골 가게, 좋아하는 영상, 더 잘해보고 싶은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로 자기소개를 풀어낸다. 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은 특별한 스펙보다도,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바꾸고 싶은 부분·최근 고민·마음에 남는 말 같은 것들에서 훨씬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더 오래 기억되는 소개가 된다.

특히 책의 말미에 전하는 “내가 듣기 싫은 말을 누군가에게 먼저 던지지 않는 것”, “같이 있고 싶고, 함께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문장은 자기소개를 넘어 관계에 대한 다정한 안내처럼 느껴진다. 매 주제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작가의 편지는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조용히 들려주는 듯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자기소개란 ‘나는 이런 사람이야, 잘 지내보자’ 하고 건네는 첫 인사이자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다. ‘열두 살 자기소개’는 열두 살의 세계를 넘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더 넓은 관계의 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기소개를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론 은재로, 우영으로, 형수로, 또 반장 지유로 감정이 이입되어 책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 그러다 결국 아이에게 사과까지 하게 되었다. “엄마가 미안해. 화났다고 너에게 날선 말을 해서 정말 미안해. 더 좋은 엄마가 될게.” 하고 폭풍처럼 울며 말했던 그 순간은, 이 책이 나에게 준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 역시 우영이나 은재처럼 자란 경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감정의 화살을 돌려도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순간적인 분노 속에서 스스로 합리화하며 내뱉었던 말들이 마음에 오래 남아 미안함으로 쌓여 있었다. 언젠가 아이가 “나도 참고 있어!”라고 울분을 터트리던 장면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마음을 찔렀던 것도 떠올랐다. 사과한다고 해서 모든 게 온전히 회복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화자가 누구인지 몰라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책의 1/3쯤에서야 ‘행운’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꽃님 작가님의 힘 있는 글에 빠져들었다. 다 읽고 나니 사람들이 왜 이 작가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행운의 시선은 아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비춘다. 그 속에는 도와주고 싶어도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력함과, 그럼에도 외면할 수 없는 간절함이 녹아 있다. 그 시선은 너무나 투명해서 마음에 콕콕 박혔다. 읽는 내내 나는 은재이기도 하고 우영이기도 했으며, 문을 닫고 모른 척하던 이웃이기도 했다. 은재처럼 용기를 내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붙잡으려 했던 마음만큼은 닮아 있었다.

은재, 우영, 지유, 형수, 진아… 모든 인물들의 마음을 응원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아직 이꽃님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오랜만에 울고 웃으며 완전히 빠져들어 읽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