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의 정체 창비아동문고 343
전수경 지음, 김규아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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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처음엔 단순히 단편 동화를 모아 놓은 재밌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각자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색을 품고 있었다.

사랑이 중요한 친구도 있고, 어떤 대상을 향한 궁금증을 품은 아이도 있다. 어른의 축소판처럼 무채색으로 살아가던 아이들은 서로의 색을 만나며 알록달록한 존재로 변화한다. 내가 알던 누군가가 변했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남들과 다른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속이 쓰리지만, 한 발 물러서서 아이를 바라보려 애쓴다.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아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허수의 정체》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모인 보물상자 같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 아이와 나눈 대화들이 떠올랐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학교생활이 너무 궁금해! 알려줘!”
내가 이렇게 물으면 “엄마, 있잖아…” 하며 조잘조잘 이야기하던 아이의 얼굴이 생각났다. 아이의 말 속에도 허수의 정체 속 아이들처럼 다양한 사연들이 숨어 있었다.

아주 조용하고 소외되었던 친구는 사실 목소리가 작아서 대답이 잘 안 들렸던 것이었다. 수업 시간에 자꾸 허밍을 하던 친구는 어쩌면 머릿속에 노래가 멈추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반에서 인기 있는 아이는 또래보다 크고 활동적이어서, 그 아이가 무언가를 주도하면 자연스레 모두가 따르게 된다. 내 아이가 들려준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 이 책의 별책부록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수의 정체》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에 숨은 진짜 마음을 천천히 보여준다.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각자의 사연이 마음 깊은 곳에 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 속 모든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 역시, 지금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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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환경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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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고 꾸준히 사랑받는 ‘아홉살 사전’ 시리즈의 신작, ‘아홉살 환경 사전’은 환경에 관한 80가지 표현을 모두 환경에 맞추어서 설명하는 책이다. 가령 ‘감사하다’의 사전적 뜻인 ‘고맙게 여기다’ 도 알리지만 환경에서 보면 ‘숲의 공기는 정말 상쾌해’ 같이 환경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감사함도 함께 알려준다. 책을 한번 읽기만 해도 환경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달력에 환경의 날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고, 욕심에 점심 배식을 너무 많이 받아와서 잔반이 많이 나온 것을 보고 스스로 ‘뉘우치기’도 하고 스스로 비닐봉지를 덜 쓰려고 ‘다짐하기’도 한다. 이렇게 같은 문장일지라도 환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가기 위해 바뀌는 것 같다.

또한 ‘생태계’, ‘순환하다’, ‘탄소 발자국’과같은 표현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는 과학에서 필수적인 용어들로 아이가 이 책을 통해 과학적 용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받고 빨대를 거부하며 직접 입을 대고 먹기 시작했다. 빨대가 목에 걸려 고생하는 동물들을 본 뒤로는 스스로 꼭 써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느끼고 삶을 조금씩 바꿔나갔으면 좋겠다.

편리하게 사용하는 일회용 봉지나 일회용컵 보다는 장바구니와 텀블러 사용을 늘리는 것, 쓰레기를 보면 먼저 줍는 것과 같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환경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아이들 세대에서도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선으로 환경을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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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뽕남 할머니의 엉뚱한 일기 맑은 도서관 5
윤정 지음, 유영근 그림 / 내일도맑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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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자신을 돌봐준 기억은 대부분 따스하다. 특히나 내리사랑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은 더 따뜻한 법이다. 맞춤법을 많이 틀리시는 할머니와 게임이 제일 재밌는 손주의 이야기들은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피어오르게 한다.

우진이는 다친 엄마를 대신해서 매일 2시간씩 무릎 수술을 하신 할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내내 침대에 계시니 하실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었고, 뜨게질 이외에는 별다른게 없던 할머니가 우진이와 받아쓰기를 시작한다. 어린 손주가 받아쓰기 문제를 내는 것도 귀엽고, 그런 와중에 어떻게든 맞으려고 손 닿는 모든 곳에 받아쓰기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할머니도 귀엽다. 게임만 바라보며 할머니는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우진이가 막상 실수하시거나 아프신 할머니를 위해 하는 행동들은 사려깊고 따스했다. 비록 말투는 툴툴거렸지만, 할머니가 불편하실까봐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으로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 우진이의 모습이 츤데레 같기도 하고 조금 더 다정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이 있다. 원치 않아도 해야하는 것들도 있고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내며 나아가는 것은 어쩌면 결과적으로 자신을 더 돌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툴툴대면서도 할머니를 살피고, 무심한 듯 다정하게 변해가는 우진이의 모습은 현실 속 한 아이처럼 생생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박뽕남 할머니의 엉뚱한 일기』는 웃기고 엉뚱한 이야기 속에,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쓰는 일이 얼마나 정성스러운 것인지, 그리고 그런 정성은 결국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전한다.

꼭 정답일 필요는 없다.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고, 마음 표현이 서툴러도 괜찮다.
진심이 있다면, 그 마음은 언젠가 꼭 닿는다.
이 책은 그 소중한 사실을, 할머니와 손주의 사랑스러운 일상 속에서 잔잔히 보여준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고, 문득 내 곁의 누군가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어진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 깊은 곳에 따스함을 남기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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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쌓기 공식 사계절 그림책
정승 지음 / 사계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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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을 쌓으려면 산으로 가면 안 되고, 바다에 가야 하고, 바다에 가려면 여름이 되어야 하고…”
이야기는 이렇게, 하나의 생각이 다음 생각으로 이어지며 시작된다. 마치 아이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조심스레 따라가는 기분이다. 엉뚱하고 귀엽지만 나름의 논리로 촘촘히 연결된 『모래성 쌓기 공식』은 아이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창처럼 느껴진다.

이 동화책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따뜻함을 품고 있다.
조금만 눈을 감고 상상해 보면, 금세 바닷가에 도착해 있다. 바다 냄새, 파도 소리, 따뜻한 햇살이 마음에 스며들고, 어느새 아이와 함께 커다란 모래성을 쌓는 모습이 떠오른다.
모래성을 한아름 쌓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지고, 이야기 속 여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복잡하지 않지만 따스하고, 은은하면서도 마음에 또렷하게 남는다. 어른이 보기에도 충분히 감각적이고, 아이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듯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덮고 나서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하면 모래성을 쌓을 수 있을까?” 하고 물어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과 기발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놀이가 되어, 부모와 아이 사이의 따뜻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온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어느 날,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모래성 쌓기 공식’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작은 동화 속에는 여름의 설렘과 아이의 상상력,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재미있고 유쾌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포근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모래성 쌓기 공식』은 그렇게 조용히, 오래도록 곁에 머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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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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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어쩌면 친한 친구에게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받은 느낌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 속 사계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리고다’와 ‘수풀집’에 함께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필로그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주시니, 정말 마음이 통한 것만 같았다.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나도 우리 집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진다. 늘 함께하고 있는 공간에 애정을 담아 따뜻하게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처럼 하루하루가 아깝고 소중한 계절에는 특히 더 그렇다.
맑고 선선한 바람이 살랑이고,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고, 어디를 봐도 온통 꽃들로 가득한 풍경에 절로 마음이 설렌다.
책에서 우리나라 꽃의 60%가 이 계절에 핀다는 이야기를 읽고는 ‘그래서 봄이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하얀 꽃들에 관한 부분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하얀색이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꽃들.
예전에 도서관에서 꽃 도감을 펼쳐들고, 서로 닮은 듯 다른 하얀 꽃들을 열 종 넘게 찾아보며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을 들고 다시 산책을 나가서 꽃들을 마주한다면, 작가님들은 어떻게 구분하실까 괜히 궁금해지기도 한다.

자연 속 사계절도 좋았지만, 두 작가님이 서울에서 만나 나누는 이야기들도 무척 따뜻하게 다가왔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분의 마음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 변화마저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어릴 적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던 추억도 불쑥 떠올랐다.
서로 다른 곳에 살면서 각자의 삶을 나누는 것, 그 자체로도 얼마나 깊고 다정한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계절을 건너고 친구가 되는 경험을 선물해준다.
언젠가 두 작가님이 또 한 번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 준다면,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마음으로 반가이 책을 펼칠 것 같다.
곁에 두고 오래오래 읽고 싶은, 다정한 친구의 편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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