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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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어쩌면 친한 친구에게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받은 느낌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 속 사계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리고다’와 ‘수풀집’에 함께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필로그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주시니, 정말 마음이 통한 것만 같았다.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나도 우리 집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진다. 늘 함께하고 있는 공간에 애정을 담아 따뜻하게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처럼 하루하루가 아깝고 소중한 계절에는 특히 더 그렇다.
맑고 선선한 바람이 살랑이고,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고, 어디를 봐도 온통 꽃들로 가득한 풍경에 절로 마음이 설렌다.
책에서 우리나라 꽃의 60%가 이 계절에 핀다는 이야기를 읽고는 ‘그래서 봄이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하얀 꽃들에 관한 부분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하얀색이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꽃들.
예전에 도서관에서 꽃 도감을 펼쳐들고, 서로 닮은 듯 다른 하얀 꽃들을 열 종 넘게 찾아보며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을 들고 다시 산책을 나가서 꽃들을 마주한다면, 작가님들은 어떻게 구분하실까 괜히 궁금해지기도 한다.

자연 속 사계절도 좋았지만, 두 작가님이 서울에서 만나 나누는 이야기들도 무척 따뜻하게 다가왔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분의 마음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 변화마저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어릴 적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던 추억도 불쑥 떠올랐다.
서로 다른 곳에 살면서 각자의 삶을 나누는 것, 그 자체로도 얼마나 깊고 다정한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계절을 건너고 친구가 되는 경험을 선물해준다.
언젠가 두 작가님이 또 한 번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 준다면,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마음으로 반가이 책을 펼칠 것 같다.
곁에 두고 오래오래 읽고 싶은, 다정한 친구의 편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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