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책 -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 수상작 사회평론 어린이문학 2
백은석.유혜린 지음, BF. 그림 / 사회평론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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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이라니, 요즘 대탈출에 빠진 아이에게 딱이겠는걸!”이라는 나의 생각은 적중했다. 아이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 시간 넘게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다 읽고 나서는 줄거리를 줄줄이 이야기하며 계속 흥분을 감추지 못해, 오히려 내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였다.

주인공 채윤이는 평범한 초등 4학년이지만, 늘 모범적이고 피아노도 잘 치는 언니 채린이가 못마땅하다. 그런 채윤이에게 도서관은 마음껏 책을 읽고, 라면을 먹고, 유자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간 여행자의 책’을 통해 그는 시험 성적을 바꾸고, 나아가 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여러 번 시간여행을 시도한다. 하지만 금기를 깨는 사건을 겪으며 이야기는 점점 더 긴박해진다.

처음에는 가볍게 읽으려 했지만, 나 역시 채윤이의 상황에 몰입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려 급급한 모습은 귀엽고 현실적인 초등학생 같았고, 언니를 살리려는 절박한 노력에서는 안쓰러움과 응원의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채윤이의 끈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누군가 내 삶을 책으로 기록한다면 과연 누군가에게 읽히는 이야기가 될까?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게 살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 역시 자기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나아가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책을 다 읽은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도 꼭 읽어 보라며 강력히 추천했다. 평소 코드네임X 같은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줄글로 된 『시간 여행자의 책』에 이렇게 푹 빠진 걸 보면, 긴 글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만하다.

“너라면 어디로 시간여행을 가고 싶니?”라는 내 질문에 아이는 망설임 없이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주말”이라고 대답했다. 로또 1등이 당첨되는 시점이나 주식으로 돈을 벌 기회 같은 ‘어른의 욕심’과는 전혀 다른 순수한 바람이라 미소가 지어졌다.

간절한 마음으로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여러 작품에서 다루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절박함 속에서도 다시 뛰어드는 용기와 희망 때문이다. 『시간 여행자의 책』은 아이들에게도 그 소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바라고 끝까지 해내려는 마음, 바로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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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 원작으로 다시 읽는 안데르센 동화 10편 지성주니어 클래식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에드먼드 뒤락 외 그림, 윤후남 옮김 / 지성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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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빨간 신, 엄지공주, 눈의 여왕,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나이팅게일, 완두콩 공주, 백조 왕자까지―익숙한 작품들로 가득한 『안데르센 동화집』은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안데르센 동화는 아이들을 위해 순화된 버전이 많다. 그러나 원작을 읽어보면 생각보다 잔혹하고 섬뜩한 부분이 있어 아이들에게는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원작의 뼈대를 살리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내 덜 무섭고, 오히려 원작의 깊은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인어공주는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는 결말은 같지만, 원작에서는 한동안 왕자의 곁에서 여동생 같은 존재로 머물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랑을 잃은 슬픔이 더욱 절절히 다가왔고, 공주 시리즈 중 드물게 세드엔딩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겼다. 물거품이 되기로 선택한 인어공주의 마음을 떠올리며 오래도록 몰입했다.

또한 『눈의 여왕』은 마음과 눈에 박힌 거울조각 때문에 기억을 잃은 소년, 그리고 그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다. 믿음과 깨끗한 마음으로 친구를 구하려는 소녀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작품이라 꼭 한 번 원작으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 외에도, 욕심과 허영의 결과를 보여주는 「빨간 신」과 「벌거벗은 임금님」,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나이팅게일」, 순수함과 착함이 빛나는 「엄지공주」 등은 오늘날에도 교훈과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안데르센 동화가 단순히 오래된 명작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세계 3대 삽화가의 그림이 함께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히 전해준다. 글을 읽다 그림에 빠져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안데르센 동화집』은 안데르센의 동화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시선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깊은 감동을 전한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이 동화를 꼭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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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문제야! - 석탄, 석유, 원자력으로 본 기후 변화
이지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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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석유, 천연가스부터 원자력과 수력 발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원의 종류를 다시 확인하며 그것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는 ‘에너지가 문제야’는 말 그대로 작은 에너지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전기 생산이나 자동차 운행, 심지어 집에서 물을 쓰는 일까지 우리의 삶 전반에 필수적이다. 그만큼 전 세계는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논의해왔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풍력발전은 새들의 이동 경로에 위협이 되며, 수력발전은 물고기 생태계를 해치기도 한다. 즉,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라고 해서 무조건 친환경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연료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수소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직접 배운 경험이 떠올랐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크기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언젠가 물만 배출하는 깨끗한 연료로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된다.

지구의 대기와 물은 국경을 넘어 순환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만 노력을 기울인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나라가 협력해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에너지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생활 속 작은 실천의 중요성도 되새겼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불필요한 전기 끄기,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 가까운 거리는 걷기 등 아이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에너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가족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던 뜻깊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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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요정
정미진 지음, 최연주 그림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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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를 갈망하던 한 작가는 어느 날 ‘이야기요정’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어렵게 편지를 전하고, 마침내 이야기요정에게 그 편지가 닿는다. 이야기 씨앗을 가득 안은 이야기요정은 작가를 찾아 길을 떠나지만, 비에 젖어 주소가 번지면서 행선지를 알 수 없게 된다. 과연 이야기요정은 작가에게 무사히 도착해 이야기 씨앗을 전할 수 있을까?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AI가 많은 일을 해주는 시대라 해도, 결국 핵심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맡겨버리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결국은 ‘스스로’ 해내야 하는 법이다.

이야기요정은 길을 떠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울고 웃는 순간들을 함께하며, 이야기요정이 전한 씨앗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 준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었던 사람들도 말하고 털어놓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화하고, 결국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말을 하면서 상황이 정리되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요정은 이름 그대로 마법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에 집중한다. 듣는 일은 체력과 마음을 많이 쓰는 일인데도, 이야기요정은 정성을 다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내가 과연 정성을 다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화를 내기보다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유 메시지(U-Message)’가 아닌 ‘아이 메시지(I-Message)’로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그저 이야기요정을 찾아가는 단순한 여정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내 안에서도 여러 생각들이 잔잔히 피어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일까. 그리고 언젠가 내 이야기를 풀어내 글로 남겨볼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언젠가 그 날이 오겠지’ 하는 작은 다짐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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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 박사의 지구 멸망 프로젝트 : 작전 01. 남극 빙하를 없애라! - 어린이를 위한 기후 과학 동화 정모 박사의 지구 멸망 프로젝트 1
이정모 기획, 정원영 글, 황교범 그림 / 양양하다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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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화성에서 온 아이돌이 있다니? 전혀 예상 못 했던 설정이라 읽는 순간부터 흥미로웠다. 아이돌과 지구 멸망,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이렇게 어우러질 줄이야!

기후 위기,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등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글로만 접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학습 만화 형식으로 풀어내서 아이들이 훨씬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실제로 아이도 책을 집어 들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지구 멸망 프로젝트』는 단순히 만화책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 지식을 자연스럽게 담고 있다. 빙붕, 남극기지, 제5차 대멸종, 운석, 백야 같은 어려운 개념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모르는 단어는 하단에 풀이가 있어 이해하기 좋았다.

특히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이었던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박사가 집필했다는 점이 신뢰감을 더한다. 지구의 역사와 기후 위기, 우리가 마주한 과제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었다.

이야기 속 그룹 ‘엠알스’는 남극에 본부를 차리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남극의 여러 현실을 마주한다. 따뜻해진 남극의 기후, 거센 블리자드, 펭귄과의 대화, 세종기지 연구원과의 운석 탐사까지. 책 한 권만으로도 남극이 어떤 위기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알베도’라는 개념이었다. 스키장에서 선글라스나 고글을 꼭 착용해야 하는 이유가 알베도와 관련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남극의 알베도는 무려 0.9로, 태양열을 강하게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어 무척 놀라웠다.

과연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정모 박사와 그룹 엠알스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이어갈지, 정말 지구를 파멸로 이끌 것인지 아니면 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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