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요정
정미진 지음, 최연주 그림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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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를 갈망하던 한 작가는 어느 날 ‘이야기요정’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어렵게 편지를 전하고, 마침내 이야기요정에게 그 편지가 닿는다. 이야기 씨앗을 가득 안은 이야기요정은 작가를 찾아 길을 떠나지만, 비에 젖어 주소가 번지면서 행선지를 알 수 없게 된다. 과연 이야기요정은 작가에게 무사히 도착해 이야기 씨앗을 전할 수 있을까?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AI가 많은 일을 해주는 시대라 해도, 결국 핵심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맡겨버리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결국은 ‘스스로’ 해내야 하는 법이다.

이야기요정은 길을 떠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울고 웃는 순간들을 함께하며, 이야기요정이 전한 씨앗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 준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었던 사람들도 말하고 털어놓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화하고, 결국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말을 하면서 상황이 정리되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요정은 이름 그대로 마법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에 집중한다. 듣는 일은 체력과 마음을 많이 쓰는 일인데도, 이야기요정은 정성을 다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내가 과연 정성을 다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화를 내기보다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유 메시지(U-Message)’가 아닌 ‘아이 메시지(I-Message)’로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그저 이야기요정을 찾아가는 단순한 여정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내 안에서도 여러 생각들이 잔잔히 피어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일까. 그리고 언젠가 내 이야기를 풀어내 글로 남겨볼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언젠가 그 날이 오겠지’ 하는 작은 다짐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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