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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나비야 ㅣ 밤이랑 달이랑 10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화려한 색보다 절제된 검정과 노랑이 주를 이루는 이 그림책은, 오히려 가장 중요한 장면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반짝이는 노랑빛은 여린 아이의 마음 같기도 하고, 우리 내면의 순수함을 닮은 듯하다.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커다란 노랑 나비는 지쳐 있는 듯하다. 밤이와 달이는 나비를 위해 집을 만들어주고 지켜주려 하지만, 실수로 나비의 날개를 밟아버리고 만다. 망연자실한 아이들은 엉엉 울음을 터뜨리지만, 곧 스스로 해결하려 애쓴다. 바람을 불어 나비가 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그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자 주변의 모두가 함께 나서서 바람을 불어주고, 마침내 나비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예전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는 많은 손과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책은 그 말을 아름답게 그림으로 풀어낸다. 아이들은 실수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려 노력했고, 부족한 부분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채워졌다. 낯선 이들까지 함께 힘을 보태며 하나의 따뜻한 장면을 완성해냈다.
요즘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이의 실수와 서툼을 탓하기보다 기다려주고, 작은 도움을 더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시간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우리 또한 그런 시간을 거쳐 자라왔듯, 아이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지켜봐야 한다.
만약 어른이 나서서 나비의 일을 대신 해결했다면,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어른의 도리이며 마음가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배우고 부딪힐 수 있도록, 너그럽게 기다려주는 어른이 되자. 그리고 그들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따뜻한 버팀목이 되어주자.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날아라 나비야』는 밤이와 달이의 여정을 따뜻하게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이 책을 함께 읽으며 “괜찮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느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