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망명 공화국 -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23
노룡 지음, 카인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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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완전히 다르더라도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다. 그게 초등학생의 특권 같다. 미취학 아동은 아직 세상을 다 모르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규칙과 평가의 틀에 갇히지만, 초등학생 시절만큼은 나이만 비슷해도 금세 친구가 되어 신나게 놀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런 자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원 일정에 맞춰 살아야 하고, 공부 수준에 따라 반이 나뉘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좀비처럼 ‘해야 하는 일’만 반복하며 지낸다. 과연 이런 아이들이 행복할까?

『초딩 망명 공화국』은 이런 현실 속 아이들에게 상상의 도피처를 마련해 준다. 이서로, 장방랑, 은탁수, 소우주 — 서로 사는 환경과 형편은 다르지만 같은 학교를 다니는 네 아이가 중심이다. 이들은 동네의 ‘마수리마트’에서 기묘한 물건을 뽑으며 이상한 사건에 휘말린다. 세상의 전원을 꺼버리거나, 가족을 괴롭히는 늑대를 몰아내거나, 심지어 지긋지긋한 학원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모든 일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신 ‘초딩만의 세상’, 즉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자신들만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의 세계와 크게 다르다. 어른들은 돈이나 환경으로 사람을 나누지만, 아이들은 편견 없이 어울린다.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도 함께 웃고 싸우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더 건강하고 인간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어쩌면 아이들의 세상이 더 어른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부모들은 자유를 주고 싶어도 위험한 세상 때문에 마음껏 놓아줄 수 없다. 그런 시대에 ‘초딩 망명 공화국’은 아이들이 잃어버린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학원과 숙제에 지친 아이들에게는 해방의 기쁨을,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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