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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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드 서클인데 등장인물간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작품. 몇몇 인물은 후반부에 사망자와의 관계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비행기의 승객이라는 설정은 우연성이 강하게 여겨진다. 사실 이런 설정은 '나일강의 죽음'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래도 '나일강의 죽음'은 리넷 리지웨이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등장인물들이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망자와의 관계 있는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고, 사망자가 사채업자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범인은 채무자일 것으로 보인다. 푸아로도 각 승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사망자와의 관계를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정작 승객 중 단 한 명만이 사망자와 채무관계가 있는데 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다. 이렇게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나 했으나... 결론적으로 범죄가 금전적 동기때문이긴 했지만 채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여기에 사망자 밑에 떨어져 있던 대통도 작품 내내 모든 이의 이목을 끈다. 푸르니에가 대통의 함정을 알아내 지로의 복수(?)를 하나 싶었으나... 역시나 프랑스 경찰은 푸아로를 이길 수 없다.

 밝혀진 사건의 진실은 독자로서는 약간 배신감이 든다. 서술 트릭까진 아니지만 뭔가 속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반전은 반전인데 시원하지가 않은?

 그리고 사망자의 딸은 자신의 어머니가 누군지 알면서도 왜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는지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범죄를 성립시키기 위한 작위적 설정이랄까... 작중에서 사망자의 딸이 작품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하더니 갑자기 퇴장하는데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장치로만 쓰인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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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파인 사건집 (완전판)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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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커 파인처럼 추리소설계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도 없을 것 같다. 35년간 정부에서 통계 자료를 수집하던 그가 행복 상담사로 나선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행복하게 해줄테니 상담하러 오라고 하니 독자인 나도 혹한다.

 그런데 이 행복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게 범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도 아니고 행복 조작단이 따로 없다. 독자 입장에선 트루먼 쇼 보는 기분인데 등장인물들은 결론적으로는 (대부분) 행복해 지긴 한다!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가정 내 불화가 가장 흔하고, 해결하기 쉽다. 클로드 루트렐과 마들렌 드 사라 두 사람의 훌륭한 미인계면 보통은 해결된다.


 가끔씩 까다로운 문제는 아리아드네 올리버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녀가 작성한 플롯에 따라 모험을 겪은 의뢰인들은 행복감과 만족감으로 가득 차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후반부로 가면 살인, 절도 등의 범죄가 나오면서 파커 파인의 추리력이 좀 더 돋보인다. 다만 단편이다보니 정치한 논리게임이라기 보다는 추측에 기반한 추리가 대부분이긴 하다.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는 '부유한 미망인'.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황당하지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는 점에서 여운이 남는다.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물으면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파커 파인에 따르면 '사실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몇 안 되고,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 뭔지,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사실 이런 고민 자체를 점점 잘 안 하게 된다. 이유를 알아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차 행복의 역치가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말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씩 나는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데 사회(라고 읽고 회사라고 읽는다)가 나를 이렇게 불평불만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탄도 해본다. 만약 내가 파커 파인을 찾아간다면 그는 내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줬을지 궁금해 진다. 하지만 현실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 결국 나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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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터데일 미스터리 -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강표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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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서 크리스티 단편을 모아둔 작품. 정통 추리보다는 코지 미스터리, 로맨스가 가미된 어드벤처물, 심리 스릴러,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단편들이 모여 있다. 다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름을 생각했을 때는 다소 평면적인 작품들이다. 스토리나 캐릭터들이 일부 중복되기도 하고... (부유한 친척 밑에서 일하다가 쫓겨난 불성실한 청년과 얽히는 귀족 내지는 상류층 여성, 짧고 굵은 모험 뒤에 그들은 연인이 된다. 이게 진짜 사랑인지 아니면 모험의 여파로 남은 아드레날린을 사랑으로 착각한건지 항상 궁금하다🤔)

 깊이 생각하며 읽을 작품들은 아니라 부담없이 슥슥 읽기 좋은 작품. 개인적으로 '필로멜 코티지'나 '사고', '희미한 거울 속'은 심리극의 대가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고, 크리스티의 몇몇 다른 작품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단편이라 아쉬우면서도 단편이라 임팩트가 있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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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인용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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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비는 골프를 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남자를 발견하고 남자는 이내 '그들은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이를 단순히 불행한 사고라고 생각했던 보비는 죽은 남자의 여동생 부부라는 사람들을 만나 남자의 마지막 말을 전한다. 이후 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종래에는 모르핀 과다복용으로 죽을 뻔한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어쩌면 남자가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보비와 그의 소꿉친구 프랭키는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의기투합하게 된다.


 보비와 프랭키가 가진 단서라고는 '그들은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라는 정말 뜬금없는 마지막 말과 보비가 봤다는 여자의 사진(바꿔치기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보비를 대신해 그 남자의 시체를 지킨 로저 배싱턴프렌치라는 남자. 이 세 가지뿐이다. 어디서 많이 본 애거서 크리스티식의 씩씩한 히로인인 프랭키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여 배싱턴프렌치 가문에 접근하고 여기서 흔하디 흔한 삼각 아니 사각관계가 펼쳐진다. 일단, 마약중독자 남편과 그를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려는 아내가 나온다. 그러면 당연히 딸려나오는 것은? 그런 아내를 사랑하는, 어딘가 범죄의 음습한 냄새가 나는 의사, 그리고 그 의사에게 짓눌려 사는 듯한 겁먹은 아내. 알고 보니 이 겁먹은 아내가 죽은 남자가 지녔던 사진 속 여인이라면? 이제 배싱턴프렌치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고 수상한 의사 선생만 남는다...

 물론 이대로 시시하게 끝나면 애거서 크리스티가 아니다. 이 작품엔 반전도 있고, '그들은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도 명쾌하게 설명된다. 사실 저 말이 나오게 된 경위, 곧 범죄의 트릭이 새롭긴 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이 떠오른다. 보비와 프랭키의 관계나 그들이 겪는 모험은 '부부탐정'의 토미나 터펜스, '갈색 양복의 사나이'의 해리와 앤이 겪는 일과 아주 유사하고, 프랭키는 '침니스의 비밀'과 '세븐 다이얼스'의 번들이 생각난다. 모이라는 '골프장 살인사건'의 마르트 양이 떠오르기도 하고, 범인의 마지막 편지는 '갈색 양복의 사나이'의 범인을 생각나게 한다! 전작들과만 비교해도 이 정도?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추리소설 읽어 본 사람이 보기에 이 작품은 대놓고 함정을 파놓고 독자를 유인하는데 느긋하게 그 함정을 피하며 나름대로 추리해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일단 '그들은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라는 이 문장이 나온 이유가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읽게 된다. (중간에 설마 이거 맥거핀은 아니겠지 하는 의심이 들긴 한다...) 어느새 나보다 어려진 보비와 프랭키의 풋풋함과 발랄함도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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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의 비극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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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연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새터스웨이트와 푸아로가 동시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다만, 푸아로는 초반에 아주 잠깐 나왔다가, 이후 중반부가 지나서야 다시 나온다.

 이 작품의 재밌는 점은 첫 페이지에 실제 연극대본마냥 캐릭터별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찰스 경은 감독, 리튼고어 양과 새터스웨이트는 조감독, 푸아로는 조명(!)이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부분.

 3막의 비극이라는 제목에 맞게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에서는 당연히 주요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첫 사건인 배빙턴 목사 사망사건이 발생한다. 2막에서는 바솔로뮤 경이 사망한 뒤, 찰스 경, 리튼고어 양, 새터스웨이트가 자체적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인다. 그리고 3막에 짜잔, 우리의 푸아로가 등장하고, 찰스 경과 리튼고어 양, 새터스웨이트는 배빙턴 목사 사망 당시 만찬에 참석했었던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며 단서를 수집한다.

 작품 읽는 내내 '무슨 타이밍이 이렇게 잘 맞아? 너무 작위적인거 아냐?' 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는데, 결말에 이르면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한 번에 설명이 된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3가지의 사건이 어떻게 연결이 될까 궁금했는데 말 그대로 관계없음이 해답이었다니! 허를 찌르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솜씨가 여과없이 드러난다.

 푸아로도 충분히 연극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범인을 밝힐 때 관련자들을 관객으로 모아둔다거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해 영어가 서툰 외국인 흉내를 낸다거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아마 푸아로도 찰스 경을 보며 나보다 더 한 사람이 있다니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직업배우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무슈 푸아로,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푸아로는 짐짓 겸손한 척 대꾸했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렇고말고요. 그저 3막의 비극이 벌어졌고, 이제 막을 내린 겁니다."

푸아로가 조용히 말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가능성도 있지요. 그게 저였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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