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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의 비극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연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새터스웨이트와 푸아로가 동시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다만, 푸아로는 초반에 아주 잠깐 나왔다가, 이후 중반부가 지나서야 다시 나온다.
이 작품의 재밌는 점은 첫 페이지에 실제 연극대본마냥 캐릭터별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찰스 경은 감독, 리튼고어 양과 새터스웨이트는 조감독, 푸아로는 조명(!)이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부분.
3막의 비극이라는 제목에 맞게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에서는 당연히 주요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첫 사건인 배빙턴 목사 사망사건이 발생한다. 2막에서는 바솔로뮤 경이 사망한 뒤, 찰스 경, 리튼고어 양, 새터스웨이트가 자체적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인다. 그리고 3막에 짜잔, 우리의 푸아로가 등장하고, 찰스 경과 리튼고어 양, 새터스웨이트는 배빙턴 목사 사망 당시 만찬에 참석했었던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며 단서를 수집한다.
작품 읽는 내내 '무슨 타이밍이 이렇게 잘 맞아? 너무 작위적인거 아냐?' 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는데, 결말에 이르면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한 번에 설명이 된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3가지의 사건이 어떻게 연결이 될까 궁금했는데 말 그대로 관계없음이 해답이었다니! 허를 찌르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솜씨가 여과없이 드러난다.
푸아로도 충분히 연극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범인을 밝힐 때 관련자들을 관객으로 모아둔다거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해 영어가 서툰 외국인 흉내를 낸다거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아마 푸아로도 찰스 경을 보며 나보다 더 한 사람이 있다니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직업배우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무슈 푸아로,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푸아로는 짐짓 겸손한 척 대꾸했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렇고말고요. 그저 3막의 비극이 벌어졌고, 이제 막을 내린 겁니다."
푸아로가 조용히 말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가능성도 있지요. 그게 저였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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