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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
리처드 바크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평점 :
리처드 바크의 『나는 자유』라는 제목은 책을 펼치기 전부터 내 마음을 끌었다. "I am free"라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자유(flying freedom)를 의미하는 듯도 하다. 이러한 중의적 표현은 원제인 『Travels with Puff: A Gentle Game of Life and Death』보다도 이 책의 성격과 주제를 더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실제로 책을 읽는 내내 ‘자유’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 책은 저자가 ‘퍼프(Puff)’라는 이름의 경비행기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한, 5,000km가 넘는 여정을 담은 여행기다. 퍼프와의 첫 만남부터 비행 훈련, 본격적인 대륙 횡단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단순한 비행 모험기가 아니라 인생과 자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저자인 리처드와 퍼프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저자는 비행기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인격을 지닌 존재처럼 대하고 대화를 나눈다. 무생물에 이름을 붙이고 친구처럼 여겨본 적 있는 독자라면 그 마음을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서로를 낯설어 하지만, 실수하고, 배우고, 다독이는 과정을 거치며 점차 신뢰가 쌓여간다. 결국 어느 날 퍼프는 저자에게 자신을 퍼프라고 불러 달라고 말하고, 그 순간부터 둘의 진짜 비행이 시작된다. 나 역시 그 장면에서 나와 무언가 혹은 누군가 사이에 오랜 시간 쌓여온 우정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자유’는 여행 에세이로서도 탁월한 책이다. 책에 수록된 생생한 사진과 저자의 유쾌한 문장은 독자에게 마치 하늘을 함께 나는 듯한 착각을 선사한다. 폭풍우를 만나거나, 악천후로 시계가 나쁘거나, 무언가가 퍼프와 충돌하는 아찔한 순간에는 나도 괜히 숨을 죽이고 책을 꼭 쥐었고, 고요한 호수 위에 매끄럽게 착륙해 평화를 누릴 땐 마치 내 얼굴에도 바람이 스쳐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부러움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5,000km가 넘는 비행이 항상 평온하진 않았지만, 이 긴 여정 속에서 저자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 동시에 그는 동시에 그 자유가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고백한다. 이 비행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 수없이 반복된 연습, 겸손함, 실패를 견디는 인내가 있어야만 퍼프와의 비행이 가능했다. “인생에서 모험을 원한다면, 모험을 가능하게 할 사람은 바로 나뿐”이라는 저자의 깨달음은 진정한 자유란 나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자유를 얻었나요?”라고 물었을 때, “소형 수상비행기 두 대, 그리고 만 개의 지평선을 가진 대륙으로” 대답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같은 질문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아직 내게 자유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순간에 자유를 느끼는지조차 명쾌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책이 내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데 있어 든든한 ‘1호기’가 되어줄 거라는 사실이다. 나도 이제, 나만의 ‘나는 자유’를 찾아 떠나볼 때다.
그날 오후부터 나는 회전 속도계를 확인하는 대신 내 심장이 된 엔진음에 귀를 기울였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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