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디저트 여행 - 나만 알고 싶은 오사카, 교토, 고베의 로컬 맛집, 감성 스폿 추천
김소정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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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디저트 여행’은 제목대로 오사카, 교토, 고베의 디저트 맛집 60곳을 소개한다. 당고나 타이야키같은 일본 디저트부터, 하루를 든든히 시작할 수 있는 샌드위치, 케이크와 구움과자 전문점, 조용한 분위기의 감성 카페와 빈티지한 킷사텐까지. 지역별로, 테마별로 맛집이 정리되어 있어, 각자의 취향과 여행지에 따라 어디를 갈지 골라볼 수 있다. 여행 전반을 다루는 일반 가이드북과는 달리, 디저트 러버들의 “달콤한 여행”을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들을 섬세하게 큐레이팅한 여행 서적이다.


< 테마별로 방문하기 좋은 디저트 가게를 정리해둬서 컨셉에 맞게 동선을 짜기도 좋다 >


< 간단하게 한 끼 때우기 좋은 샌드위치 가게도 소개하고 있다 >


 나에게 오사카, 교토, 고베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기억의 장소’다. 첫 해외여행으로 간사이를 갔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으로 간사이를 갔었다. 마찬가지로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던 엄마가 동생과 셋이서 갈 해외 여행지로 선택한 곳도 교토였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중했던 순간들이 사진처럼 떠올랐다. 특히 교토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책에서 소개된 오가와커피를 보자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가와커피에서 모닝 토스트세트만 먹어본 터라 책에서 소개된 디저트가 새로웠고, 디저트 강국 일본답게 비주얼도 무척 맛있게 보여서 또다시 교토로 떠나고 싶어졌다.


< 오가와 커피에서 이런 화려한 디저트라니! >


< 일본 갈 때마다 이런 당고집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


 평소 빵과 디저트를 좋아하는 나는 일본여행 중 빵과 디저트로 식사를 대신하곤 한다. 그만큼 다양한 디저트를 맛보는 것이 일본 여행의 큰 재미이다. 그렇다 보니 커피로 유명한 교토나 유럽식 베이커리 문화가 일찍 정착한 고베는 여러 카페나 빵집이 떠올랐는데, 오사카에서는 딱히 인상 깊은 디저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오사카에도 숨겨진 디저트 명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크레이프 엔도우’의 완두 크레페는 일본의 풋콩을 디저트로 만들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해서, 번잡하다는 이유로 꺼리던 오사카로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사카 디저트 여행’은 책 본연의 목적에 맞는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특유의 감성도 놓치지 않는 책이다. 위치, 영업시간, 휴무일, 대표메뉴는 물론, 주문 팁과 맛있게 디저트를 즐기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무엇보다 가게마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진들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마치 그 공간에 앉아 있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일본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여행 가기 전에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고, 여행의 행복한 순간이 ‘맛’으로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도 여행을 다녀와서도 이 책을 꼭 펼쳐보면 좋겠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커피와 빵, 케이크, 당고로 어우러진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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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과학 -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의 엉뚱하고 기괴한 과학 실험 103
리아 엘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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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종종 우리를 겁먹게 한다. 생소한 용어, 복잡한 공식,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이론들로 인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하지만 '60초 과학'은 이런 과학의 장벽을 유머와 비유로 가볍게 넘는다. 저자는 게놈을 도서관에, 단백질 합성을 가구 조립에 빗대는 식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을 통해 복잡한 과학 지식을 쉽고 재치 있게 풀어낸다. 단순히 쉬운 설명을 넘어, 질문 자체의 구성도 무척 흥미롭다.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걸까?”, “산성비는 왜 생기는 걸까?”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부터, “모두가 보는 초록색은 정말 같은 색일까?”, “상심하면 정말 죽을 수 있을까?” 같은 엉뚱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까지 다루며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 책은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우주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으며, 총 103개의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주’ 파트였다. 빅뱅의 시작지점, 블랙홀의 특성, 암흑물질의 존재처럼 평소에도 궁금했지만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찾기 어려웠던 주제들이 등장한다. 설명이 지나치게 단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문서처럼 무겁지도 않아 일반인이 딱 읽기 좋은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과학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보다, 오히려 세상을 다시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잃어버린 내게 이 책은 다시 질문을 던지는 법을 일깨워줬다. 처음에는 답변에 집중해 과학 지식을 얻는 재미가 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커졌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결국 과학에 대한 관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60초 과학'은 짧지만 깊고, 가볍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엉뚱한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유쾌하고 발랄한 답변은 그간 무뎌졌던 호기심에 다시 불을 지핀다. 익숙했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일개 방사능에 대한 문제가 심오한 우주의 선까지 다룰지는 몰랐죠? 그게 과학이에요.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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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용어의 탄생 - 과학은 어떻게 '과학'이 되었을까
김성근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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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과학’, ‘기술’, ‘원자’, ‘공룡’ 같은 단어들은 너무도 익숙해서 그 기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science'는 왜 '과학'이 되었고, 'technology'는 어째서 '기술'로 번역되었을까? 'atom'은 왜 '원자'이고, ‘planet’은 왜 ‘행성’이 되었을까? 한 번 질문이 떠오르고 나니 이 용어들에 대한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과학용어의 탄생'은 우리 주변의 익숙한 단어들이 품고 있는 역사를 파헤친다. 각 용어들에는 당대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유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어원 풀이를 넘어, 단어가 만들어지고 번역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짚어보면서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과학을 둘러싼 철학적 배경까지 들여다 본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언어라는 창을 통해 새롭게 세계를 이해하고, 성찰하게 된다.


 저자는 특히 서양 중심으로 발전한 학문들에서 파생된 용어들이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 수용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개인적으로 당대 지식인들이 서양의 ‘philosophy’와 전통 학문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했느냐에 따라 제시한 번역어가 달랐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게다가여러 단어들이 경쟁을 벌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이라는 단어로 통일되는 과정은 언어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구성하는 도구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또한, 공룡(dinosaur)이라는 단어가 영어 어원으로는 ‘무서울 정도로 큰 도마뱀’, 한자어로는 ‘두려운 용’이라는 의미라는 점도 이채로웠다. 영어 어원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공척蜴’, ‘공석蜥’ 등 도마뱀을 뜻하는 한자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는데, 결국 ‘공룡’으로 정착된 것을 보면 용이라는 존재에 대한 동서양의 다른 사고방식이 이런 차이를 가져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과학용어의 탄생'은 단어의 유래를 쫓는 일을 넘어, 우리가 지금 어떤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 책이다. 과학의 보편적 진리를 설명하는 용어는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각 언어가 지닌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었다. 번역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여전히 과학용어들에 남아 우리의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단어 하나에도 수백 년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는 사실은 익숙한 단어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앞으로 새롭게 탄생할 과학용어들이 담을 세상은 또 어떠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처럼 니시가 만든 ‘철학’이라는 어휘는 상당히 오랫동안 저항에 부딪혔다. 흥미로운 것은 ‘철학’이라는 니시의 신조어와 ‘이학’으로 대표되는 유학적 번역어들 사이에는 단순히 번역 어휘의 문제를 넘어, 전통학문(한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더 뿌리 깊은 문제가 가로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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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5.봄호 - 85호
옴니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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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미스터리' 2025년 봄호는 주로 추리소설만을 보는 내게 더 넓은 장르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 ‘머더 미스터리’와 같은 체험형 콘텐츠, 로맨스릴러 웹툰 리뷰, 미스터리 영화를 다룬 칼럼 등은 추리 장르가 문학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은 이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에서의 ‘머더 미스터리’ 시장 규모는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과 달리 중국 추리소설은 아직 접해본 적이 없는데, 중국 내 머더 미스터리 콘텐츠의 인기를 알고 나니 문득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소년만화에 대한 연재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소년만화를 본 적도 없고, 단순한 오락물이라고 여겼던 내 선입견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동체와 개인이라는 심오한 주제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은 장르문학이 단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 연재를 읽으며 장르문학의 존재의의는 무엇인지, 독자로서의 나는 어떤 자세로 콘텐츠를 향유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설 작품들도 하나하나 인상 깊었다. 신인상 수상작 '블라디보스토크의 밤'은 속초라는 익숙한 장소가 지닌 로컬리티와 러시아라는 이국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진 개성적인 작품이었다. 본격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 흐르는 분위기가 끝까지 힘있게 유지되는 점도 좋았다. 마지막에 폭발하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의 서사에도 공감되어 결말은 자못 찡하기까지 했다.


 '완전범죄의 대가'는 서술트릭이 신선했고, 마지막 반전이 통쾌했다. 반면 '열대야'는 소설이 도입부에서 예상치 못한 결말의 비극이 인상적이었다. 


 초단편 소설들 역시 짧지만 매섭거나, 통통 튀는 반전으로 장르의 매력을 응축해 보여주었고, 표창원 작가님의 인터뷰는 작년 북토크의 기억을 되살리며 인터뷰 속 문장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2025년 해외 출간 예정작 소개에서는 반가운 이름들이 여럿 보였다. 특히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렜다.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기다리는 작가의 신작만큼 든든한 동행은 없으니까.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어느덧 완연한 여름이 되면 계간미스터리 여름호가 선물처럼 도착할 것이다. 새롭게 펼쳐질 여름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봄호를 보고 또 보며 넓어진 내 장르문학의 세계를 좀 더 탐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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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지리학 수업 - 돈의 흐름부터 도시의 미래까지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지리로 통한다 드디어 시리즈 4
이동민 지음 / 현대지성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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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때 수많은 사회탐구 과목 중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를 모두 공부했다. 그 중에서도 세계지리를 제일 좋아해서 전 세계 국가와 수도를 줄줄 읊을 지경이었고, 사회과부도를 끼고 살았다. 이후 대학에서 지정학 강의도 듣곤 했다. 그런 내게 이 책, ‘드디어 만나는 지리학 수업’은 지리학과의 첫 만남보다는 반가운 재회에 가까웠다.


 이 책은 들어가기 전에 지리학의 분류를 보여주는데, 나름 지리학에 관심있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지리학의 계통이 이렇게 다양한 지 모르고 있었다. 책은 입문서답게 1부 자연지리학, 2부 지리학과 지도의 역사, 3부 인문지리학으로 나뉘어 지리학의 주요 하위분야들을 두루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학생 시절 배웠던 쾨펜의 기후 구분이나 다양한 입지이론 등을 다시 마주했을 때 반가웠다. 그 외에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도시지리학, 사회지리학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회공간변증법이었다. 변증법이라는 철학 개념이 물리적 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변화하는 공간의 역동성을 잘 드러내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파리의 반듯한 시가지에 사실은 민중을 통제하려는 지배층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사례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권력과 이데올로기가 투영된 무대라는 점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저자 역시 강조하듯이, 우리는 지표 공간 위에 살아가는 존재이고, 지리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이다. 지형과 기후는 인간 삶의 양식을 규정하고, 인간은 자기 방식대로 공간을 재편하며 도시와 문화, 경제 구조를 만들어간다. 물리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사회문제도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지리학 없이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드디어 만나는 지리학 수업’은 지리를 통해 세계를 읽는 눈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에게는 ‘다시’ 만나 더욱 반가웠던 이 지리학 수업을, 삶을 이루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적 배경인 땅 사이의 상호작용을 읽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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