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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
김원익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그 두께와 무게에 놀랐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브랜드만으로 이렇게 두꺼운 책이 나올 수 있다니 하는 생각과 함께 목차를 보는 순간 태초부터 시작해 올림푸스 12신들, 수많은 영웅 이야기까지 방대한 그리스 신화를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놀랐고, 이 신화 속 이야기와 관련있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상품명, 가게 상호, 지역이나 거리 이름, 영화, 연극, 소설, 음악 등 수많은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신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 어릴 적부터 관련된 책을 많이 봤지만, 신화는 그저 옛날 사람들이 자연현상 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와 그들의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과거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옆에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그리스 신화의 흔적을 보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현대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브랜드나 상품명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프랑스의 엘리제 궁전이나 샹젤리제 거리와 같이 그리스 신화에서 기원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경우에는 새로운 지식을 쌓는 기쁨도 있었다.
수많은 브랜드를 다루다 보니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도 폭넓게 다루고 있어 신화에 대한 이해도 또한 깊어졌다. 보통 그리스 신화를 다룬 책에서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태초의 신들이나 티탄족의 가계도, 올림푸스 12신부터 시작해서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등 사랑 이야기,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모험, 트로이 전쟁 등 영웅 이야기까지 그리스 신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야기들은 모두 담겨 있다. 이미 아는 내용은 브랜드의 관점으로 보니 새롭고, 모르던 내용은 몰라서 또 새롭고,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그리스 신화가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책 곳곳에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그림이나 조각, 유적지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대의 도자기, 조각부터 르네상스 이후의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그림 등이 많이 실려있는데,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도자기 그림들이 신화를 알고 나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서 신기하다. 또 그림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상징물을 찾거나, 그림이 신화의 어떤 장면을 묘사하는 것인지 알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스 하면 파르테논 신전만 떠올랐는데 수많은 신전들을 보면서 하나하나 모두 찾아가서 신전의 주인과 관련된 신화의 일화들을 되새겨 보고 싶어졌다.
독서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활동이라고 생각할 때, 이 책은 그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 책이다. 인간다운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그리스 신화가 지금 우리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머나먼 곳에 있는 그리스의 신화가 지금 우리나라의 아파트 이름이나 가게 상호명, 가수들의 노래 제목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리스 신화는 그 유럽 문명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고유의 신화보다도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다. 이토록 오래 살아남은 그리스 신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인간적인 신들의 모습인지, 드라마틱한 영웅들의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덧붙여 그리스 신화 외에도 북유럽 신화나 중국 신화, 한국 신화는 우리의 일상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