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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실패는 없다 - 미국 비밀경호국의 흥망성쇠
캐럴 리오닉 지음, 오상민 옮김 / 책과나무 / 2025년 8월
평점 :
‘경호, 실패는 없다‘는 미국 대통령을 지켜온 비밀경호국을 긴 호흡으로 추적한 기록이다.
저자는 수많은 관계자의 증언과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이 조직이 어떻게 탄생하고, 또 어떤 위기와 흔들림을 겪어왔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케네디 암살 사건부터 트럼프 1기에 이르기까지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펼쳐지며 대통령 경호 체계의 발전과 위기, 그 속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드러난다. 책을 읽다 보면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갖는 세계적 영향력과 동시에, 그 자리를 지켜온 경호 체계가 얼마나 불완전했는지가 드러난다.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의 암살과 국가적 테러라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반복되며 비밀경호국의 역할이 확대되어 온 과정은, 선거 민주주의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우리들이 익히 하는 사건의 이면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면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로도 풍성하다. 본능을 거슬러 온 몸으로 총탄을 막아낸 요원,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고통받은 이들, 조직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해 온 사람들,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한 인물들까지. 이들의 모습은 얽히고 섥히며 비밀경호국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보여준다. 무엇보다 경호라는 직무가 단순히 위험 관리가 아니라 단 한 번의 실패가 곧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세계임을 실감하게 한다.
경호 대상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경호의 특성상, 대통령에 대한 요원들의 증언도 상당히 이채롭다. 그 사람이 누구건 대통령인 이상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개인에 대한 매력이나 호감도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책에는 경호원들의 눈으로 본 대통령들의 사적인 모습도 담겨 있어, 고도화된 정치적 홍보 전략을 거친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통령과 대중, 그리고 비밀경호국 사이의 긴장이다. 선거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은 국민과 거리를 둘 수 없고, 이는 곧 경호 체계와 충돌한다. 또한, 대통령과 비밀경호국, 그리고 비밀경호국과 다른 기관, 일반국민 사이의 관계도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기, 그의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대통령과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증언을 꺼려하는 비밀경호국과 대통령의 부정을 조사하려는 사법부가 대립했던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대통령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민주주의와 경호 체제가 어떻게 양립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직론적 관점에서도 이 책은 흥미롭다. 비밀경호국의 성장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직적 문화와 오만한 리더십, 정치적 도구화,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은 모든 조직이 마주하는 문제이지만 ‘실패가 곧 재앙’인 조직의 특성상 훨씬 더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여러 경호국장들의 리더십을 비교해보는 것도 책의 묘미다.위기에 대처하는 방식, 구성원을 끌어안는 포용력, 상부와의 소통 능력 등을 통해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곱씹게 한다.
‘경호, 실패는 없다’는 비밀경호국이라는 특수한 조직을 통해 미국 현대사의 뒷면을 비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제기되는 물음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권력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리고 그 보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 질문이다.
"비밀경호국의 기법은 결국 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 P191
아는 것에 대해서만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 때마다 비밀경호국은 더욱 발전합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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