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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결말을 바꾼다 - 삶의 무의미를 견디는 연습 ㅣ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5년 10월
평점 :
서동욱의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는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거창한 철학 개념 대신 우리가 매일 스치듯 경험하는 ‘먹기, 외로움, 가족, 부끄러움’ 같은 장면에서 사유의 출발점을 찾는다. 철학이란 거대한 지식의 체계가 아니라, 삶을 다시 쓰는 사고의 기술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고찰이었다. 저자는 단순한 생존의 과정이자, 최근에는 오락거리로도 소비되는 ‘먹기’를 통해 존재의 방식, 관계의 형태, 함께 살아가는 윤리를 이야기한다. 무심코 틀어 놓던 먹방조차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일상의 사소한 행위를 낯설게 바라볼 때, 우리는 이미 철학의 문턱에 서 있는 셈이다.
또한 저자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언급하며 ‘판단력’의 문제를 짚어낸 대목도 신선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판단을 넘기고 있다. 나부터도 뭔가 의문이 들면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인공지능에게 물어보기를 택하면서 점점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성찰이며, 무엇을 판단할지 결정하는 능력이라는 저자의 통찰이 깊게 와 닿았다. 결국 철학은 그런 판단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일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힘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무슨 결말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이 말하는 ‘결말’은 거대한 운명이나 서사의 끝이 아니라, 매 순간의 태도와 시선이 만든 결과에 가깝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삶의 결도 달라진다. 이 책은 철학이란 멀리 있는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삶의 결말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사유의 힘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타자의 호소는 나에게 대답을 선택할 자유를 탄생시키지만, 어떤 대답을 선택하건 그 선택은 ‘대답에 대한 책임‘을 필연적으로 만들어 낸다. 자유 속에서 대답을 선택했다는 것은 나는 그 대다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유는 ‘무거운 자유‘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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