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반투명 아이맥을 처음 봤을 때, 컴퓨터는 죄다 누런 회베이지 육면체인 줄 알았던 당시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아이팟, 아이폰 등 애플이 선보인 특유의 디자인과 혁신적 기술은 단순히 전자기기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애플 인 차이나'는 우리가 흔히 디자인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생각하는 애플을 제조기업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공정을 새로 고안하고, 기능을 완성하기 위해 재료와 생산 방식을 집요하게 탐구했던 애플의 집착은 곧 제조 혁신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까지 자체 생산을 고집하던 애플은 결국 아웃소싱이라는 길을 택하면서도, 단순히 생산을 위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엔지니어를 현장에 파견해 공정을 관리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독창적인 전략을 펼쳤다. 우리가 직접 목격했던 혁신은 이러한 집요한 제조 집착에서 비롯되었다. 주목할 점은 애플이 처음 협력한 대상이 일본과 대만 기업이었다는 사실이다. 기술력과 정밀함에서 두각을 나타낸 일본, 그리고 유연한 생산 네트워크로 성장한 대만, 그리고 거대한 노동력과 시장을 앞세운 중국. 글로벌 생산거점의 이전 과정은 전세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분업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앞선 생산거점과 달리 애플이 중국과 복잡미묘한 관계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정치, 경제 체제의 차이로 설명하기에는 책이 풀어갈 흥미로운 내용들이 궁금하다. 또한 앞으로 제조패권의 향방과 각 국이 펼칠 전략의 실마리도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