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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순간 : 유럽 일상 편 - 하루의 틈에서 피어난, 사적인 시간 ㅣ 감각의 순간
임준이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평점 :
2017년, 친구와 함께 떠난 첫 유럽 여행에서 내가 처음 마주한 도시는 포르투였다. 첫 도시라는 설렘도 있었지만, 포르투는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보여주었다. 도우루 강변에 앉아 끝없이 반짝이던 윤슬을 바라보던 순간, 해질녘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며 마주한 노을, 하나둘 불을 밝히던 아기자기한 건물들, 그리고 도시 곳곳을 장식하던 파란 아줄레주까지, 그 모든 풍경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후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여전히 포르투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 곳은 없었다. 그래서 내 버킷리스트에는 ‘포르투에서 한 달 살기’가 적혀 있다. 그런 점에서 포르투의 일상을 담은 '감각의 순간: 유럽 일상 편'은 내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미리 엿보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작가가 기록한 일상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이다. 하지만 바로 그 평범함 속에 진짜 여행의 의미가 숨어 있다. 자전거를 타다 남은 흉터를 통해 상처와 치유를 이야기하고, 축제로 활기를 띤 거리에서 느낀 생동감을 담아내며, 방 한구석의 캐리어나 자질구레한 물건조차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모든 장면에서 내가 포르투에서 직접 경험했던 여유와 따스함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여행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듯 스며드는 과정이 글과 사진 속에서 차분하게 전해진다.
아직 가보지 못한 틸부르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포르투가 도시 자체의 매력으로 다가왔다면, 틸부르흐에서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빛난다. 친구들과 요리를 나누고, 산책하며 풍경을 공유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일상의 행복을 보여준다. 낯선 공간이 서서히 삶의 배경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여행과 일상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평범한 순간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책을 읽다 보면 포르투와 틸부르흐는 배경으로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그날 그 순간에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했는가이다. 저자가 기록한 일상은 우리가 지금 이곳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이며, 그 속에서 놓치고 살던 소중한 순간들을 일깨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바라본다면, 책의 모토처럼 ‘오감을 일깨우는 감각의 순간’을 비로소 우리 삶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