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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평점 :
1970년대 고속성장기에 시작된 마이카시대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당시에는 자동차가 부의 상징이자 성공의 증표였지만, 오늘날에는 집집마다 차가 최소 한 대씩은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동차는 여전히 우리 삶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고, 출퇴근과 여행, 일상적인 이동을 책임지는 필수품인 만큼 차에 얽힌 추억과 이야기도 그만큼 풍성하다.
'마이카시대'는 14대의 자동차와 그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진 차들도 있고, 여전히 도로 위에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차들도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포니를 시작으로, 서민의 발이 되어준 프라이드와 마티즈, 성공의 상징이 된 그랜저, 제네시스까지 익숙한 차종들이 등장한다. 또한 한때는 누군가의 로망이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록스타, 스쿠프, 포텐샤 같은 낯선 차종들, 자영업자들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삼발이와 포터, 그리고 아우디 A6까지 다양한 차종이 독자들을 맞이한다. 특히 우리 가족의 첫 차였던 아반떼도 등장하여 반가웠다.
소설집에 등장하는 차들의 출시 시기가 다양한 만큼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도 매우 폭넓게 펼쳐진다. 1970년대의 산업화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치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차를 갈아타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들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듯하다. 뜨거웠던 민주화 운동의 현장,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성수대교 붕괴 사고, 전 국민이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 온 나라가 하나 되어 열광했던 2002 월드컵,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까, 우리가 전해 들었거나 직접 겪어낸 역사적 사건들과 그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겉으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깊은 공명을 자아낸다.
이 소설집이 특별한 것은 대부분의 주인공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소소하지만 진솔한 일상은 우리네 삶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힘든 시기를 견뎌낸 고단했던 삶,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조부모, 부모세대의 헌신적인 삶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한 대의 차로 힘겹게 일군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고속 성장이라는 화려한 단어 뒤에 감춰진 서민들의 고단한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한 대의 차를 통해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우리의 현재 모습과 겹쳐질 때면, 그들의 젊은 시절을 새삼 떠올리게 되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우리 가족의 마이카시대를 힘차게 열어준 아반떼는 비록 잔고장이 잦았지만,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었다. 주말마다 그 차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녔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직장인이 되어 독립한 후, 나 역시 첫 차를 장만하며 나만의 새로운 마이카시대를 열게 되었고, 어느덧 그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소설집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의 마이카시대를 되돌아보게 되며, 앞으로 이 차와 함께 어떤 새로운 길을 달리게 될지 설렘 가득한 기대가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