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 선 화과자점, 화월당입니다
이온화 지음 / 다이브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과 달리 어릴 때는 디저트를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화과자는 예외였다. 정말 어쩌다 한 번 아버지가 사오거나 선물로 들어온 화과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족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 예쁜 화과자 중에서도 뭘 먹을지 고르는 것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행복한 고민이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이제 디저트라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내게 화과자는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좀 더 특별한 디저트이고, 그래서 이 책을 더더욱 읽고 싶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화월당을 물려받은 연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왔지만 어째 연화는 할머니나 화월당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되려 할머니가 떠나고 나서야 할머니의 삶을 알아가며 나름의 추모를 하기로 한다.

화월당을 처분하려 했으나 모종의 사유로 화월당을 운영하게 된 연화는 첫날부터 예기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된다. 화월당은 사후세계와 현생을 잇는 곳이고, 망자가 이 곳의 디저트를 먹으면 환생할 수 있다는 점. 이 사실에 놀랄 새도 없이 연화는 망자들을 맞이하고, 그들의 사연을 보고 듣고, 그들을 위한 디저트를 만든다. 때로는 망자들을 위해 디저트를 배달하기도 한다.

왜 하필 디저트 가게일까. 초코 전병, 화과자, 양갱 등의 달콤함이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아픔을 달래주라는 의미일까 싶다. 작중 망자들은 다들 사고나 질병 등으로 때이른 죽음을 맞이했다.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사연이 없고, 남은 이들의 입장에서도 크나큰 상처로 남았을 사건들이었다. 곧 새로운 차원으로 떠날 망자들은 다들 의연하고 어딘가 홀가분해 보이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부재로 인한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망자들은 자신이 주문한 디저트, 남은 자들과의 이야기가 담긴 디저트를 그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다. 연화가 이를 수행하면서 산 자들을 위로하는 부분도 마음 따뜻해지는 부분이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기다림’이 화두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기다림이야말로 완전한 사랑이 된다’거나 ‘정답을 기다리는 일까지도 모두 정답의 과정이다’라는 문장은 큰 울림을 준다. 모든 이들의 사연이 기다림과 맞닿아 있다.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거나, 소중한 이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거나, 서로 가까워지기 기대하거나, 자신도 모르는 진실이 밝혀지거나 이 모든 일은 결국 기다림 끝에 일어난다. 스스로 기다릴 수도 있고, 타인에 의해 기다릴 수도 있지만 모든 기다림의 과정은 소중하고, 그 뒤의 일은 그로 인해 의미를 가지게 된다. 물론 손놓고 마냥 기다린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기다림 끝에 할머니에 대한 모든 진실을 깨달은 연화는 이를 포용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망자들도 자기 나름의 기다림 끝에 화월당에 다다른 뒤 자유로워졌다. ‘삶은 달아나도 인연은 달아나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말처럼, 기다림 끝에 인연은 돌고 돈다.

기다림을 좋아하지 않던 연화가 책을 덮고 나서 지금 나는 뭘 기다리고 있는지, 내 기다림의 종착지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 종착지에 가기 위해서 뭘 해야할지 궁금해졌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한번 고민해 봐야겠다.

덧) 개인적으로 녹차당고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가족도 연인도 아닌 친구간의 관계가 이토록 진할 수 있다니. 마지막 결말도 먹먹해서 한참동안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지 못했다. 성공을 향해 일상의 소소한 사치를 모두 억누르고 사는 두 친구의 모습에서 이 시대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엿보여서 더욱 공감이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목 원더랜드 - 말라 죽은 나무와 그곳에 모여든 생물들의 다채로운 생태계
후카사와 유 지음, 정문주 옮김, 홍승범 감수 / 플루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이나 산을 가면 생명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한 시커먼 나무가 종종 보인다. 가지까지 온전히 남아있을 때도, 몸통만 남아있을 때도, 심지어는 뿌리채 드러나 쓰러져 있기도 하다. 때때로 큰 구멍이 뚫려 있기도 하고, 이끼나 버섯이 자란 고목을 보고 있자면 음산하다가도 나무는 죽어서도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되는구나, 저대로 시간이 한참 지나면 흙으로 돌아가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고목 원더랜드’는 죽은 나무를 중심으로 분주히 돌아가는 생태계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내게는 이끼, 버섯 정도만 보였지만 ‘원더랜드’라는 말에 걸맞게 이름도 낯선 점균, 부생란, 곤충부터 시작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수많은 생명체들이 고목에 기대 살아가고 있었다. 이미 생명력을 다한 나무가 다른 생명체에게 양분과 거주지가 되어주는 것을 보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저자가 현직에 있는 연구자이다 보니 본인이 수행한 실험의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데 낯선 용어와 학명이 등장해서 책의 내용이 마냥 쉽지는 않다. 하지만 처음 보는 연구분야와 실험들은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의 존재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줬다. 저자의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적고 그린 현장 관찰기록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어릴 때 썼던 관찰일기를 떠올리게 해서 더더욱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고목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주인공이다. 이끼, 버섯, 곤충, 동물 등 여러 생물들이 고목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삶을 꾸려나가는지 설명하는데, 그 역동성에 놀라게 된다. 특히 인상깊었던 내용은 균근균을 매개로 수목간 탄소 교환이 일어난다는 점이었다. 탄소 교환이라는 메커니즘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특히 밝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보다 그늘에서 자라는 나무에 더 많은 탄소가 흐른다는 연구결과가 놀라웠다. 이는 경쟁 속에서 공존을 꾀하며 균형점을 찾아가는 자연의 법칙을 보여주는데, 과열된 경쟁으로 지쳐가는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대목이다.


 2부에서는 생태계의 범위를 확장하여 고목과 숲 전체,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고목이 단순히 종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시대에서 고목이 탄소 저장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죽은 나무라는 이유로 고목을 베어서 연료로 활용한다면 고목이 저장하고 있던 탄소들이 방출되고, 연료로 사용되면서 탄소를 또 방출하게 된다.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삼림 바이오매스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또한 고목은 새로운 나무의 모태가 되어준다. 죽음과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심오한 가르침을 떠오르게 하는 지점이자, 고목이 그 자체로도 탄소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탄소를 저장할 새로운 세대의 숲을 키워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고목이 자연의 일부로서 이렇게나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미처 몰랐다. ‘고목 원더랜드’는 고목을 둘러싼 생태계의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같은 지구에서 공존하는 인간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거리를 준다. 죽음으로 새로운 생명을 품는 고목, 고목을 둘러싼 생존경쟁 등을 보고 있자면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야말로 ‘고목 원더랜드’가 주는 마법같은 선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빅테크, 저널리즘 - 기술이 바꿀 뉴미디어의 미래
이성규 지음 / 날리지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는 집집마다 신문을 구독했지만,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는 크게 줄었다. 저녁 8시나 9시에 온 가족이 모여 뉴스를 시청하던 풍경도 이제는 과거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 어디서나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뉴스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AI, 빅테크, 저널리즘'은 뉴스 미디어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유통되며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뉴스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뉴스 미디어들이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우선 기술 혁신에 따른 뉴스 미디어의 변화와 저널리즘의 적응 양상을 살펴본다. 인공지능이 언론에 미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미디어 그리스트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디지털 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저널리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스트가 기후변화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했기에 혁신이 수월했을 수 있지만, 다른 전문 미디어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저자의 지적대로 디지털 저널리즘의 혁신은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빅테크와 저널리즘의 관계는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둘 사이의 역학관계를 더 명확히 이해하게 해주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언론사에 제공하는 보조금의 양면성, 숏폼 콘텐츠 앞에서 위축되는 뉴스 미디어,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뉴스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 등을 다룬다. 특히 알고리즘 공정성 문제가 독립 뉴스레터와 빅테크의 뉴스레터 진출로 이어지는 흐름이 흥미로웠다. 나 역시 객관적인 뉴스를 접하고 싶어 몇 개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 이는 책에서 설명하는 메커니즘과 일치하는 경험이었다.


 책의 마지막 파트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저널리즘의 대응을 다룬다. 최신 사례가 많아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이었다. 양극화된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 좌우 관점을 모두 보여주는 스마트뉴스, 새로운 뉴스 포맷의 등장, MZ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과 저널리즘의 관계, 비뉴스 콘텐츠의 부상 등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뉴욕타임스의 비뉴스 콘텐츠를 즐기는 입장에서, 뉴스 미디어의 바람직한 소비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뉴스가 없는 일상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기술과 뉴스 미디어는 필연적으로 공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실 추구와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핵심 과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답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에 제시된 사례들을 참고하면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아울러 이 책은 독자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뉴스를 소비하는 우리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정보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편리함 이면에 잠재된 위험을 인지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뉴스를 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서 뉴스를 대하는 건강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 고속성장기에 시작된 마이카시대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당시에는 자동차가 부의 상징이자 성공의 증표였지만, 오늘날에는 집집마다 차가 최소 한 대씩은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동차는 여전히 우리 삶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고, 출퇴근과 여행, 일상적인 이동을 책임지는 필수품인 만큼 차에 얽힌 추억과 이야기도 그만큼 풍성하다.


 '마이카시대'는 14대의 자동차와 그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진 차들도 있고, 여전히 도로 위에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차들도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포니를 시작으로, 서민의 발이 되어준 프라이드와 마티즈, 성공의 상징이 된 그랜저, 제네시스까지 익숙한 차종들이 등장한다. 또한 한때는 누군가의 로망이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록스타, 스쿠프, 포텐샤 같은 낯선 차종들, 자영업자들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삼발이와 포터, 그리고 아우디 A6까지 다양한 차종이 독자들을 맞이한다. 특히 우리 가족의 첫 차였던 아반떼도 등장하여 반가웠다.


 소설집에 등장하는 차들의 출시 시기가 다양한 만큼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도 매우 폭넓게 펼쳐진다. 1970년대의 산업화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치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차를 갈아타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들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듯하다. 뜨거웠던 민주화 운동의 현장,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성수대교 붕괴 사고, 전 국민이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 온 나라가 하나 되어 열광했던 2002 월드컵,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까, 우리가 전해 들었거나 직접 겪어낸 역사적 사건들과 그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겉으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깊은 공명을 자아낸다.


 이 소설집이 특별한 것은 대부분의 주인공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소소하지만 진솔한 일상은 우리네 삶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힘든 시기를 견뎌낸 고단했던 삶,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조부모, 부모세대의 헌신적인 삶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한 대의 차로 힘겹게 일군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고속 성장이라는 화려한 단어 뒤에 감춰진 서민들의 고단한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한 대의 차를 통해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우리의 현재 모습과 겹쳐질 때면, 그들의 젊은 시절을 새삼 떠올리게 되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우리 가족의 마이카시대를 힘차게 열어준 아반떼는 비록 잔고장이 잦았지만,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었다. 주말마다 그 차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녔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직장인이 되어 독립한 후, 나 역시 첫 차를 장만하며 나만의 새로운 마이카시대를 열게 되었고, 어느덧 그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소설집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의 마이카시대를 되돌아보게 되며, 앞으로 이 차와 함께 어떤 새로운 길을 달리게 될지 설렘 가득한 기대가 피어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출할 땐, 주기율표 - 먹고사는 일에 닿아 있는 금속 열전 주기율표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초사흘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타깝게도 학창시절 화학과는 일찌감치 멀어지면서 주기율표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주기율표는 단정한 표에 이름 낯선 원소들이 적혀있는 신비로운 대상일 뿐이었다. 도대체 이 원소들이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저 마음 한 켠의 물음표로 남아있었다.

 '출출할 땐 주기율표'는 오랜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었다. 곽재식 작가는 철, 구리, 아연처럼 익숙한 원소부터 스칸듐, 브로민, 이트륨 등 처음 듣는 원소까지, 주기율표 21번부터 40번에 위치한 20개의 원소가 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해 준다. 

 특히 이 책은 제목에 걸맞게 원소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들을 매칭해서 내용을 전개하는데 별 생각 없이 먹고 마시던 음식들이 달라 보인다. 생수, 깻잎무침, 쌀밥, 초콜릿 등 평범한 음식에서 시작해 역사, 경제, 문화 등 사방팔방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읽자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소가 세상에 얼마나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바나듐 이야기가 인상깊었는데, 역사 속 강력한 철제무기에서 인공 뼈, 배터리부터 혈당조절 기능, 동식물의 아름다운 색깔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원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과거 환경오염의 대표 사례였던 산성비를 해결하는데 바나듐이 기여하면서 과학의 발전이 환경오염을 해결하고 오히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원소라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

 이외에도 일상에서 많이 쓰는 스테인레스강와 크로뮴의 관계, 불꽃실험에서 접했던 스트론튬이 설탕을 만드는데 활용되었다는 점 등 흥미로운 발견이 많았다. 원소들이 더 이상 주기율표 속 낯선 이름이 아닌, 우리 삶 속에서 실제로 작용하는 물질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기율표 1~20번인 원소는 전작인 ‘휴가갈 땐 주기율표’에서 다루고 있다는데 앞으로 시리즈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 40번 이후의 원소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소들은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디에 활용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작디 작은 원소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