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빅테크, 저널리즘 - 기술이 바꿀 뉴미디어의 미래
이성규 지음 / 날리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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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는 집집마다 신문을 구독했지만,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는 크게 줄었다. 저녁 8시나 9시에 온 가족이 모여 뉴스를 시청하던 풍경도 이제는 과거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 어디서나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뉴스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AI, 빅테크, 저널리즘'은 뉴스 미디어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유통되며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뉴스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뉴스 미디어들이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우선 기술 혁신에 따른 뉴스 미디어의 변화와 저널리즘의 적응 양상을 살펴본다. 인공지능이 언론에 미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미디어 그리스트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디지털 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저널리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스트가 기후변화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했기에 혁신이 수월했을 수 있지만, 다른 전문 미디어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저자의 지적대로 디지털 저널리즘의 혁신은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빅테크와 저널리즘의 관계는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둘 사이의 역학관계를 더 명확히 이해하게 해주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언론사에 제공하는 보조금의 양면성, 숏폼 콘텐츠 앞에서 위축되는 뉴스 미디어,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뉴스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 등을 다룬다. 특히 알고리즘 공정성 문제가 독립 뉴스레터와 빅테크의 뉴스레터 진출로 이어지는 흐름이 흥미로웠다. 나 역시 객관적인 뉴스를 접하고 싶어 몇 개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 이는 책에서 설명하는 메커니즘과 일치하는 경험이었다.


 책의 마지막 파트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저널리즘의 대응을 다룬다. 최신 사례가 많아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이었다. 양극화된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 좌우 관점을 모두 보여주는 스마트뉴스, 새로운 뉴스 포맷의 등장, MZ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과 저널리즘의 관계, 비뉴스 콘텐츠의 부상 등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뉴욕타임스의 비뉴스 콘텐츠를 즐기는 입장에서, 뉴스 미디어의 바람직한 소비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뉴스가 없는 일상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기술과 뉴스 미디어는 필연적으로 공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실 추구와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핵심 과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답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에 제시된 사례들을 참고하면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아울러 이 책은 독자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뉴스를 소비하는 우리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정보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편리함 이면에 잠재된 위험을 인지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뉴스를 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서 뉴스를 대하는 건강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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