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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할 땐, 주기율표 - 먹고사는 일에 닿아 있는 금속 열전 ㅣ 주기율표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초사흘달 / 2024년 12월
평점 :
안타깝게도 학창시절 화학과는 일찌감치 멀어지면서 주기율표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주기율표는 단정한 표에 이름 낯선 원소들이 적혀있는 신비로운 대상일 뿐이었다. 도대체 이 원소들이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저 마음 한 켠의 물음표로 남아있었다.
'출출할 땐 주기율표'는 오랜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었다. 곽재식 작가는 철, 구리, 아연처럼 익숙한 원소부터 스칸듐, 브로민, 이트륨 등 처음 듣는 원소까지, 주기율표 21번부터 40번에 위치한 20개의 원소가 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해 준다.
특히 이 책은 제목에 걸맞게 원소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들을 매칭해서 내용을 전개하는데 별 생각 없이 먹고 마시던 음식들이 달라 보인다. 생수, 깻잎무침, 쌀밥, 초콜릿 등 평범한 음식에서 시작해 역사, 경제, 문화 등 사방팔방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읽자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소가 세상에 얼마나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바나듐 이야기가 인상깊었는데, 역사 속 강력한 철제무기에서 인공 뼈, 배터리부터 혈당조절 기능, 동식물의 아름다운 색깔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원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과거 환경오염의 대표 사례였던 산성비를 해결하는데 바나듐이 기여하면서 과학의 발전이 환경오염을 해결하고 오히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원소라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
이외에도 일상에서 많이 쓰는 스테인레스강와 크로뮴의 관계, 불꽃실험에서 접했던 스트론튬이 설탕을 만드는데 활용되었다는 점 등 흥미로운 발견이 많았다. 원소들이 더 이상 주기율표 속 낯선 이름이 아닌, 우리 삶 속에서 실제로 작용하는 물질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기율표 1~20번인 원소는 전작인 ‘휴가갈 땐 주기율표’에서 다루고 있다는데 앞으로 시리즈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 40번 이후의 원소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소들은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디에 활용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작디 작은 원소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다.